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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전토끼 Oct 25. 2023

[영화] 엘리멘탈(Elemental)

세상의 모든 관계는 화학반응이다


영화 제목을 듣고서는 '독특하다'라고 느낀 영화, 엘리멘탈이다.


우리나라 말로 번역하면 '네 가지 요소의 정령'인데, 생소하면서도 호기심이 생겼던 영화이다.

개인적으로 디즈니와 픽사의 애니메이션들을 좋아한다. 어른이 봐도 공감할 수 있고, 때로는 너무 현실적이라서 저런 소재들이 아이들이 보는 애니메이션에 나와도 되나 싶을 정도였다. 그런 점에서 이번 영화는 디즈니 x 픽사의 조합이라니, 보기 전부터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영화 엘리멘탈은 물, 흙, 공기, 불 원소들이 서로 어울려 사는 엘리멘트 시티를 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뉴욕과 같은 대도시를 연상케 한다. 원소들은 그곳에서 주로 일하면서 일상의 대부분을 보내지만, 서로의 주거지는 분리되어있다. 즉, 원소들끼리 각각의 집단 거주지를 형성해서, 그곳에서 살고 있다.


주인공인 앰버는 파이어 타운에 거주하고 있고, 그녀의 부모님들은 파이어 랜드에서 이주해 온 이민 1세대이다. 앰버는 이곳에서 평생 나고 자랐고, 엘리멘탈 시티를 동경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다른 원소들과의 갈등을 두려워한다. 앰버는 부모님의 식료품 가게를 도와드리면서, 장차 자신이 이 가게의 사장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모님 역시 그녀를 차기 사장으로 염두에 두고, 매장 일에 더 매진하게 한다.


여느 때와 같이 매장응대일을 하고 있던 앰버는 진상손님을 만나게 되어서, 화를 참고 꿋꿋이 일을 했다. 하지만, 너무 열이 받은 나머지 지하실에 가서 불을 뿜다가(화를 내는 것의 은유 같다) 지하실 수도관이 녹아서 누수가 된다. 본인의 손(불)으로 막아보려고 하지만, 물의 압력 때문에 지하실은 물바다가 되고, 시청 조사관인 웨이드가 빨려 들어오게 된다.


웨이드는 지하실을 둘러보더니 허가도 없이 불법 건축물을 지었다며, 폐업까지도 가능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한다. 그러고는 영업정지의 딱지를 던져주곤 시청으로 간다. 아버지가 평생 일군 가게가 이렇게 무너지는 것을 볼 수 없던 앰버는 웨이드를 따라가서 폐업만은 면하게 해달라고 사정한다. 그러자 감수성이 풍부한 웨이드는 담당 공무원을 소개해줄 테니, 설득해 보라고 한다.


이것을 계기로 둘은 썸 아닌 썸을 타고, 그렇게 데이트를 하면서 연인으로 발전해 나간다. 나중에는 서로의 부모님과 가족에게도 인사하면서, 이질적인 그들의 가족문화에 대해 서로 이야기해 주고 소통한다. 부모님에게 인사하기까지 앰버 부모님의 반대도 있었지만, 늘 주인공의 스토리가 그렇듯, 이러한 역경 따위는 극복하고 해피엔딩으로 끝이 난다. 줄거리만 보면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의 미국 애니메이션 영화이다.



지만 엘리멘탈이 여느 영화와 차별화되는 요소는 '이민자의 문화, 가족애(愛)와 효(孝), 인종 및 민족에 대한 편견'에 대해 다뤘다는 점이다.



1. 이민자의 문화


주인공인 앰버는 불의 원소들끼리만 거주하는 파이어 시티에 살며, 앰버의 부모님은 파이어 랜드에서 이주하여 식료품 가게를 운영하는 이민 1세대이다. 영화 중간에 앰버가 웨이드에게 자신의 가족사에 대해 설명해 주며, 본인의 부모님은 새로운 기회를 찾기 위해 이곳으로 왔고, 파이어랜드의 조부모님께 부모님이 마지막으로 인사하는 장면은 흡사 절을 하는 우리의 문화와 매우 유사해 보였다. 마치,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70~80년대 이민을 간 한국인들을 연상케 했으며, 이민 1세대들이 하는 자영업 중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한국 혹은 아시안 식료품 가게이다.


