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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행자 Oct 05. 2019

몸 vs 마음

#13. 아이와의 시간은 늘 그렇듯 후회가 없다.


제는 몸살에 목감기가 호되게 걸려 컨디션이 뚝 떨어져 일찌감치 퇴근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안 그래도 한 시간 거리의 퇴근길이 쉬엄쉬엄 오다 보니 두 시간이 넘게 걸리더라. 아흑 ㅠㅠ 지친다 정말.

그렇게 돌아와 오후 내내 잠만 자다 저녁에 일어나니 그나마 몸살 기운은 사라지고 목은 여전히 따끔따끔. 그래도 살만하다. 다행이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많이 회복되었다. 약간의 기침과 목 통증은 걸리적거리지만, 간만에 찾아온 화창한 주말 뉴질랜드 날씨는 아이를 위해 기꺼이 일어나 야외활동을 계획할 가치가 있다.



나와보니 역시 정말 잘했다 싶다. 아이와의 시간은 늘 그렇듯 후회가 없다. 맑은 하늘, 화창한 햇살, 적당한 바람과 함께 불어오는 봄내음은 떨어졌던 컨디션도 끌어올려주는 듯하다. 거기에 아이의 웃음은 그야말로 화룡점정. 보너스로 수프림 플랫 화이트 커피까지.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꽃밭에서 사진을 찍어 준다고 했더니 자연스럽게 자세를 취한다. 이젠 나름 사진 찍히는 걸 즐기며 제법 포즈를 잡는 아이를 보고 있자면 잘 찍지도 못하면서 좋은 카메라를 사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물론 이 충동은 감히 입 밖으로 내뱉지도 못하고 삼켜버리지만.

누구는 행복은 마음가짐에 따라 스스로 만들 수 있다 말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몸과 마음은 서로 분리된, 독립된 실체가 아니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고 말한다. 둘 다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결국 중요한 건 선택이다. 몸이든 마음이든 지속적으로 관리하려 애쓰는가 아니면 그냥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 두느냐의 문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선순환과 악순환의 굴레로 들어가게 될 것이다.

안타까운 건 답을 알면서도 이 일이 생각보다 어려운 문제로 다가올 때가 많다는 거다. 몸도 마음도 고단하고 지칠 대로 지쳐 정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그럴 때가 있지 않은가.

그럴 때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려보자. 그리고 그 사람과의 행복한 시간을 상상해보자. 어쩌면 내 지친 몸과 마음을 조금이나마 달래주며 선순환을 기대하게 해 줄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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