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저는 야구선수였습니다. 겉으로 봐서는 지금의 직장이나 재정 컨설턴트라는 직업과는 전혀 관련성이 없는 경력입니다. 업종과 직무가 모두 다르니까요. 그러나 생각해보면 선수 시절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함께 했던 경험이 지금 재정 컨설턴트와 리쿠르팅 일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이제 막 커리어를 시작하려는 사람으로서 가장 듣기 두려운 말 중 하나가 ‘첫 직장이 중요하다.’ 혹은 ‘커리어를 잘 쌓아야지’ 등과 같은 조언입니다. 하지만 취업 준비생들이 커리어 패스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경우는 아주 드물 수밖에 없습니다. 최단 12년부터 최장 18년을 거의 공부에 몰입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니까요. 또 주변에 커리어 패스에 대해 이야기해주는 사람도 많이 드뭅니다. 취업률이 낮다 보니 장기적인 미래를 생각할 여유가 없고, 당장 좋은 곳에 취업해야 한다는 생각과 여론이 지배적이니까요.
그 때문에 ‘첫 직장이 중요하다’라는 말은 ‘대기업에 들어가 높은 연봉과 좋은 복지를 누리고 눈을 높여야 한다.’는 뜻이 되어버렸습니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요. 체계적인 시스템이 있는 곳에서 높은 연봉으로 시작하면, 직무 기초도 탄탄하게 쌓을 수 있고 나중에 이직할 때 큰 도움이 되니까요.
그러나 아시다시피 성공의 출발점과 대기업 입사는 동의어가 아닙니다. 대기업에 입사했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보다 더 우수한 커리어를 쌓았다고 단정 지을 수도 없죠. 또한 최근에는 이직문화가 보편화되어, 1~3년 차 신입사원들의 평균 이직률이 약 30%를 기록했습니다. 또 취업 포털 사이트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입사 3~5년 차 미만 정도의 직장인의 80%가 이직할 타이밍이라고 생각하고 있기도 하고요.
그렇다면 아직도 ‘첫 직장이 중요하다’라는 말은 아직 유효할까요? 저는 반은 틀리고 반은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취업 준비생이거나 이직을 고민하는 분들이라면 어떻게 커리어 패스를 쌓아야 하는지에 대해 정리해봤습니다.
첫 직장을 신중하게 골라야 하는 것은 맞지만, 초점을 대기업 입사에만 맞추는 것이 정답은 아닙니다. 장기적으로 뚜렷한 경력 목표를 갖고, 전문성을 쌓는다면 충분히 ‘반전의 기회’가 주어지는 세상입니다. 특히 과거에 비해 하루아침에 기술이 발전해가고 있고 그에 따라 직업이 사라지기도 생기기도 하는 세상이니까요.
하나, 일을 빨리 시작하는 것도 방법이다.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르니 강요 사항은 절대 아닙니다만, 저는 취업준비 기간을 줄이고 빨리 일을 시작해보는 것도 커리어 패스를 그리는데 좋은 경험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본인의 커리어 패스를 그리는데, 스스로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부딪혀보며 해 나가는 것이죠. 일은 해보는 것과 안 해보는 것이 정말 다르니까요. 식상한 말이지만 도전해보는 것에 의의를 두는 거죠. 이전에 제가 취업 상담을 해준 후배 이야기를 들려드리죠.
후배는 대학을 졸업을 하자마자 바로 전시/컨벤션 기획사들을 관리하는 공기업에 취업을 했습니다. 전공과는 전혀 다른 직종이기에 어떻게 하다가 그 길에 들어섰냐고 물어보니, 4학년 마지막 학기 때 관련 분야에서 인턴을 했다고 합니다. 인턴을 해보니 전시/컨벤션 분야는 너무 흥미롭지만 기획은 영 적성에 맞지 않았고, 기획사를 관리하는 공기업에 대해 알게 되어 취업에 성공했다고 합니다. 이때 후배가 덧붙였던 말이 있습니다. “만약 제가 기획사에서 인턴을 해보지 않았더라면 저는 기획사에 들어가기 위한 취업 준비를 계속하고 있었을지도 몰라요.”
이 친구는 본인이 직접 경험한 바에 의거해 커리어 목표를 정했고, 덕분에 27살이라는 나이에도 벌써 4년 차라는 커리어를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꽤 성공적인 사례이기는 하지만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신입사원의 30%가 1년 이내 이직을 결정한다는 이야기는 우리나라의 직장 만족도가 낮다는 이야기이고, 어느 직장에 들어가도 완전히 만족하기는 힘들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여유가 된다면 빠르게 직장을 잡아서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혹여 첫 직장을 잘못 선택했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이를 실패로 여기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잘못된 선택을 했다 한들, 새로운 눈을 트이는 기회로 삼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래에 언젠가 도움이 되는 경험이 될 테니까요.
