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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la Sep 19. 2023

여자라고 핑계대지 말자

<여성, 뇌, 호르몬>을 읽고

"여성, 뇌, 호르몬"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영문 타이틀은 "Demystifying the female brain" 인데,  "여성의 뇌 파헤치기, 혹은 여성의 뇌에 대해 잘못 알려진 진실을 파헤치기" 정도가 되겠습니다.  


호주의 여성 신경과학자가 쓴 책인데 일단 한줄 소감을 먼저 말하자면 "책을 써줘서 너무 감사하다!" 입니다. 여성의 몸을 연구한 논문은 백인 성인 남성을 연구한 논문에 비해 그 양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여성이 그동안 소외되어온 것은 남성중심주의적인 연구문화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여성은 월경을 하면서 신체에 많은 변수가 생기기 때문에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실험은 아무래도 통제하기 어려운 점이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저자는 수정과 태아의 발달, 출생에서부터 유아기, 청소년기를 거쳐 성인기와 노년기에 이르기까지 여성의 일생과 호르몬에 대해 수많은 논문과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깊이 있는 지식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합니다. 저자는 자신의 성장 과정부터 시작하여 남편을 만나 결혼하고 두 아들을 출산하고 키우면서 여성의 몸으로 살아본 경험에 대한 썰을 풀면서, 동시에 각종 연구 결과들을 함께 소개하면서 여자의 신비로운 몸과 이에 얽힌 무식한 상식과 편견을 시원하게 깨부숴줍니다. 모든 여성이 한번쯤 읽어봄직합니다. 저도 스스로에 대해 잘못 알고 있었던 사실들이 너무 많아서 놀랐습니다.






이 책을 읽고 알게된 여성에 대한 편견을 몇 가지 기록해보았습니다.


1. 여성의 뇌, 남성의 뇌가 따로 있다 (x)

여성의 뇌와 남성의 뇌 사진을 섞어서 살펴보면 어떤 사진이 여성의 뇌이고 어떤 사진이 남성의 뇌인지 분간할 수 없다.


-> 성별에 따른 뇌의 차이는 전혀 찾을 수 없다고 합니다. 이는 나아가, 특정 분야, 이를테면 과학분야에 여성이 많지 않은 이유를 선천적인 뇌구조, 혹은 호르몬에서 찾을 수 없다는 뜻입니다. 여성의 활약이 특정 분야에서 여전히 미약한 데에는 사회문화적인 영향이 더 크다는 것입니다.     



2. 여자는 생리 기간에 예민해지거나 우울해진다 (x)

실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여자는 생리 기간에 더 예민해지거나 우울해지지 않는다. 감정은 다른 날들과 비슷하다. 다만 짜증나거나 우울한 일이 생기면 생리 기간이라 호르몬 때문에 그러할 거라고 스스로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은 분명 어떤 이유가 있어서 그런 것이지 생리를 하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다.


-> 이것은 굉장히 중요한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자이기 때문에 생리를 하고, 생리를 하면 생리를 하지 않을 때의 상태, 혹은 남성과 같은 상태보다 안좋은 컨디션이 된다고 여성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이런 생각은 스스로를 위축하기도 하고, 오히려 생리를 짜증 낼 수 있는 좋은 핑계거리로 삼아 더 짜증이 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제 더이상 생리를 짜증낼 핑계거리로 삼지 말아야겠습니다. 내가 짜증난 이유는 분명 진짜 원인이 다른 곳에 있습니다. 여성성을 싸잡아서 문제거리로 생각하는 태도 자체를 여성이 근절해야합니다.



3. 출산을 하면 기억력이 나빠진다 (x)

실험용 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출산을 한 어미는 출산을 하지 않은 객체보다 학습, 기억력, 먹이 찾기, 천적 피하기 등의 과제를 더 잘 수행하고, 더 용감하고, 불안을 덜 느낀다. 실제 엄마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출산한 엄마들은 인지 판단 능력이 높고 영민하다.


-> 이 또한 매우 중요한 사실입니다. 대체로 엄마들은 출산 후에 머리가 예전 같지 않다든지 기억력이 나빠졌다며 지적 능력의 감퇴를 호소합니다. 직장에 복귀하여 예전처럼 일을 잘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엄마들 스스로도 자신감이 결여되고, 남성 위주의 직장에서도 출산 후 직장에 복귀하는 여성에 대해 업무 능력이 떨어진다고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꽤 있을 겁니다. 나이가 들면 판단력이나 기억력은 자연히 조금씩 감퇴하는 것입니다. 이를 엄한 출산과 육아를 원인으로 돌리는 여성 개개인의 생각과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가 잘못 되어도 대단히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성의 몸을 가지고 살면서 굉장히 불편하고 억울하다는 생각을 꽤 자주 하면서 살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더이상 여성이라는 이유로 스스로 내 가능성의 한계선을 그어버리거나, 부정적인 생각의 원인을 여성의 몸으로 돌리는 태도를 버려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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