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너무 많다고 앓는 소리를 하는 직원들이 있습니다. 매일같이 야근을 합니다. 야근을 너무 많이 했다고 다음날 늦게 출근합니다. 결국 오전 미팅 참석을 못합니다. 그리고 또 야근을 합니다.
제 기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행태인데 그들을이해를 해보고 싶어서 글을 써보았습니다. 물론 일반적인 지식노동자 기준입니다.
1. 일이 너무 많아서 야근해야한다?
회사와 나는 계약 관계에 있습니다. 회사가 수익을 내는데에 있어서 필요한 일 중 특정 범위의 업무를 내가 처리하는 대신 일정 금액을 월급으로 받겠다고 계약한 것입니다.일이 너무 많아 다 하지 못하는 경우는 두 가지 경우일 것입니다.
-업무숙련도가 낮아 일 처리가 늦다
- 일의 물리적 양이 압도적으로 많다
첫번째의 경우 어쩔 수 없습니다. 업무 숙련도를 높여야 합니다. 보통 연차가 쌓이면서 감도 생기고 스킬도 늘기 때문에 일이 어느정도 손에 익을 때까진 내가 내 시간을 추가로 써서라도 일을 하는 게 단기간에 실력을 올리는 방법입니다. 이때 하는 야근은 본인의 업무 숙련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자기 자신에게 하는 투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새로운 업무를 맡았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연히 업무 처리가 조금 더딜 수 밖에 없어 일이 너무 많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시간을 투자해서 업무를 잘 익히면 새로운 업무에 대한능력치가 올라갑니다. 그렇게 내 무기가 생기고 연봉 협상 혹은 이직 협상 시 몸값이 올라가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런 경우는 야근을 하더라도 일이 너무 많다고 앓는 소리 할 게 아니라 좋은 기회로 포착하고 열심히 일해서 경험과 실력을 쌓을 투자의 시간으로 삼아야합니다. 뭐든지 일로 마주하고 마감이 닥쳐야 내가 어떻게든 공부하고 배울 수 있는 것이지 막연하게 알아볼까?라는 생각으로는 내 것으로 배우기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두번째의 경우는 내 상사가 내가 하는 일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느 정도의 물리적 시간이 필요한 일인지 진짜 몰라서 일을 너무 많이 주는 경우가 대부분일 겁니다. 이땐 지속적인 보고를 하면 됩니다. 물론 구체적으로 내가 맡은 업무의 특성과 나의 업무 숙련도에 대해 공유를 해야 당신이 나에게 맡긴 일이 왜 절대적으로 업무 시간 안에 처리가 불가능한 건지 설득이 되겠죠. 따라서 나의 업무 능력에 대해 나 스스로 자신이 있는 사람이 이런 보고도 잘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일의 물리적 양이 압도적으로 많은 경우, 내가 업무 능력에 자신이 있고, 상사를 설득시킬 수 있는 소통 능력이 있으면 두번째의 경우도 해소가 됩니다.
2. 사회생활 초년생도 아니고 처음 맡아본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일이 너무 많다고 한다?야근을 밥 먹듯이 한다? 가정이 없다면 정처없이 오갈 데 없는 시간을 그저 일이 많다는 핑계로 회사에 눌러담는 것이고, 가정이 있는데도 그런다면집에 들어가기 싫은 것입니다.
두 경우 모두 무언가에서 도망가려 하는 것입니다. 전자는 내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버거워 나와 대면하는 시간을 야근으로 도피하는 것이고, 후자는 가정에 문제가 있어서, 혹은 가정에 충실하지 못해서 야근으로 도피합니다.
밥 먹듯이 야근하는 직장인의 대부분은 이런 도피성 야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야근을 일삼는 사람을 일 잘하는 사람, 성실한 사람, 유능한 사람으로 잘못 인식하는 조직은 정말이지 건강하지 못한 조직입니다.
습관적 야근은 업무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이 건강하지 못한 마음과 정신으로 인해 나타내는 결과이자 현상입니다. 이들은 일이 많다고 투덜대면서 사실은 이렇게 외치고 있습니다. '나 일을 정말 못해요!', '나 너무 외로워요! 저녁 6시 이후엔 아무데도 갈데가 없어요!'
고용주 입장에서 야근하는 직원을 믿을만한 직원, 성실한 직원으로 착각하면 안되는 이유도 명확합니다.
야근을 습관적으로 많이 하는 사람은 회사 내 빌런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마음이 건강하지 못해서 야근으로 도피해놓고 야근하는 것이 마치 조직에서 어떤 훈장같은 것이 되어 자신이 뭐라도 된냥 거만해집니다. 본인만큼 이 회사에 진심으로 열정을 다해 일하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알 겁니다. 창업자도 아니고 스톡도 없이 계약 연봉 받고 일하면서 회사 일에 하루 종일 매여 있는 것은 아무런 업사이드가 없다는 것을. 그러다보니 회사에 또 불만이 생깁니다. '내가 이렇게 야근을 하는데 왜 나의 가치를 인정해주지 않는거야!' 이런 사람은 특별한 성과 없이 연봉을 올려주기도 애매하고 그런데 회사에 불만은 많고, 야근을 많이 하다보니 회사 사람들에게도 불만을 토로할 시간도 많습니다.
야근을 안하는데 일에 빵꾸가 나지 않는 직원이 유능하고 믿을만한 직원입니다. 일도 업무 시간 내에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데다가 마음과 정신이 건강하다는 뜻입니다. 회사 밖에서 자신만의 시간을 잘 보낼 수 있는 사람이고 일을 도피처로 삼지 않는 람입니다. 가정이 있다면 가정에 충실하기 위해 더더욱 시간내에 일을 처리하고 계약한 대로 월급을 꼬박꼬박 받고자 일할 것입니다. 혹은 월급을 더 올려보고자 새로운 업무에 도전도 해볼 수도 있습니다. 기존 업무에 대한 숙련도가 높으니 또 새로운 걸 해볼 여유가 있는 것이죠.
사람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하루에 몇 시간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사람마다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의 양도 다 다를 것입니다. 하루에 12시간 넘게 회사에 있는다고 일을 절대로 더 잘하거나 더 많이 하지 않습니다. 어차피 각자 집중할 수 있는 시간만큼 밖에 일을 못합니다. 많아야 하루에 5-6시간입니다.
야근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조직이 건강해지고 나아가 사회도 더 건강해지고 생산성도 올라갈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주변에 외칩니다. 야근 빌런 O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