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을 가려야 해. 자칫하면 탈이 날 수 있거든. 액이 몰려오는 걸 구경하다간 액막이는 커녕 액땜도 못하고 황천길 걷게 될지도 몰라. 그래. 너도 얼굴을 가려. 잔주름 잔뜩 그어진 나무탈을 들고만 있지말고 얼른 얼굴을 가리란 말이야. 네 모습을 다 보일 필욘 없어. 자. 봐봐. 다들 비열한 얼굴을 두꺼운 가죽으로 덮고 있잖니. 비단 양의 탈을 쓴 늑대 뿐만이 아니야. 맨들맨들한 얼굴을 하고 뱀의 혀를 가진 것도 있어. 그런가하면 잔뜩 얽은 얼굴 아래에 인간성을 놓지 않은 것도 있지. 고작 껍데기일 뿐인걸. 놀라울 것도 없어. 아무렴.
자. 여기 둔 탈을 얼른 집어들어. 비인간적인 것들 사이에서 인간적일 필욘 없어. 얼굴을 가려야 해. 네 순박한 얼굴을 보이면 언제 칼을 들고 달려들지 몰라. 오른손에 붉은 팥을 들고 왼손에 소금을 움켜쥐렴. 그래. 머리엔 가시덩굴을 둘둘 감아두는 것도 좋겠다. 액이 언제 달려들지 몰라. 얼른 얼굴을 가리자. 이 시커먼 하늘을 가릴 수 없다면 저 붉은 파도에게서 벗어날 수 없다면 우리 탈을 쓰자. 탈이 나지 않게. 그 누구도 알아볼 수 없게. 잔주름이 잔뜩 새겨진 이 탈을 쓰자. 처용이 그랬던 것처럼. 허도령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 이 부끄럽고 액운 가득한 곳에서 탈을 쓰고 액막이를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