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우리 할무니를 부를 때
호랭이 할무니라고 불렀지요
할무니는 호랭이를 신령님이라 했지요
그윽한 그 눈빛이 그렇게 무섭대나요
고갯길 넘어가는 길에 떡하니 버티고 있는
그 신령님이 그르릉 목을 가다듬으면
온 세상이 그렇게 웅웅 울린대죠
신령님이 좋아한다는 곶감을 손대면
어찌나 불호령을 내리시는지 몰라요
불호령을 들으면 눈물을 뚝뚝 흘리는데
잘 밤이 되면 할무니는 스윽 곶감을 쥐여줘요
아가 아가 신령님이 먼저 잡수셔야 해
아가 아가 할무니가 혼내켜서 미안해
그 말을 들으면 입 안의 곶감처럼
내 마음은 한없이 달큰해지면서 녹아내리죠
할무니는 신령님이 중하댔어요
잘못하는 것들은 죄다 안다구요
그래서 찬찬히 다니고 나쁜 말은 하지 말랬지요
할무니는 나를 무릎에 앉히고
신령님 이야기를 이렇게나 많이 해줬어요
할무니는 나에게 잘 지내라는 말을 하구선
먼 길을 지팡이 짚구서 그렇게 떠났어요
할무니 할무니 우리 할무니
할무니는 신령님이랑 오손 도손 잘 지내고 있을까요
맑은 날에 비가 내리면 호랭이 장가 간다는데
난 호랭이보다 우리 할무니가 생각나요
호랭이 신령님 이야기 하던 우리 할무니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