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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전토끼 Apr 09. 2024

감튀는 프렌치인가? 벨지언인가?

감자튀김의 원조논쟁과 벨기에 사람들의 감튀부심


감자튀김, 소위 감튀라고 불리는 이 음식은 유럽에 오기 전까지는 그냥 패스트푸드의 사이드메뉴 정도라고 생각했다. 그러기에 "감자튀김이 거기서 거기지 뭐"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벨기에에서 살면서 느꼈던 점은 감자튀김은 장난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몇 년 전, 중국의 한 유투버가 김치를 잘못된 방법으로 담그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김치가 중국의 전통음식이다"라고 한 영상이 화제가 됐었다. 이때, 우리나라 사람들의 공분이 엄청났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마찬가지로, 벨기에 사람들에게 감자튀김이란 '벨지언' 프라이즈(Belgian Fries)만 존재한다. 혹시나 프렌치(French)라고 말실수라도 하면, 바로 벨.지.언이라고 교정해 준다. 


자료를 찾아봐도 감튀의 기원은 정확히 알 수 없고, 사실 누가 원조라고 딱 집어서 말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

하지만, 1884년 프랑스의 한 언론(Le constitutionnel, 출처 나무위키)에서 아래와 같이 말했다고 하니 아마 이때부터 감튀원조전쟁이 시작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한 사업가가 브뤼셀에서 파리의 방식으로 만든 감자튀김을 팔고 있다. (중략) 이것은 파리 산업이 고통받지 말아야 할 짝퉁이다.





이미 '짝퉁'이라는 표현을 썼다는 것 자체가 프랑스 역시도 감자튀김 원조의 자리를 양보해 줄 수 없다는 반증 같다. 하지만, 이 역시 프랑스 언론의 주장이니 중립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아무래도 미국에서 '프렌치'라는 수식어를 붙여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는 '프렌치프라이'가 더 익숙할 것이다. 이러한 인식을 의식한 듯 벨기에는 몇몇 감튀가게를 무형문화재로 지정했다. 정말 이쯤 되면 벨기에는 감자튀김에 진심임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살면서 본 벨기에 사람들의 감튀사랑과 자부심은 엄청나다.  우리나라 순대나 곱창트럭처럼 감튀트럭이 온다. 보통 동네의 조그만 한적한 공원에 자주 온다. 맛집 트럭(?)으로 소문이 나면, 다른 동네 사람들도 감튀를 사 먹으러 공원에 옹기종기 모여 트럭을 기다리기도 한다. 나도 감튀트럭에 빠져서 오는 날이면 공원에 달려 나가 감튀를 사 먹곤 했다. 장사수완이 좋았던 트럭사장님은 단골인 것을 알아보고, 인심 좋게 덤으로 감튀를 얹어주곤 했다.



감튀를 사 먹으면서 본 벨기에 사람들은


봄이면 날이 따뜻해서 감튀를 먹고, 여름이면 더우니까 맥주와 함께 감튀를 먹고, 가을이면 쌀쌀하니까 감튀를 먹고, 겨울이면 추우니까 감튀를 먹었다.



이런 벨기에 사람들의 감튀사랑을 보면서 감자튀김만큼은 벨기에 사람들에게 양보할 수 없는 자부심이라는 것을 느꼈다. 아울러, 외국인인 것을 알아본 벨기에 이웃들은 먹을 때 꿀팁을 알려줬는데, 바로 "케첩보다는 마요네즈"라는 거다. 그리곤  벨지언 프라이즈라는 말을 항상 덧붙이는 것을 빼먹지 않았었다.



생각해 보니 벨기에의 어느 식당에 가더라도 프라이의 소스는 항상 마요네즈였다. 사실, 나는 마요마니아라서 그 조합이 너무 좋았지만, 느끼함을 본능적으로 싫어하는 남편은 케첩을 찾아다니곤 했다. 실제로 벨기에 생활의 추억 때문인지, 한국에 온 지금도 감튀에 마요네즈를 곁들여서 먹는다.



이제는 조금 오래된 추억이 되었지만, 감튀를 볼 때마다 벨기에서의 생활과 추억이 생각나서 배시시 웃음이 나기도 한다. 그리고 이전과는 다르게 프렌치프라이보다는 벨지언 프라이라는 단어에 왠지 모르게 더 정감이 간다.



동네 맛집 감튀트럭에서 사 먹은 감튀다. 역시 감튀에는 맥주만 한 좋은 궁합이 없다



 



























헤더 이미지 © shootdelicious,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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