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에선 I가 되겠네요
장래희망은 회사원이 아니었습니다만
회사를 다니고 있어요.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장래희망인
평범한 직장인의 꿈과 일상을 기록합니다.
퇴근하고 남편과 동네 파스타 집에 갔다.
새로 이직한 회사가 어떤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남편의 고민을 듣게 되었다.
다름 아닌 '더 친해지길 바라'라는 상사의 코멘트였다.
여기서 중요한 건 '더'이다.
지금보다 더 친하게 지내라는 게 문제였다.
MBTI에선 I, 내향적인 남편은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외향적이고, 수다를 즐겨하는 분들이 많은 환경이라 티가 안 났다.
그래서 힘들다고 했다.
그래서 더 노력해야겠다고 했다.
남편은 혼자 있어도 충분히 행복한 사람이다.
사람들이랑 어울리는 게 어려운 내성적인 성향보다는
내부로부터 에너지를 얻는 내향적인 사람.
그런 내향인의 회사생활은 쉽지 않아 보였다.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에너지를 얻지 않다 보니
스몰토크부터 회식, 산악회 등의 행사가 이 사람에겐 또 하나의 일처럼 느껴졌다.
반면에, 이 사람 저 사람을 만나는 회사생활이
나 같은 외향인에겐 삶의 활력을 줄 정도였다.
본래 굉장히 내성적이고 내향적이었던 나의 어린 시절.
초등학교 때 한 명씩 돌아가면서 반장을 했는데 일일 반장의 역할은 이러했다.
선생님이 들어오시면 "차렷, 열중쉬어, 선생님께 경례!"라고 말하기.
일어나서 이 한마디를 하는 건데 매일매일 내 차례가 오지 않게 빌고 또 빌었다.
중학생이 되어서도 여전했다.
버스에 올라타면 모두가 앉아있고 나 혼자 돈을 내느라 일어서 있는 시간조차 부끄러웠다.
자리를 찾아 앉기 전까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고,
속으로 '빨개지지 말자. 빨개지지 말자'를 수없이 되뇌었다.
그만큼 내성적이고 내향적이었던 내가 변하게 된 이유는 있었다.
세상이 그걸 원하더라는 것이다.
진짜 세상으로 나가는 첫 관문 '취업'때 뼈저리게 느꼈다.
모두 다른 일을 하는 회사인데 인재상은 똑같았다.
적극적이고, 도전적이고 외향적인 사람.
초등학교 때 일일 반장을 시킨 선생님의 의도도 이해가 됐다.
하지만 외향적인 나도 첫 회사 생활 때 '빨리 친해지라'는 얘기로 힘이 들었다.
친해야 일이 잘된다는 공식은 너무나도 단단하고 공공연했다.
하루에 한 번씩 친해지기 위해 선배에게 전화를 하라는 강요는 숨이 막혔다.
나는 변했지만 내향인을 사랑한다.
내 주변 친구들은 내향인이 더 많다.
내향인이라서가 아니고 사랑했는데 내향인인 거다.
나는 집에서 혼자 책을 읽고 쉬면서도 에너지를 충전하지만
사람들을 만나고 밖을 돌아다녀도 에너지가 충전된다.
외부에서 얻는 에너지가 더 많을 뿐이다.
그래서 MBTI가 인사말이 된 게 좋다.
나와 다른 사람이라는 걸 인식하고 노력하려는 행동 같다.
물론, 그 틀 안에서만 바라보면 안 되지만.
부모는 아이가 내향적이고 내성적이면 걱정을 한다.
상대적으로 외향적인 사람이 세상을 살기 쉽다고 생각해서란다.
남편도 아이는 외향적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어떤 게 정답인지는 모르겠지만
내일부턴 내향인 동료에게 말을 좀 덜 걸어야지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