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일상 시선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씀 Nov 30. 2024

망각의 밤

돌아가는 길 위에선

모든 것이 낯설었다


언제부터인가 눈 속 깊이 묻혀 있던 이름

비명처럼 사라져가는 목소리들


나는 한 번도 불러보지 않은

단 한 줄의 기도를 떠올리며

입술을 깨물었다


망각은 빛을 삼키는 짐승

벽에 기대어 흔들리던 그림자마저

내 것이 아닌 듯 흩어졌다


사라지는 것이 두려워

손에 쥐었던 흙

그 속엔 차갑고 낯선 뿌리만 남아 있었다


밤은 깊었고

머리칼 사이로 새어드는 침묵은

서늘하게 나를 스쳤다


불빛조차 잠든 거리에서

나는 두 번 다시 잊을 수 없을

기억의 문턱을 지나쳤다


망각은 끝이 아니라는 것


그 맨 끝에서 또 다른 나를 마주칠까 두려워

나는 내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