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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옥수수 Jul 23. 2023

딩크 vs 아이 있는 삶에서 돈이 차지하는 비중

여태까지 돈에 대해 실패했던 이유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자를 꿈꾼다.

나 또한 돈에 대한 글을 써 내려가고 있는 이유다.

지난 화에서 부자가 되는 첫 번째는 '돈에 대한 실패'를 돌아봐야 하는 것이고,

실패 중 첫 번째는 돈에 대해 많이 벌고 싶은지 적게 벌어도 행복한지 '헷갈리지만 않으면 된다'라고 했다.


난 여전히 헷갈린다고 말했다.

뜻밖에 남편 덕분에 헷갈리는 이유를 찾았다.

어느 날 생각을 많이 한 듯한 남편이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딩크(정상적인 부부 생활을 영위하면서 의도적으로 자녀를 두지 않는 맞벌이부부. Double Income No Kids)'를 선택하는 건 어떤지, 생각은 해봤는지 물어온 것이다.


조금 쿵- 했다.

경제적으로 힘든 건 당연하고, 아이를 통한 행복 말고 속상하고 힘들 경우도 감당할 수 있는지 물어오는데.. 대답을 못했다.

단 한 번도 딩크라는 선택지를 고민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인생에서 처음으로 '아이 없는 삶'을 상상해 보기 시작했다.

내 취향대로 미래를 그려보면,

둘이 열심히 벌고 모아서 내 집 마련을 하고 노후준비를 하겠지.

그리고 가깝고도 먼(?) 미래에 태어날 아이를 위해서 무언가 쫓기듯 돈을 모으는 지금과 다르게 해외여행이나 여가를 맘껏 즐기겠지.

그렇게 꿈꾸던 주택살이도 바로 시작할 수 있을 거고 나쁜 게 하나 없었다.


아이 없는 삶을 꿈꾸다 보니 나는 정작 '돈'과 '아이'와 밀접한 관계를 두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나도 모르게 아이를 낳아서 기르게 되면 돈이 많이 필요하니까 부자가 되려고 했던 거였다.

돈에 대한 무지도 실패도 반성했던 이유는 모두 그 이유였다.


딩펫족(아이를 낳아 기르는 대신 반려동물을 기르며 사는 맞벌이 부부)도 생각해 봤다.

본가에서 키우고 있는 반려견이 있기 때문에 그 행복을 더더욱 잘 알고 있다.

수만 가지 이유로 아이를 낳지 않아도 괜찮았다. 아니, 어쩌면 더욱 합리적인 선택이 맞았다.


둥지가 없고 먹을 게 없으면 본능적으로 자손 번식을 안 한다는 생물학적 관점도 맞고,

자살률 1위, 양육비 1위, 저출생 1위이고, 행복지수는 57위인 나라에서 아이를 낳는 건 계산상 아무리 따져봐도 마이너스가 확실하다.

딩크족이나 딩펫족이 된다고 상상만 해도 홀가분하고 자유를 얻은 느낌이 들었다.




굳이 부자가 될 이유가 없었다.

나라는 사람은 확실하고 분명하게 '아이'를 낳는지 여부에 따라

인생에서 돈이 차지하는 비중이 90%까지 달라진다는 걸 확인했다.

아이를 낳지 않는다고만 선택하면 이 글을 연재하는 걸 당장 그만둬도 될 정도다.


그렇다면, 어떤 선택을 할지가 남았다.

나 자신에게 물었을 때 가장 정확한 답변을 얻을 수 있는 건 

눈 뜨자마자 맞이하게 되는 고요한 아침이다.

모든 찌꺼기들이 가라앉은 순수한 시간.

그때마다 돌아온 답변은 모두 '그럼에도 불구하고'였다.


삼십몇 년의 인생 동안 참 힘든 일도 많았다.

배워야 할 건 왜 이리도 많으며 알아야 할 것 투성이에 지치기도 했다.

생을 마감하고 싶다는 생각도 할 만큼 큰 시련도 두 번이나 있었다.

반면에 가슴 뛰고 설레서 잠도 못 잘 정도로 고양된 시간들을 보낸 적도 많았다.


삶이 힘들다고 해서 아름답지 않은 건 아니며,

아름답다고 해서 슬픔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이 모든 생 자체를 누군가에게 선물한다는 건 실로 엄청난 일이 아닐까?




얼마 전, 관점에 변화를 주는 영상을 하나 보게 되었다.

힘든 게 꼭 나쁜 거냐는 관점이었다.

힘들면 마라톤은 왜 하냐며 말하는 영상 속 주인공의 말이 꼭,

애 낳아서 키우면 힘들고 가슴앓이 하느라 힘들 것 같다며 중얼거리는 나에게 하는 말 같았다.


남편과 오랜만에 막걸리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여태까지 돈이 많아야 아이에게 좋은 부모가 될 거라는 공식만 생각했는데

사실은 더 중요한 게 5만 8천 가지는 되는 것 같다고.


어릴 때를 떠올려보면,

엄마가 앞치마 하고 맛있는 간식을 내어줄 때, 아빠와 엄마가 다정하게 이야기 나눌 때 행복했다. 

그 밑바탕엔 경제력이 중요했다는 말도 맞지만 가장 불행했던 건 결국, 사랑이 없었을 때였다.

온 집안에 사랑이라곤 찾아보기 힘들 만큼 퍽퍽했던 때였다.


우리 부부는 아이 있는 삶을 선택하기로 했다.

비자발적인 경우에 딩크족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말이다.

돈을 대하는 태도 또한, 바꾸기로 했다.


아이 있는 삶에서 돈은 매우 중요하지만 그 압박감이 현재를 누르고 있는 무게를 인지하고 받아들이는 게 첫 번째.

두 번째는 돈에 대해 공부해 나가면서 제일 중요한 건 사랑임을 잊지 말자는 다짐.

돈에 별로 흥미가 없었던 과거는 어떤 동기부여가 없어서였던 것 같다.

확실한 동기가 생겼으니 다음 편부터는 재미있게 실패담을 늘어놓아야지.


돈으로 시작해서 사랑얘기로 끝난 술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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