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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성철 Sep 07. 2021

성스러운 대화

아빠도 봤다~

오랜만에 둘째와 영화관에서 영화를 봤습니다. 보고 싶었던 영화 중 하나인 ‘인질’이라는 영화입니다.


배우 황정민을 좋아하기도 하고, 영화평도 나쁘지 않고, 영화 전개도 재미있을 것 같아 선택을 했습니다.


마침 15세 관람가 영화라 고1인 둘째와 보기에 맞춤이었습니다. 일단 영화관내에서는 먹는 행위를 할 수 없기에 밖에서 간단하게 먹고 들어갔습니다.

자리를 잡고 앉아 영화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중간중간 민망한 장면들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배우들이 대화 중 속어를 이용한 성(sex)적 대화와 성관계 장면(물론 직접적으로 보여주지는 않았지만)이 나와 살짝 민망했습니다.


민망했다는 표현보다는 불편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립니다. 자꾸  아들의 눈치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힐끔힐끔 보면서 속으로 헛기침을 합니다.


한편으로는 우리나라 '15세 관람' 영화의 수위가 이 정도였나 하는 놀라움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둘째는 당황한 저와 달리 편안하게 영화를 보고 있습니다. 아무런 동요도 없고, 제 눈치를 보지도 않습니다.


영화관을 나와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둘째에게 물었습니다.



아빠 : 영화 어땠어?

둘째 : 그럭저럭 볼만하던데요

아빠 : 크게 재미있지는 않았나 보네

둘째 : 음..... 재미없지는 않았는데 또 그렇게 막 재미있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아빠 : 보면서 제일 기억에 남는 장면은 뭐야?

둘째 : 글쎄요... 딱히..... 황정민이 황정민으로 나왔다는 거. 현실의 황정민이 영화에서 그대로 주인공이 되었다는 거? 정도?

아빠 : 그렇구나. 나도 그게 참 신선하더라. 그렇게 설정을 하고 영화를 보니까 영화가 더 실감 나는 것 같더라고

둘째 : 네에 저도 그건 그랬어요.

아빠 : 근데.... 아빠는 영화를 보면서 살짝 민망한 장면들이 나와서 불편했어

둘째 : 민망한 장면이요? 나는 그런 부분 없던데?

아빠 : 왜 그거 있잖아.... 납치범들이 황정민에게 여배우랑 그거 해 봤냐고 묻고, 납치범들이 성관계 가지는 장면 나오고 했잖아.

둘째 : 아~ 그거요?

아빠 : 그래. 아빠는 좀 민망하더라. 너 눈치도 보이고.

둘째 : 에이~~ 그거 가지고 뭘 그래요? 그런 거 친구들 사이에서도 그런 말 가끔씩 사용하고 그래요. 그리고 우리 또래쯤 되면 야동은 거의 다 봤을걸요?

아빠 : 그래? 너도 봤어?

둘째 : 저요? 저야 뭐.... 그렇죠...

아빠 : 그렇구나. 하기사 아빠도 고등학교 때 야한 영화를 본 적이 있으니.....

둘째 : 진짜요? 아빠 때도 그런 거 있었어요?

아빠 : 당연하지. 아빠 때도 있었지. 특히 야한 만화책이나 잡지 같은 게 많았지.

둘째 : 아빠도 그런 거 봤구나. 신기한데요.

아빠 : 나만 본 게 아니야!~  친구들 대부분 그런 거 한 번씩은 다 봤을 거야. 

둘째 :  네에~  그렇겠죠~

아빠 : 그래도 아빠로서 좀 걱정이 된다.  알지?  아빠가 뭘 걱정하는지?

둘째 :  네에 네에 알지요~~



생각해보면 제가 고등학교 때도 야한 영화, 야한 만화책(빨간책이라 불리는), 야한 잡지 등을 보곤 했습니다.


당연히 지금의 고등학생들도 그렇겠지요. 인터넷이 발달된 요즘은 더욱더 볼 기회가 많겠지요.


그런데도 아버지가 되다 보니 아무것도 아니라면 아닐 수 있는 장면에도 아들의 눈치를 보게 됩니다. 정작 아들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말입니다.


어쩌면 이게 문제라고 말하는 분들도 있겠지요? 성(sex)에 대해 너무 무감각해지고, 난잡해졌다고 말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한 가지는 성(sex)에 대한 인식이나 시각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부모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자녀들은 성에 대해 많은 것을 경험하고 알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말입니다.


이제는 부모가 이런 부분에 대해서 조금은 열린 마음과 생각으로 자녀와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아버지는 민망해 할 수 있는 장면이 아들에게는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가는 장면이 될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하겠습니다.


그렇게 부모와 자녀는 서로가 한 단계씩 성장해 갑니다.


그나저나 우리나라 15세 관람 영화들의 수위가 생각 보다 많이 높다는 거 시람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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