둘, 역량 관리에 중점을 두자
그렇다면 첫 직장은 어떻게 선택해야 할까요? 앞서 말씀드린 대로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하기로 결정했다고 해서,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무작정 들어가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회사 네임 밸류, 연봉, 복지, 성장 가능성 등 회사를 선택하는 많은 기준이 있습니다만, 이직을 염두에 둔다면 본인의 성장 가능성을 가장 우선순위로 두어야겠죠.
여기서 많은 분들이 첫 직장의 연봉이 미래의 연봉 기준이 되는 것을 걱정합니다. 하지만 첫 직장의 연봉이 미래의 연봉을 좌우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본인의 전문성과 경력, 역량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면 충분히 목표한 곳으로 이직을 할 수 있습니다.
첫 직장에 성공적으로 입사했다면 이제 역량 관리에 중점을 둬야 합니다. 외국어나 자격증 등 직장 생활을 하면서 필요하다고 느껴지는 특기가 있으면 꼭 시간을 쪼개서 준비해야 합니다. 혹은 직무 관련 모임에 참여하여 인적 네트워크를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요즘엔 SNS나 모임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꽤 많은 직무 관련 모임이 있습니다. 모임이 부담스럽다면 관련 강연을 들어 보는 것도 좋습니다. 멘토로서 직장 선배도 좋지만, 밖으로 시야를 넓혀서 최대한 많은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좋으니까요!
셋, 첫 직장이 중요하다는 말이 반은 유효한 이유
제가 첫 직장이 중요하다는 말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첫 직장을 잡고서 이직 타이밍을 멍하니 기다리면 안 된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 옷을 입을 때 첫 단추를 잘못 꿰었다면, 그대로 끝까지 꿰지 말고 빠르게 단추를 다시 채워야 하니까요.
그러기 위해서는 이직과 퇴사의 신호를 놓치면 안 됩니다. 첫 직장을 신중하게 선택했든 아니든 입사를 하게 되면 이 직장이 나와 맞는 곳인지 판단을 하셔야 합니다. 판단하는데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수는 있지만, 결국 본인이 직접 느끼고 판단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물론 이는 두 번째, 세 번째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은 한 번 어느 자리에 안착하게 되면, 그 자리에 머무르려는 관성이 생깁니다. 직장 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의 생활이 익숙하니 처음의 목표를 잊게 되고, 더 좋은 곳으로의 이직 기회가 찾아와도 놓치거나 더 이상 회사에서 성장할 수 없음에도 안주하게 되는 것이죠.
현재 직장이 장기 근무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환경을 제공하고, 지금도 아주 만족스럽다면 해당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에 그렸던 커리어 패스를 떠올려 보세요. 본인이 처음에 생각했던 대로 잘 흘러가고 있는지, 업무 능력뿐만 아니라 인적 네트워크도 잘 형성되고 있는지를 말이에요.
제가 판단했을 때 가장 확실한 이직 신호는 주변 동료들을 살펴보는 것입니다. 선배, 동기, 후배들을 찬찬히 둘러보았을 때 그들이 어떤 자세로 업무에 임하는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일을 하는지 들여다보세요. 특히 선배들이 매너리즘에 빠져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본인의 성장 가능성을 위해 빨리 다른 곳으로 이직하는 편이 좋겠죠.
또 그들이 어디로 이직하는지 살펴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본인이 목표한 바와 다른 방향으로 동료들이 이직한다면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가 원하는 역량을 기를 수 없는 곳일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본인은 마케팅을 하고 싶은데 동료들이 자꾸만 영업 직무로 이직을 한다면 뭔가 잘못됐음을 느껴야겠죠.
이러한 요소들은 3년 정도 근무하지 않으면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들입니다. 반면 짧게 일하고도 첫 직장이 잘못됐음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좋은 사수를 만나지 못했거나, 말도 안 되는 처우를 받는다면 새로운 직장을 찾는 것이 좋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첫 직장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첫 직장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좋은 기회가 되기를 바라며, 스티븐 잡스가 스탠퍼드 대학 축사에서 언급했던 ‘Connecting the dots’의 일부를 발췌해왔습니다.
우리는 현재의 일들을 미래와 연결 지을 수 없습니다. 오직 과거와 연결 지을 수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여러분들은 현재의 일들이 미래에 어떤 식으로든 서로 연결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야만 합니다. 아무리 험한 길이라 하더라도 말입니다.
그의 말처럼 조금 돌아가더라도 의미 없는 경험이란 없습니다. 오히려 더욱 단단해지는 초석이 될 수도 있죠. 이 의미를 마음속 깊이 아로새겨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