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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 서점원 Aug 31. 2022

티끌

2020

어제 오늘, 옆 동네 중학교에 일일 명예교사로 학생들에게 강연 비슷한 걸 했다. 사실 나는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행사는 웬만해서 하지 않는다. 어느 정도 사회생활 경력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연륜과 경험에 의한 필터가 있을 테니 내 말을 적당히 걸러 듣겠지만, 아직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는 내 말이 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떤 일인지 이번에는 ‘그냥 하지 뭐.’라는 마음으로 가볍게 수락하고 진행했다.


역시나 코로나 때문에 이번 강연도 온라인 ZOOM으로 진행을 했는데, 참 뭐랄까... 나 역시도 온라인 강연은 처음이다 보니 낯설기는 했다. 그럼에도 학생들의 얼굴이 하나씩 화면에 나오는 걸 지켜보며 새삼 한국이 정말 IT 강국이기는 하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아무튼 그렇게 한 학급당 40분씩 총 6개의 학급을 대상으로 준비한 내용을 반복해서 떠들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학생들 입장에서는 대단한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전문직 종사자도 아닌, 그저 동네 아저씨가 나와서 ‘너의 브랜드를 준비해야 합니다.’ 따위의 말을 하고 앉아 있는 게 얼마나 도움이 되었을 지 가늠되지 않는다.


전직은 게임 기획자였고, 이후에는 잠깐 배낭 여행자가 되었다가 지금은 독립출판제작자이자 동네서점을 운영하는 사장이 나다. 선생님이 좋게 좋게 포장을 해주셔서 ‘문화기획자’라는 감투를 씌워 주셨지만, 본질은 결국 동네 아저씨를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물론 강연 내용은 차치하고서라도 나에겐 학생들과 이렇게 시간을 공유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 이번 강연을 통해 ‘진짜 요즘 중학생’과 내 머릿속의 ‘중학생’은 전혀 다르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나는 스스로가 젊고 어리게 살고 있다고 자부했건만, 현실로 마주한 ‘진짜 요즘 중학생’에 비하자면 내가 머릿속으로 짐작했던 ‘중학생’은 아마 대학 졸업반 정도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세대 차이가 컸다. 이번 강연으로 내가 그만큼이나 낡았음을 깨닫게 되었다. 역시 어른들은 모른다. 아무것도 모른다.


그런 그들에게 내가 정말 티끌만한 도움을 주었을까? 요즘 청소년에게 필요한 어른의 이야기를 전했을까?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두서 없는 내 말을 경청하던 학생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을까? 사실 나는 아직까지도 ‘나는 과연 어떤 어른이 될까?’만 고민해 왔다. 아직 내 스스로가 어른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랬는데 이 학생들에게 나는 분명 어른이었다.


이번 강연을 통해 나는 그동안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나는 과연 어떤 어른인가?’에 대해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내가 강연을 하고, 내가 배움을 얻어간다. 나야 말로 학생들에게 배운 것이다. 좋은 스승이 되어 준 학생들과, 이 자리를 마련해주신 선생님께 깊이 감사 인사를 전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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