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밤은 도무지 끝나지 않는다
창문을 두드리는 바람은
내 이름을 모르는 듯 흘러간다
내가 부서진 의자에 앉아
멈춰진 시계를 바라볼 때
누군가는 아무 말도 없이
손가락 끝으로 시간을 덮었다
길 위엔 아무도 없고
가로등은 낮은 체온으로 떨었다
누군가 쓰다 버린 담배처럼
이 거리는 한 줌의 연기로만 남았다
말이 필요 없는 순간이 있다
어떤 침묵이 내게 흙처럼 스며드는 밤
부서질 듯한 관계 사이에 고요가 물결친다
그 순간 나는 깨닫는다
모든 상처는 소리를 잃고
모든 위로는 침묵으로만 완성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