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소 울 수 있게 되었다
잿빛 하늘이 온 도시를 삼킨 날
나는 끝내 눈물을 삼켰던 그때를 떠올렸다
기차역에서 굴러다니던 종이컵처럼
나도 아무데도 닿지 못한 채 흔들렸다
한때는 철길 위로 서성이던 꿈도
길을 잃고 어두운 터널 속에서
벽을 긁는 소리가 되었다
누구도 나를 찾지 않았고
나는 누구도 부르지 못했다
비로소 울 수 있게 되었다
낡은 창문 너머로 무너지는 빛처럼
하나 둘 부서진 내 목소리들이
천천히 내게로 돌아와 몸을 감쌌다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손으로
나는 내 이름을 꺼내어 쥐었다
어디론가 흘러가는 물방울처럼
울음은 길을 찾아 떠났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
그늘진 골목 끝 내가 잃어버린 오래된 꿈 속으로
언제 그랬냐는 듯 그렇게 무던히 돌아올 것을
비로소 울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느린 자유인지
어디에도 쓰이지 않는 말들 속에서
나는 처음으로 숨을 쉬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