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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성철 Jul 14. 2022

다 알고 있지

말을 말아야지

둘째가 아침에 일어나더니 자꾸 눈을 만집니다. 비비기도 하고 눈을 감았다가 떴다 합니다. 아무래도 눈이 불편한가 봅니다.



아빠 : 눈이 불편해?

둘째 : 음.... 그런 거 같아요

아빠 : 눈이 어떻게 불편한 거 같은데

둘째 : 음... 눈이 좀 뻑뻑하고... 찜찜한 것 같기도 하고 그래요

아빠 : 그래? 피곤해서 그런가? 병원 가볼까?

둘째 : 병원은 안 가도 될 것 같아요. 그냥 안약 넣어 볼게요



둘째가 안약을 찾아 눈에 넣고 있는데 옆에서 듣고 있던 아내가 한 마디 합니다.


‘눈이 왜 아프겠어? 밤새도록 스마트 폰 보고 있으니까 아프지. 그렇게 스마트폰을 보는데 안 아픈 게 이상하지’


안약을 넣던 둘째가 빠르게 집을 나섭니다. 막내도 덩달아 쏜살같이 집을 나섭니다. 불똥이 자기에게 튈까 봐 그런 것 같습니다.


퇴근을 하고 다 같이 모여 저녁을 먹는데 막내가 자꾸 고개를 이리저리 돌립니다. 아무래도 어디가 불편해 보입니다.



아빠 : 어디가 불편해?

막내 : 그냥 목 하고 어깨가 조금 불편한 것 같기도 하고

아빠 : 그래? 많이 불편해? 아빠가 좀 주물러 줄까?

막내 : 아니요. 그 정도는 아니고 조금 불편해서 괜찮아요

아빠 : 그래? 오늘 학교에서 뭐 무거운 거 들었어?

막내 : 아니. 그런 거 없는데



옆에서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아내가 막내에게 한 마디 합니다.


‘왜 아프겠어?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서 그렇게 게임을 하는데 안 아프겠냐? 어깨랑 목이 안 아픈 게 이상한 거지’


마침 첫째가 집으로 들어오며 속이 좀 불편하다고 위장약을 찾습니다.



아빠 : 속이 안 좋아?

첫째 : 네에. 속이 좀 쓰리고 그렇네요

아빠 : 병원 안 가봐도 되겠어?

첫째 : 일단 위장약 먹어보고요. 그래도 쓰리면 내일 아침에 병원 가볼게요

아빠 : 그래. 일단 약 먹어보고 안 되면 내일 아침에 바로 병원 가보자


옆에서 듣고 있던 아내가 또 한 마디 합니다.


‘맨날 늦게 라면 끓여먹고, 밥 먹고, 빵 먹고 하니까 속이 안 좋지. 그렇게 늦게 먹고 바로 자면 속이 견뎌내? 속이 안 쓰린 게 이상한 거지’


아내는 아들들이 왜 아픈지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내의 한 마디에 아들들의 아프다는 소리가 쑥 들어가 버립니다.


다음날 '아프냐'라고 물으면 모두 다 괜찮다고 말합니다. 밤새 기적이 일어나 불편함이 싹 사라진 것도 아닐 텐데 말입니다.


아내의 말은 틀린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그렇습니다. 스마트폰을 많이 보면 당연히 이 나빠지고 불편해집니다.


게임을 많이 하면 어깨가 불편해지고, 저녁 늦게 먹으면 속이 탈 납니다. 아내의 말처럼 탈이 안 나는 게 이상한 일이지요.


그러나 자녀들이 어디가 아프다고 하거나 불편하다고 할 때 원인부터 말하고 진단을 내려버리면 다음부터 자녀들은 아프다는 소리를 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자녀가 아프다고 하면 가끔은  아픈 것에 먼저 공감을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그것이 눈에 빤히 보이는 것이라도 말입니다.


그런 후에 원인에 대해 이야기를 해도 늦지 않습니다. 자꾸 원인을 이야기하면 자녀들의 입은 다물어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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