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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꺼 Jul 15. 2024

선양의 시시콜콜한 여행지 2

선양, 청더 여행_선양 고궁


선양 고궁 정문


선양 고궁은 청나라가 베이징을 점령하기 전까지 황제들이 묵던 정궁이다. 베이징 점령 후로는 자금성을 정궁으로 사용하면서 선양 고궁은 별궁의 지위를 갖게 된다. 요즘 말로 하자면 황실이 확장 이전을 한 셈이다. (재밌는 점은 중국 사람들은 두 곳 모두 고궁이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베이징 고궁이 1987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고, 2004년에 선양 고궁까지 지정되면서 청나라 시대의 황궁은 모두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게 된다.


날씨 좋은 날의 고궁


하지만 베이징과 선양의 고궁은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우선 베이징의 고궁은 거대한 규모에서 오는 위압감이 크게 느껴진다면, 이에 비해 선양 고궁은 다소 정겹다는 인상을 받는다. 실제로 선양 고궁은 베이징의 1/12 수준이다. 높이에서도 베이징은 고개를 들어 올려야 할 정도로 높은 건물이 많은 반면, 선양은 그동안 가본 여러 나라의 왕궁과 비교했을 때 고만고만한 수준이다. 이 정도면 왕조 평균(?)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고궁의 담벼락


그렇지만 개인적으론 두 고궁의 큰 차이점은 해자의 유무에 있다고 생각한다. 베이징은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한 해자가 궁 주위로 둘러져 있는데, 그러다보니 주변과는 격리된 외딴섬처럼 보인다. 반면 선양은 고궁 주위로 주거지가 다닥다닥 붙어있어 하나의 공원처럼 느껴졌다. (공원인데 입장료가 매우 비싼 공원) 이번에 찾아갈 때도 지도상으로는 거의 다 왔는데도 완전 주거지 느낌이라 제대로 찾아가고 있는지 긴가민가 하다가, 모퉁이 하나 돌았더니 갑자기 고궁의 붉은 담벼락이 나와서 신기하게 느껴졌었다.


만주족 복장을 입은 관광객들


고궁 정문에는 평일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여행 내내 보기 힘들었던 한국인들도 여기서 만큼은 여럿 보았다. 대부분은 백두산 등산과 연계해서 온 단체 관광객으로 보였다. 한편 만주족 전통 의상을 입고 사진을 찍는 중국인 여성들도 다수 눈에 띄었다. 전문 포토그래퍼까지 대동하여 촬영을 하는 열정이 대단했다. 한국에서도 경복궁 같은 곳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이긴 하다. 다만 한국과 다른 점은 중국은 워낙 지역과 민족이 다양하다 보니 여행지마다 입는 사람들의 복장이 달랐다. 가령 청더의 티베트 불교 사원에서는 티베트 민족 복장을 입고, 상하이의 수향 마을에서는 남쪽 지방 한족의 복장을 입는 식이다.


패루


나는 고궁에는 입장하지 않고, 그냥 담벼락을 따라 바깥을 한 바퀴 둘러보기로 했다. 사실 60위안(약 만 원)의 입장료가 살짝 부담스러웠다. 중국이 전체적인 물가는 한국보다 저렴하지만 유독 입장료 물가는 비싼 편이다. 어차피 다음 여행지인 청더에서 입장료 지출이 클 것으로 예상되었기 때문에 여기서는 비용을 아끼기로 마음먹었다. 선양 고궁은 유학 당시에 한 번 가보기도 했던 곳이기도 하다.


선양 고궁


10년 만에 다시 찾은 고궁에선 예전보다 관리가 잘 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정문 주변에는 아이들이 뛰어놀기 좋게 공터가 조성되어 있었고, 건물들도 지속적으로 관리가 되고 있는 듯했다. 방문했던 날도 일부 구역은 보수 공사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문득 10년 전과 비교해서 낡아진 것 나밖에 없는 것 같다는 웃픈 생각이 들기도 했다. 혼자 여행하면 이렇게 잡생각이 많아진다.


고궁을 닮은 관공서


선양 고궁의 아름다움은 알록달록한 색상에서 온다. 다시 베이징 고궁과 비교를 하자면 두 곳 모두 빨강, 노랑, 초록의 색상을 많이 사용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만 초록색의 쓰임이 다른데, 베이징에선 초록색이 단청에만 들어간다면 선양은 유약을 바른 초록색 기와를 적극 사용하여 전반적으로 푸릇푸릇한 건물이 많다. 이는 고궁뿐만 아니라 청나라 시기에 지어진 황실 건축에 전반적으로 나타나는 부분이다. (참고로 베이징 고궁은 명나라 시기에 지어졌다) 초록색 기와가 청나라 황실만의 트레이드 마크인 걸까? 나의 뇌피셜이지만 그럴 것 같다. 어쨌든 선양 고궁만의 독특한 미감이 있어서 시내 곳곳에서 이러한 색감을 도시 디자인에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특히 고궁 가는 길에 보았던 초록색 기와를 얹은 관공서 건물이 가장 인상 깊었다.


고궁을 한 바퀴 다 도는데는 약 30분 정도가 걸렸다. 하지만 아직도 기차의 출발시간까지는 여전히 2시간이나 남았다. 그래서 고궁 근처에 있는 ‘장씨수부’까지 둘러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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