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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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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씀 Dec 05. 2024

어둠의 끝에서 말없이

이 밤은 도무지 끝나지 않는다


창문을 두드리는 바람은

내 이름을 모르는 듯 흘러간다


내가 부서진 의자에 앉아

멈춰진 시계를 바라볼 때

누군가는 아무 말도 없이

손가락 끝으로 시간을 덮었다


길 위엔 아무도 없고

가로등은 낮은 체온으로 떨었다


누군가 쓰다 버린 담배처럼

이 거리는 한 줌의 연기로만 남았다


말이 필요 없는 순간이 있다


어떤 침묵이 내게 흙처럼 스며드는 밤

부서질 듯한 관계 사이에 고요가 물결친다


그 순간 나는 깨닫는다


모든 상처는 소리를 잃고

모든 위로는 침묵으로만 완성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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