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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자 May 29. 2020

좋은 사람이 되는 것과 일잘할이 되는 것이 같아졌으면

일하는 마음, 제현주


첫 회사, 일하는 마음?


첫 회사에 입사하여 '일'이라는 것을 처음 시작하게 되면서, 내 삶에서 '노동'이 가져야할 의미가 필요했다. 노동은 처음이라서..! 단순히 돈과 경험이 목적이었던 아르바이트와는 다른 맥락의 '생업'은 앞으로 나에게 어떤 의미가 되어야할까. 하루 하루 일터에서 벌어지는 예상치 못한 일들로 심장이 녹아내렸던 사회 초년생의 일이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회의감이 들면서도, 그 하루 하루를 버텨야하는 의미조차 없으면 안될 것 같던 시기였다. 당시 일에 관한 여러 책을 찾아 읽어보기도 하고, 내가 사라져가는 느낌이 강해질 때 쯤에는 주체성에 대한 책을 찾아 읽기도 하는 등 답을 찾아 발버둥쳤다. 그때 잠정적으로 결론지었던 일의 의미는 '기능적인 성장'이었다. '기능적 성장'의 의미와 함께 맡은 일이 바뀌어가면서 나의 일이 사회적으로 끼치는 영향력이 나를 움직이게 했다. 그 때의 그 마음이 나를 계속 일하게 했고, 포기를 미루게했던 것 같다.


전문성이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인정이라면, 탁월함은 자발적인 동기부여를 통해 스스로 쌓아가는 역량이다. 즐거움은 탁월함의 다른 이름이다. 무엇이 즐거운지는 나만이 정할 수 있고 탁월함 또한 그렇다. 

<일하는 마음(제현주), 전문성이 아닌 탁월성>


고민의 흐름에 늘 있던 부분이었다. 특히 6개월차 정도에 고민이 심해졌던 것 같다. 일에 있어 내적인 동기부여는 약해져만 갔고, 외부에서의 인정은 작아도 힘이 있었다. 내적 동기에 의해 깊이 몰입하고 싶었고, 외부의 칭찬이 아니더라도 스스로 만족하고 싶었다. 외부의 작은 인정에 만족하는게 더 괴로웠다. 이 책에서 말하는 "내 안의 교복입은 학생"을 꽤 자주 마주했다. "나는 지금 몇 점일까?" 객관적인 지표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누가 점수라도 주면 좋으련만..


1년 째 되는 시점, 너무도 하고 싶은 일이 생겨 손 번쩍들고 제안PT에 참여했었다. 아쉽게도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좋아하는 일에 대한 고민은 정도가 다름을 깨닫게 되었다. 나만이 정하고,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은 어디에 있을까? 지속적인 시도와 탐구가 필요한 영역이다. 일하며 나를 성장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를 발견하며 인정해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 언어를 만들고 자신의 경험들을 해석할 수 있는 사람, 나만의 서사를 만드는 사람

<일하는 마음 (제현주), n잡의 기술>


전통적이지 않은 커리어를 밟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마케터", "디자이너", "에디터" 등등의 타이틀만으로 그 사람이 하는 일을 정의할 수 없어진 세상이다. 그렇기에 어떤 경험을 했느냐가 더 중요해지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그 경험을 해석하고, 경험에 대한 피드백을 똑똑하게 해낼 수 있는 사람. 실제로 그 경험들로 인해 얻은 것을 다음 스텝들에 적용할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함께 일하기에 더 매력적인 사람이 아닐까?


한발짝 내딛은 커리어의 스텝에서 앞으로 딛을 걸음들이 고민되는 요즘이지만, 내 색깔대로 잘 걸어가보면 되지 않을까, 그리고 그 과정에 최선을 다하면 내 서사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하며 다독여본다! 


같은 자리로 돌아오는 것 같지만, 그래도 조금 커진 원의 경로를 통해서라고

<일하는 마음 (제현주), 에필로그>


아주 어릴적, 그리고 청소년기, 대학생 시절에 이어 사회생활을 하는 지금도 여전히 과거에 겪었던 심리적 갈등과 비슷한 불안함을 마주하고, 관계 안에서의 어려움에 직면하곤 한다. 그리곤 '이거, 낯설지 않은 감정이야' 하며 과거의 어느 특정 시기를 떠올리곤 한다. 그렇지만 분명히 해결의 방법을 찾아나가고 있고, 성장해 나가고 있음을 느낀다. '회복하지 못할거야' 하며 절망했던 어린시절과 달리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감정이구나, 그 때도 그랬어' 하며 캄캄한 동굴을 한걸음씩 통과하기도 한다. 이 과정을 파악해 나가는데 기록이 참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간만에 일기를 쓰러 에버노트를 들어가서, 과거의 기록을 보면 깜짝 놀란다. '아..? 이 지점에 다시 돌입하였군..!' 하며.  



이 그림은 비슷한 루틴을 여러번 돌고있는 나와 같은 사람에게 위로를 주는 것 같다. "이 자리에 다시 돌아왔지만 분명히 더 커진 원을 돌고있는 걸꺼야!"



나는야 의미주의자


듣똑라 팟캐스트를 듣다가 자신을 '의미주의자'라고 가리키는 기자님 이야기를 들었다. 늘 의미 때문에 괴로워하고 액션에 느리기도 한 내가 유난스럽게 느껴지곤했다. 그러나 아-주 유년시절까지 뒤돌아보니 태어나길 그렇게 태어난 것 같아서 인정하고 장점으로 삼아보아야겠다 싶던 찰나에, 나를 가리키는 언어 하나를 획득한 것 같아 뿌듯하다.


마지막으로, '좋은 사람이 되려는 마음'과 '일을 잘하는 사람이 되는 것' 이 두 가지 목표가 하나의 흐름 속에서 잘 흘러갈 수 있도록, 모순되지 않도록 잘 살아내고싶다. 좋은 사람에 대한 해석이야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오늘의 생각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지만. 오늘의 기록이 또 언젠가의 나에게 재미있는 회고가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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