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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la May 16. 2024

그거 다음 분기에 바뀔거에요.

지금에 충실하자.

일할 때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그 기능 다음 분기에 바뀔거에요. 그래서 지금 작업 안해도 돼요."

해당 기능이 바뀔 예정이니 지금 당장 관련된 문서작업을 필요가 없다는 말입니다. 어차피 내용이 바뀌니 나중에 하면 매몰 비용을 피할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경우도 있었습니다.

A라는 기능이 다음 분기에 A+로 확장될 예정이니 A를 위한 UX 라이팅을 할 때 미리 A+에 맞춰서야한다는 것입니다. 어차피 내용이 바뀌니 미래에 맞춰서 작업하면 매몰 비용을 피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어떤 것들은 시간을 두고 나중에 해도 되는 게 있습니다. 오히려 시간을 두고 하는 것이 전체적으로 봤을 때 더 효율적인 경우입니다. 중간 과정에서 변동성이 심해 계속 고쳐야한다면 기다렸다가 마지막에 작업하는 편이 매몰 비용을 줄이는 것이죠. 예를 들어, 번역을 하는데 원문이 아직 다 완성이 되지 않았다면, 미리 번역을 하는 것보다 원문이 완성이 된 후에 번역을 시작하는 게 낫겠죠. 여러 차례의 리뷰 과정을 거쳐서 완전히 다른 글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와이어프레임을 그리는 것도 기획서가 완성이 된 후에 시작하는 것이 혼선과 매몰비용을 줄일 수 있겠죠. 너무 당연합니다.


하지만 나중에 바뀌고 수정을 해야하더라도 지금 당장 해야하는 일이 있습니다. 아무리 변동성이 심하더라도요. 예를 들면, 위에서 든 첫번째 사례의 경우 아무리 다음 분기에 기능이 바뀌더라도 당장 내일 해당 기능에 대한 문서가 필요한 유저가 있다면, 다음 분기에 내용을 수정하더라도 지금 당장 문서 작업을 해야합니다. 이것은 매몰 비용이 아닙니다.


두번째 사례의 경우도 비슷합니다. 지금 당장 유저에게 제공되는 기능을 유저가 가장 쉽게 이해할 있는 방향으로 UX 카피를 작성해야합니다. 지금 해당 기능을 사용하는 유저는 다음 분기에 예정기능 확장의 맥락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것은 시간을 두고 해도 되고 어떤 것은 당장해야할까요?

오늘 당장 하면 이번 분기동안은 확실한 효용이 있는 일인데 다음 분기에 추가적인 수정작업을 할 수도 있는 것과, 오늘 당장 하면 이번 분기동안 효용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지만 (효용이 없는 쪽에 배팅을 하고) 다음 분기에 일은 한번만 하는 것 사이의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것인 상황입니다.   


어렵나요? 그 판단은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 저는 유저만 생각하면 답이 쉽게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결정에 있어서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가 유저에게 정확하게 효과적으로 전달되는지를 보면 됩니다. 유저가 실시간으로 접근하는 프로덕트의 경우 더욱 그렇습니다. 지금, 오늘, 당장 프로덕트에 유입한 유저에게 유저의 시선과 맥락에서 최적의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해야합니다. 다음 달, 다음 분기에 다 뜯어고쳐야한다고 해도 말이죠.

 

이렇게 글로 쓰니 굉장히 당연한 것이라 굳이 글로 기록할 것까지 있나 싶긴한데, 생각보다 프로덕트 개발 조직 내에서 일을 하다보면 의외로 자신의 일을 '유저를 위한 일'이 아닌 '일로서의 일'로 생각하게 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한가지 더 중요한 것은, 세상에 계획대로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입니다. 다음 분기에 어떤 계획이 있다고 하는 것은 사실 아무런 계획이 없다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 누구도 3개월 간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릅니다. 계획이 변경되고 기능이 다른 방식으로 바뀌거나 아예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 퇴사를 할 수도 있습니다.


요즘 회사들은 연간 계획을 세우지 않습니다. 비지니스에는 너무나 많은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에 일주일, 한달, 한 분기 정도의 계획만 세우고 그때 그때 변수에 따라 계획을 다듬어나갑니다. 계획을 세우고 계획대로 하는 것이 일을 잘하는 것일까요? 과거에 세워둔 계획에 따라서만 일을 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현재에는 과거에 없었던 새로운 정보와 맥락이 반드시 존재하기 때문이죠. 큰 계획은 느슨하게 세우되, 가까운 미래를 위한 오늘의 계획은 구체적으로 짜서 바로 실행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요즘 자꾸 미래를 생각하면 불안감이 엄습합니다. 이걸 해야하나, 저걸 알아봐야하나, 이걸 배워야하나 수도 없이 많은 생각이 듭니다. 자꾸 대단한 계획을 세워야할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이죠.


그저 '눈이 반짝반짝한 할머니 되기'라는 인생의 큰 목표를 달성하자는 생각만 가지고, 당장 나의 유저, 그러니까 나의 동료, 나의 가족, 나의 친구들만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계획하고 당장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서 살기로 오늘도 다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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