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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술희 Apr 29. 2023

4월의 편지

안녕하세요. 친구 여러분. 수지입니다.


올해만 벌써 네 번째 편지입니다. 시간이 참 빠르네요.


4월의 마지막 토요일 아침엔 비가 내리고, 창문을 열어 빗소리를 BGM 삼아 무슨 소식을 전할지 고민하며 인사말을을 써 내려가는 이 시간이 참 평화롭습니다. (제가 배달시킨 베이글은 언제쯤 도착하는 걸까요?)

지난주에 먹고 싶었는데 참고 오늘 먹길 잘했어요!


4월 스포일러를 잠깐 하자면, 새로운 사람을 많이 만났고 안 해보던 일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것을 많이 해보았음'이라고 마무리할까 했는데요. 사실 결국엔 모두 애를 쓴 것 아닌가 싶어 '애썼다.'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3월의 편지 그 이후


https://brunch.co.kr/@suuuuuuzy/46


머릿속으로 구상하고 끄적이던 뉴스레터 작업을 구체화하기로 했던 결심은 무산이 되었습니다. 아침 운동과 직장 생활 그리고 공동체 생활에 사이드 프로젝트까지 시작하는 것은 사치인 걸까요? 4월 한 달도 최선을 다했는데 +1 하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네요. 그렇지만 이것은 언젠가 할 일이니까요.


헤어스타일도 바꾸진 못했습니다. 단발로 자르냐 vs 웨이브파마를 하느냐의 문제였는데 단발로 자르기 전 기른 게 아까워서 펌을 해보기로 결정을 했거든요. 그런데 제가 원하는 이상적인 펌을 하려면 제 머리 길이가 아직도 짧답니다. 그래서 여러 명의 진실된 조언을 듣고 열심히 기르고 있습니다. (이런 참견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4월 정산


4월의 다이어트 근황 : Day+50 , - 4.8kg가 빠졌습니다. (04.25 기준)


다이어트를 시작한 지는 50일이 지났습니다. 이번 다이어트 목표는 '라이프 스타일을 바꾸고 천천히 지속가능한 다이어트'를 하는 것이고, 감량은 한 달에 3kg 정도. 이대로라면 1번 목표는 많이 근접한 듯하고 2번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여하튼 5kg 정도 감량에 성공했으니 개인적으로는 뿌듯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소 운동이나 건강에 관한 콘텐츠를 자주 접하다 보니 곧 다가오는 여름 시즌을 대비한 숏폼에 현혹되기도 합니다. 제 몸을 더 슬림하게 만들기 위해 운동이나 식단 외에 다른 조치(?)를 취할 생각은 전혀 없지만 약물이나 주사 광고의 드라마틱한 효과를 한참 들여다보기도 하고 마음이 조급해지기도 합니다. 물론 의학적인 방법을 비난한다거나 시술이나 복용에 진심인 분들을 비꼬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저는 마음의 중심이 거기에 몰두하게 되는 상태가 되지 않기 위해 경계를 하려는 것이죠. 4월 2주 차쯤에는 "지금부터 다이어트 힘들게 안 하면 올여름은 없습니다"라는 인스타그램 릴스를 보았는데요. 동의를 하면서도 제가 지향하는 다이어트와는 완전히 반대 방향의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혼란 그 자체이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또 다짐해보는거죠. 저는 생긴 대로 살면서 천천히 갈렵니다. (이렇게 말해놓고 잘 안되는 거 아시죠?)



4월의 꾸준함 : 1분 비디오

운동을 시작함과 동시에 시작했던 것은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1분 비디오를 업데이트하는 일. 저희 집에서 헬스장까지의 거리가 도보 15분 정도인데 헬스장 앞에 다다르면 그 길목에서 스토리용 1분 비디오를 원테이크로 찍어서 공유합니다. 거의 아침에 사과 1개를 매일 먹는 느낌으로 일상을 잘 살아내기 위한 다짐이자 루틴이죠. 일주일에 4-5회 운동을 가고 있으니 벌써 30여 개의 비디오를 촬영해서 업로드했습니다. 주로 운동, 먹는 이야기, 일, 관계와 같은 아주 일상적인 이야기를 합니다. (날씨 예측은 틀릴 때가 많아 그만두었습니다)
이 비디오가 꾸준할 수 있던 건 예상외로 많은 분들이 이 비디오를 자신의 루틴처럼 시청하는 경우가 꽤 있더라는 것 때문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지점이 본인의 생각과 맞닿았을 때라던가, 저를 향한 응원이라던가 꼭 DM으로 코멘트를 보내주시는데요. 그것은 제게 완벽한 동기부여가 됩니다. 생각해 보면 제가 글을 쓰는 이유도 그런 이유 때문이거든요. 일상을 전하고, 들려오는 이야기를 듣고, 영감을 얻고, 감각을 일깨우기 위해서요. 요 며칠 개인적인 이유로 헬스장 출석을 성실히 못했지만 5월에도 1분 비디오는 계속됩니다. (제 아이폰에 1분 비디오만 모아놓은 앨범 속 점점 줄어드는 저의 모습을 관찰하는 것은 깨알재미와 기쁨!)


