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모에게
오롯이 사는 것을 관찰할 시간이 없다.
먹고 사는 일이 문제가 되지 않는데도
나는 살아있음을 관찰할 여유가 없어졌다.
나의 DNA는 늘 일하라! 일하라고 한다.
왜라고 물은 것은 20년 전의 일이다.
이젠 사는 것에 대한 이유를 묻지 않는다.
몸은 늘 무언가를 해야한다는 불편함에 놓여있고
정신은 아무도 쫓아오지 않는데 다급하다.
길거리에서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노래를 부르거나 악기를 켜는 자들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흐르는 음악에 맞추어 내면을 그려가는 자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비둘기에게 모이를 주는 남자와
개를 산책시키다 벤치에 앉은 남자와
매일 보아도 깊은 반가움을 표현하는 사람들
한겨울이지만 어느 하루 따뜻한 태양을 만나
자신의 시간을 모두 바치는 누군가를
나는 보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기억나지 않는다.
사색이란 고달픈 일이라서 게임중독처럼
핸드폰의 최면 속으로 나의 시간을 보내버린다.
모모!
너를 다시 만나고 싶다.
나는 한동안 검은 신사들에게 시간을 빼앗겨버렸다.
소중한 시간들을 말이다.
경이롭고 따스하고 사랑스러운 시간들을...
2022. 01. 05
-jeongjongh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