그리고 앰버의 할머니가 같은 원소(불)끼리 결혼해야 한다고 하는 것과 푸른 불을 보여주며 우리의 뿌리를 잊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를 보며, 한국의 교민 사회가 연상되었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한국인 부모님들은 대부분 같은 한국인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고, 고국을 떠나 타지에서 생활하다 보면 뿌리에 대한 향수가 더욱 짙어진다. 따라서, 이 영화는 '한국인 이민 1세대 가정'을 바탕으로 앰버와 앰버의 가족들을 모티브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2. 가족애(愛)와 효(孝)


주인공인 웨이드의 집안도 화목한 편이지만, 앰버의 집안은 웨이드 집안 보다 더 끈끈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민 1세대의 자녀로서 부모님에게 더욱 잘해야 하고, 우리 가족을 책임져야 한다는 의지가 매우 강하다. 실제로, 미국에 거주할 때, 종종 교민분들을 뵀었는데, 가족에 대한 희생과 헌신을 바탕으로 끈끈한 가족애가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었다.


그리고 또 다른 요소가 효(孝)이다. 유교주의 사상에 기반한 효에 대한 개념이 이 영화에 나왔다는 것이 놀라웠다. 영화에서 앰버가 자신의 길을 갈지 아니면 아버지의 기대(가게를 이어받는 것)에 맞게 살아갈지 고민한다. 그러면서, 아버지의 평생소원(자신이 가게를 이어받아 경영하는 것)을 이뤄드리지 못하는 것에 대한 죄송스러움을 내비친다. 이 장면에서 문화적 배경지식(유교주의 사상)이 없는 관객들에게는 이해가 안 되는 맥락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3. 인종 및 민족에 대한 편견


영화에서 나오는 네 가지 원소들(물, 흙, 공기, 불)은 인종 및 이민 정착 민족을 은유한 것이라고 본다. 영화에서 보면, 물 원소(웨이드)가 메인 인종(백인)이자 가장 먼저 정착한 민족들(영국 및 서유럽 국가들) 같고, 흙과 공기가 흑인 및 히스패닉으로 보인다. 그리고 주인공 앰버의 불 원소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안 국가의 사람들로 보인다. 영화에서 보면 웨이드가 사는 동네는 부유해 보이며, 깨끗하고 인프라가 잘 되어있다. 반면에 앰버가 사는 동네는 치안도 좋지 않아 보이며, 코리안 타운 혹은 차이나 타운 같이 그들만의 동네같이 고립되어 있는 느낌을 준다.


미국에서 살았을 때 경험을 복기해 보자면, 인종이나 민족(황인종과 아시안)이라는 이유로 황당한 일을 겪거나 냉대나 무시를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마, 감독은 영화 속의 물과 불처럼 인종이 섞여서 같이 살아가고 가족을 이루는 것은 매우 힘들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그렇기에 서로의 이해와 신뢰를 바탕으로 한 영화 속 주인공들의 사랑이 더욱 가치 있고 특별하게 보였었다. 미국 사회에서 인종 및 민족에 대한 배경 지식(https://brunch.co.kr/@sodamfd87/91)에 대해 숙지하고 본다면 200% 와닿을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미국에서 귀국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미국사회의 문화와 한국인의 정체성 및 문화가 융합된 영화라서 몰입도가 굉장히 높았다. 아마 직접 경험해 봤기에 이 영화를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나중에 안 사실은 감독이 역시나 한국계 이민 2세였고, 자전적인 내용을 모티브로 한 것이라고 해서, 영화에 한국적인 요소가 들어간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이 영화를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가족, 연인 간의 사랑 그리고 다양한 개성(성격, 출신 배경)을 가지고 있는 우리가 한데 어우러져 살고 있는 것 자체가 거대한 화학반응이 아닌가 싶었다. 네 가지 원소들이 살고 있는 엘리멘탈 시티처럼, 우리도 각자 살고 있는 공간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케미를 형성하며 더불어 살아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AJsvGtGgI6M

엘리멘탈 OST Steal the Show, 멜로디,가사 달달 그 자체이다 @Youtube 때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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