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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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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씀 Dec 16. 2024

침묵

희미한 밤이 한 움큼씩 무너진다


저기 하늘 속 깊은 곳에서

달은 구름의 어깨를 슬며시 넘어가고

그 몸을 감춘다


멀리서 들려오는 나직한 목소리

구름의 한숨 같은 울음


보름달은 점점 더 희다 못해

깨끗하게 흐려지고

마침내 누군가의 얼굴이 된다


나는 알 수 없다

이 풍경이 애초부터 내 것이었는지

아니면 바람이 흘려보낸 빛나는 폐허인지


달빛에 스민 한 줌의 온기조차

어둠은 재빨리 삼켜 버린다


저 하늘 아래 누군가 가만히 길을 잃어간다

자신도 모르게 스쳐 가는 구름처럼


밤은 말없이 흘러가지만

우리는 서로를 한 번도 보지 못한다


달빛이 잠든 자리마다

흰빛의 잔해가 부서지고

구름의 그림자는 땅에 내려앉아

내 그림자를 몰래 지운다


마지막으로 남겨진 침묵

달과 나 사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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