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일상 시선

미나리

by 권씀

진흙탕 같은 물가

썩은 냄새 풍기는 작은 웅덩이

그걸 미나리꽝이라 부른다


그곳에 뿌리 내린 미나리는

부끄러움도 없이 푸르게 자란다

뿌리는 마냥 더럽지만

몸은 투명한 초록으로


물길 한 줄기와 햇살 한 조각

그것만으로도 미나리는 살아낼 이유가 된다


누군가는 묻겠지

왜 저런 데서 자라느냐고

왜 더러운 걸 끌어안느냐고


하지만 미나리는 말하지 않는다

흙탕이었기에 더 단단해졌다고

진흙물이었기에 더 선명해졌다고

비바람도 견디고 썩은 물도 견뎌낸 끝에

맑은 향기를 품었다고


삶이란

가끔은 비루하고

때로는 더럽고

그래도 우리는 자란다

미나리꽝의 미나리처럼


미나리꽝 너머

바람 한 줄기 스쳐 지나가면

미나리는 얕게 제 이름을 내뱉는다

미나리 미나리 미나리

그러다 속삭이는 작은 염원

비나리 비나리 비나리


더러운 땅에도 맑은 숨을 틔우는

그 이름 같은 위로


미나리는 제 몸을 키워

숱한 생에게 위로를 건넨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눈 그기 대체 뭐라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