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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성철 Jun 11. 2021

부모가 부모를 위한 변명

부모도 그럴 수 있습니다.

막내와 햄버거를 먹으러 갔습니다. 각자 좋아하는 메뉴를 시켜 자리에 앉았습니다. 서로 마주 보고 옅은 미소를 날린 뒤 먹기 시작했습니다.


잠시 후 어머니 한 분이 초등학교 3-4학년쯤 보이는 아들 손을 잡고 들어 왔습니다. 메뉴를 주문하고 우리 뒷자리에 앉았습니다.


자리에 앉자마자 아들의 가방을 뒤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는 한 숨을 쉬며 아들에게 묻습니다.



엄마 : 필통은 어디 갔어? 오늘 아침에 분명히 가져갔잖아.

아들 : 음..... 음............

엄마 : 똑바로 이야기 못해? 한두 번도 아니고! 또 어디다 두고 왔는데?

아들 : 음...... 그게...... 학교에.....

엄마 : 학교에 두고 왔다고? 휴우...... 그럼 자습서는? 그리고 문제지는?

아들 : 음........... 음..............

엄마 : 똑바로 이야기 못하나? 어디 두고 왔는데?

아들 : 음..........

엄마 : 너 벙어리야? 똑바로 이야기해라! 엄마 화내기 전에!

아들 : 그... 것... 도 학교에.....

엄마 : 학교에 놔두고 오면 너 숙제며 공부는 어떻게 하려고 그러는데? 한두 번도 아니고 대체 왜 그래? 너 일부러 엄마 골탕 먹이려고 그래?

아들 : 그... 게 아니라....

엄마 : 아니긴 뭐가 아니야! 엄마가 이것 때문에 너한테 도대체 몇 번을 이야기하는 건데! 집에 있는 개도 너 보다는 낫겠다!

아들 :...... 잘못했어요.....

엄마 : 맨날 잘못했지! 그러고는 또 그러고! 너는 대체 어떻게 된 애가 이 모양인데!



그 이후 로도 엄마의 꾸지람은 계속되었고, 급기야 화가 난 엄마는 메뉴가 나오기도 전에 아들 손을 잡고는 가게를 나가셨습니다.


가게 밖에서 엄마는 손으로 아들을 몇 차례 때리더니 아들 손을 잡고 사라졌습니다. 그 장면을 물끄러미 보던 막내가 한 마디 합니다.



아들 : 아빠.... 저 아줌마 너무 하는 거 같은데요

아빠 ; 그렇네 아빠가 봐도 좀 심하긴 하다. 때릴 필요는 없는데....

아들 : 필통이나 자습서 이런 거 학교에 놔두고 올 수도 있지. 그걸 가지고 저렇게.... 때리기까지....

아빠 ; 너랑 비슷한 또래라서 많이 속상한가 보네.

아들 ; 음.... 좀 그래. 저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는데.... 아빠가 보기에도 심하다고 생각되죠? 




아들의 질문을 받고 선뜻 대답을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아들의 입장도 이해가 되지만 한편으로는 엄마의 마음도 이해가 되더라고요.



아빠 : 근데.... 아빠는 너 말도 이해가 되는데..... 엄마 마음도 이해가 된다. 오죽했으면 엄마가 저럴까 하고 말이야. 엄마 입장에서는 한두 번도 아니고 계속 저렇게 하니 많이 속상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 그리고 어른이라고 다 참고 좋게 말하고 그럴 수 없어. 어른도 화날 수 있고, 속상할 수 있어. 그리고 저렇게 화낼 수도 있고... 아빠도 저럴 수 있어. 


아들이 제 얼굴을 빤히 쳐다봅니다. 그러더니 ‘에휴’하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듭니다. 아빠의 말이 이해가 안 간다는 것이겠지요.

사실 저도 아들처럼 엄마가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방법으로 아들에게 말할 수도 있는데 꼭 저렇게 화를 내고 짜증을 내면서 해야 하나 하는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특히 나가서 때리는 것은 더더욱 아닌 것 같고요.


그럼에도 엄마의 마음이 이해가 가는 것은 저 또한 아버지이고, 자녀들과 관계를 가지면서 저런 상황이 꽤 있었기 때문입니다. 


부모- 자녀 관계란 것이 일방적으로 부모가 양보하고, 참아야 하는 관계는 아님에도 부모가 많이 양보하는 것인 사실입니다. 부모도 속상할 수 있고, 화날 수 있고, 짜증 날 수 있는데도 말입니다.


그리고 부모도 상처를 받을 수 있는 존재이고, 상처로 아파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무엇보다도 충분히 감정이 앞설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부모라는 이유로 참아야 하고, 양보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부모 자격이 박탈되는 것처럼  협박 아닌 협박을 받아 왔습니다. 


물론 어른이고 부모이기에 그런 굴레를 뒤집어쓰는 것은 당연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부모도 사람인데, 사람이 아닌 신(神)에게나 요구할 수 있는 것들을 요구받을 때가 많습니다.


다만 화가 나고, 짜증이 나고, 상처 받았을 때 그것을 자녀에게 표출하는 방법이 둘의 관계를 덜 상하게 하고, 서로가 상처를 덜 받을 수 있는 방법이면 좋겠지요.


그래서 부모교육이 필요한 것이고, 부모가 행복을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전에는 저런 장면을 보면 일방적으로 부모만 비난을 했는데 요즘은 부모의 저런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가니 저도 자녀와의 관계가 쉽지 않은가 봅니다.


물론 막내는 이런 저를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말입니다. 어쩌겠습니까? 그게 부모와 자녀의 차이 아니겠습니까?


햄버거를 다 먹고 일어나면서 막내가 한 마디 합니다.


‘빨리 어른이 되는 게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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