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녀가 땅으로 굽어가고 있는 절이 있어
망와 아래 있는 풍잠도 떨어지고
내림마루의 기와도 다 밀려있는 걸 보구선
늘 마음이 초조한 이들이 있지
지금이야 괜찮다지만 땅이 흔들리고 비바람이 거세면
벌어진 기와 사이 물이 들어차지는 않을까
안 그래도 기울어진 추녀가 더 고개를 숙이진 않을까 하고 말야
사실 불안해하는 건 사람 뿐만일지도 모르겠어
추녀마루 망와 위 새는 저렇게나 늠름하게 서있는데 말야
사람도 나이가 드는데 하물며 오랜 건물이라고 다를 건 없을 거야
오랜 건물도 나이를 먹어가면서 허리가 굽고 고개를 숙이는 거겠지
그럼에도 여태 잘 버티고 있는 건
어쩌면 저 새처럼 헛헛한 마음은 감추고
당당하게 버티려고 하는 의지가 있어서 아닐까
그 절에 가면 내림마루 끄트머리 망와엔 늘 새가 머물러
푸르른 하늘 아래 바람이 거세게 불어도 아무렇지 않은 듯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