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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성철 Nov 21. 2018

옆집 아이 vs 우리 아이

옆집애랑 우리애랑 같아?

퇴근을 하고 집으로 올라가는데 현관 앞에서 아내가 옆집 아줌마와 심각하게 대화 중입니다.


옆집 : 속상해 죽겠어요.

아내 : 아니 왜요? 무슨 일 있어요?

옆집 : 우리애가 학원에서 수학 시험을 쳤는데 저번보다 10점이나 떨어진 거 있죠?

아내 : 저런 좀 많이 떨어졌네요

옆집 : 그렇죠? 속상하게 자꾸 떨어지네요

아내 : 너무 속상해하지 마요. 아직 중학생인데 뭐

옆집 : 그래도 속상해요. 이젠 성적이 좀 오를 때가 되었다 싶었는데.

아내 : 에이 다음에는 오르겠죠

옆집 : 근데 하는 꼬락서니 봐서는 다음에도 안 오르지 싶어요

아내 : 예에?

옆집 : 맨날 스마트폰 끼고 사는데 뭔 성적이 오르겠어요

아내 : 그런 우리 애도 마찬가진데요 뭐.

옆집 : 진짜 속상해 죽겠다니까요

아내 : 그래도 00이는(옆집애 이름) 운동도 잘하고 대인관계가 좋잖아요 그거면 됐지 뭐

옆집 : 그건 그렇지만.... 그래도 그게 뭐 좋은 대학 가는데 뭔 소용이 있겠어요?

아내 : 에이 그래도 건강하고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것에 감사해야지요. 아파봐요 얼마나 걱정이겠어요. 건강한 거 하나만으로도 감사해야지요.    


듣다 보니 아내가 참 기특한 이야기를 하고 있더군요. 성적 때문에 고민하는 옆집 아줌마에게 나름 이야기를 잘하고 있더라고요.

우리 아이 자랑도 안 하고 잘 위로하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그렇게 한참을 이야기하고 집으로 돌아온 아내는 곧장 큰 애를 부릅니다.    


아내 : 너 오늘 학원에서 수학 시험 봤다며?

아들 : 네에......

아내 : 몇 점 나왔어?

아들 : 87점이요....

아내 : 뭐? 87점? 너 저번보다 성적 떨어진 거 아니야?

아들 : 네에..... 5점 정도....

아내 : 잘한다. 맨날 스마트폰이나 보고 있으니 성적이 안 떨어지냐? 어?

아들 : 그건 아니고....

아내 : 아니긴 뭐가 아니야.

아들 : 이번에는 좀 어려워서

아내 : 핑계 대지마라.     


그렇게 한참을 실랑이를 벌이는 아내와 아들.

방으로 돌아온 아내에게 조심스럽게 한 마디 했습니다.


‘그래도 우리 아들 건강하고 친구들과 잘 사귀고 말 잘 듣는 것에 감사해야지. 성적이야 다음에도 올리면 되지 . 아까 옆집 아줌마한테는 그렇게 이야기 잘 하더만은’


그러자 아내가 저를 째려보며 말을 합니다.


‘옆집애랑 우리애랑 같아? 어?’


그렇습니다.

부모 입장에서 옆집 아이와 우리 아이는 달라야 하는가 봅니다.

옆집 아이는 건강하고 착하면 감사한데 우리 아이는 건강하고 착한 것은 기본이고 공부라는 옵션을 더해야 하나 봅니다.


그러니 옆집 아이랑은 안 싸우지만 우리 아이와는 싸울 수밖에 없지요.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듯이 우리 아이 보기를 옆집 아이 보듯 하면 덜 싸우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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