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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전토끼 Apr 16. 2024

예술가와 백수의 한 끝차이

독일 베를린은 예술가가 많은 도시일까 아님 백수가 많은 도시일까




독일, 베를린 하면 '예술가가 많은 도시'라고들 한다.

한 나라의 수도이긴 하지만, 예술가의 도시라고 불리는 것은 매년 국제적인 영화제를 열기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그렇게 따진다면, 우리나라의 부산 역시도 예술가의 도시라는 별칭을 얻어야 하는데 부산을 예술가의 도시라고 부르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왜 베를린은 '예술가의 도시'가 된 것일까?




짧게나마 베를린에 살게 되면서 알게 된 점은 놀랍게도
'그냥 노는 사람, 즉 백수가 많다는 것'이다.



흔히 사지 멀쩡한 젊디 젊은 사람들이 대낮에 공원 벤치나 잔디밭에 그냥 누워있다. 베를린에서 살 때 대낮에 공원에 가보면 내 또래의 젊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쉬면서 일광욕을 즐기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만약 저런 행동(?)을 한다면, 지나가는 어른들이 "사지 멀쩡한 젊은것이 일은 안 하고 저러고 있다"라며 혀를 끌끌 찼을 것이다.



베를린은 도심에 국립공원 같은 녹지가 많은데, 날이 좋으면 백수인 듯 예술가인듯한 젊은이들이 일광욕을 하러 많이 온다





처음에 베를린에 왔을 때 이러한 모습이 낯설게만 보였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저렇게 놀아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건가?'라는 생각을 속으로 하면서, 한편으로는 내가 살아온 인생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한번 도태되면 재기하기가 어려운 한국 사회에서의 내 모습은 항상 무언가에 쫓겨있었기 때문이다. 남보다 '더 성실하게, 더 똑똑하게, 더 싹싹하게'라는 가치를 강요받으면서 생존경쟁에서 밀려나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던 모습들이 떠올랐다.



당시에는 회사를 그만둔 지 얼마 안 된 시점이라서 내 선택이 정말 옳은 선택인지에 대한 회의와 내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에 휩싸였었다. 그렇기 때문에 백수인 듯 예술가인 듯 아무 걱정 없이 평온한 표정으로 한가로운 공원에서 일광욕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더욱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중에 베를린 관련 자료를 찾아보니 실제로 베를린은 독일에서 가난한 지방정부 축에 속했다. 학생(특히 유학생)과 이민자의 비율이 높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물론, 이곳도 소위 집값이 비싸고 살기 좋은 동네들은 존재한다.



예술가의 도시답게 베를린은 슈프레강 주변에서 버스킹 같은 공연도 많이 열린다.

햇살이 좋은 날, 버스킹을 듣고 강변을 바라보면서 시원한 아메리카노 한 잔 마시면 낭만 그 잡채다. 집에 있기가 답답하면 무작정 슈프레강 주변으로 나가서 산책을 하거나 멍하니 강을 보고 앉아있었던 기억이 난다.



베를린에서 살면서 알게 된 점은 사실 예술가나 백수나 어떻게 보면 한 끗 차이인데, 백수(?)로 보이는 사람들의 특징은 한결같이 편안한 모습이었다. 열심히 DNA가 탑재된 한국인들에게는 노는 시간 자체가 굉장히 고역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이들의 표정에서만큼은 만수르가 보였다.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통해서 결국 "인생이란 내 신념이나 가치에 따라서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인생이 굉장히 우울해질 수도 혹은 행복해질 수도 있음을 알게 됐다.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을 어떻게 바라보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인생의 스펙트럼도 다양해질 수 있음을 베를린에서의 추억을 통해 새삼 깨닫는다.





햇살이 좋은 날 커피 한 잔과 함께 슈프레 강변에서 버스킹을 들으면 낭만이 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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