환공포증 주의

4월의 일 : 케파가 늘어난다

'케파'라는 말 오랜만에 써보는데요. ('capacity'의 줄임말로 '능력, 역량'이라는 뜻의 직장인 용어입니다) 요즘 저는 제가 케파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일을 잘한다'는 잘 모르겠고 '할 수 있는 게 많아졌다' 혹은 '일처리가 쉬워졌다'에 가까운 느낌입니다.
최근에 회사에서는 한번 또 큰 결심을 내려, 가장 큰 그룹의 가장 많은 인원을 차지하고 있는 '커뮤니티 매니저' 직군을 두 필드로 나누는 작업을 했습니다. '세일즈 매니저'와 '어카운트 매니저'로요. '세일즈 매니저는 말 그대로 전문적으로 세일즈를 하는 업무를 진행하고요. 대신 인바운드, 아웃바운드에서 기존 방식의 틀을 깨고 챌린지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고요. '어카운트 매니저'는 지점 관리의 올라운더로서 고객관리-매출관리의 영역이 훨씬 더 깊어지고 넓어졌습니다. 저는 '어카운트 매니저'로서 지점의 다양한 이슈들을 보고 해결하고 고객의 니즈를 먼저 살펴서 제안하고 최종적으로는 그 모든 활동이 지점의 공헌이익으로 연결되게끔 하는 역할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운영 업무를 지점 소속 매니저라면 모두가 함께 하는 구조였는데 세일즈, 어카운트로 분류된 뒤로는 업무 자체가 명확하게 나뉘었기 때문에 해야 하는 일을 더 많이, 잘 소화해야 하는 건 사실입니다. 이른바 발등에 불 떨어진 상황이지요. 하지만 빠르게 변하는 스타트업 세계에서는 이런 변화에 덤덤해져야 하는 것도 맞고요. 이런 상황이 오히려 계기가 되어 제가 일하기 편하도록 만들어 놓는 것 자체가 저의 케파를 늘리는데 큰 도움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어수선할 때일수록 심지를 굳게 하고 제 갈 길 잘 가면 장땡인데 갈 길을 잘 지도해 주시는 사수 여러분들도 항상 감사합니다!
회사에서 김수수.


4월의 발견 : 깊어지는 우정


많은 분들이 제가 'I' 성향이란 것에 놀라곤 합니다. 사람들을 워낙에 많이 만나니까요. 사실상 자세히 뜯어보면 청년이 많은 교회를 다녀서 그래 보이는 것이지 만나는 사람만 만납니다. 기본적으로 저는 5명 이상 모인 자리부터는 매우 힘겨워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최대한 그런 자리 안 가죠. 갔을 때 의외의 기쁨을 누릴 때도 있지만 그 기쁨을 선택하기보다 기가 빨리는 것을 방지하자는 쪽을 선택합니다. 그래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보단 익숙한 사람과 만나는 것을 선호하고 회식도 1차보단 소수 정예의 2차를 선호합니다. 오히려 1차는 챌린지에 가깝죠.
관계를 맺을 때에도 비슷하게 적용됩니다. 새로운 사람과 친해지는 것이 저의 옵션에서는 '굳이'가 붙거든요. 그렇다 보니 장벽을 허물고 저의 바운더리에 들어온 사람과 짙은 우정으로 길게 가는 편입니다. 한번 준 정은 쉽게 거두지 못해요. 장벽을 허무는 데 시간이 다소 좀 걸리는 편이지만요. 그렇지만 그들과 제가 시간을 항상 같이 보낼 수는 없는 노릇인지라 이따금씩 느끼는 외로움을 새로운 사람들과의 우정을 쌓아 상쇄시켜 보려는 나름의 애씀도 시도해 보았습니다. 그 애씀들이 감사함으로도 이어졌지만 저는 저인걸요.
참, 별나죠. 그런데 참 신기한 건 가끔 저의 이런 성향이 참 피곤스러우면서도 덕분에 깊어지는 우정을 경험합니다. 최근에도 의외의 곳에서 깊어지는 우정을 경험했는데요. 한 달에 한번 돌아오는 회식 자리에 공포를 느끼고 있습니다만 결국에 맨 마지막까지 남는 사람 바로 저예요..ㅎr..  이전 회사에서도 1차 끝나면 딱 가서 "수쟈는 회식 안 가잖아!" 소리를 줄곧 들었던 저인데.. (그러면서도 소수 정예로는 매일 놀러다님) 그 남는 사람만 남고 집 가기 전 그 마지막 순간이 너무 좋아서요. 사적인 대화를 하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주 업무는 술 취한 동료 택시 태워 보내기) 미션을 클리어하고 다 같이 맥락 없이 웃겨하는 그 추억 때문에 회사에 마음 둘 곳 생기는 그 기분, 딱 좋아요.


4월의 취미 : 비즈팔찌 만들기


4월의 '안 해본 것 해보기' (=객기 부리기)로는 '비즈팔찌 만들기'를 시작했습니다. 이걸 왜 하게 되었냐면 어느 날 회사에서 항상 비즈팔찌를 하고 다니는 ㅅㅁ님을 발견하고는 "오 그거 어디서 사셨어요?"라고 물었거든요. "이거 와이프가 만들어줬어요!"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 듣자마자 꽂혀버렸죠 ㅎㅎ!
제가 늘 뭔가를 꾸준히 할 때 하는 말인데 저는 운동도 운동이 좋아서라기보다 운동하는 제가 좋아서 하거든요. 도시락도 열심히 싸는 제가 좋아서 싸고요. (쓰다 보니 지독한 나르시시즘이네요) 아마 비즈팔찌도 그 연장선 아닐까요. 아무렴 어때요! 즐거우면 됐지!
같이 하기에 제일 재밌을 것 같은 친구를 두 달 전부터 섭외하고 마침내 동대문 액세서리 상가(동대문역 9번 출구)에서 만났습니다. 3만 원어치 쇼핑을 한 뒤 모처럼 아무 일정 없는 토요일 내내 비즈를 꾀어 4개의 팔찌를 뚝딱 만들었죠. 손재주가 없어도 상관없고요. 컬러 감각이 없어도 괜찮습니다. 비즈 고르는데 발품 팔 시간과 시작할 마음만 있다면 누구든지 할 수 있어요.
완성한 4개 중에 2개는 사랑하는 언니와 동생에게 선물하였습니다. 2월에 한 다짐을 4월에야 스타트하게 되었지만 여름에 더 빛을 발할 아이템이기 때문에 적절한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또 가야지 룰루 ^0^
(액세서리 상가 꿀팁은, 딱 예산을 정한 만큼 현금 뽑아가는 게 과소비 안 하는 지름길입니다. 카드결제는 수수료 붙는 곳이 많고 계좌이체는 번거롭고요. 구경하다 보면 개미지옥이기 때문에 딱 원하는 디자인을 캡처해서 그것만 골라서 현금결제하는 게 짱)


4월의 책 : 당신은 누구인가요? _ 미션캠프 마이컨셉진 '수지'편


1월에 시작한 미션캠프 마이컨셉진 '당신은 누구인가요?'가 책으로 만들어져 집에 도착했습니다. 판매용은 아니지만 제가 누구인지 책 한 권으로 만드는 일은 꽤 특별한 경험입니다. 벌써 3개월 전에 썼던 첫 번째 미션은 '아, 이런 글을 썼구나' 싶기도 한데요. 글쓰기의 매력을 이런 데서 느끼는 것 같아요. 감회가 새롭게 하는 거요. (이 작업을 매년마다 한 권씩 해낸다면 10년 뒤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드네요)
책의 마지막 부분은 2017년 다녀온 산티아고 순례길의 사진으로 채워 넣었습니다. 다녀오고 난 다음 해에 독립출판으로 내려다 못 낸 게 아쉬워 끼워 넣었는데 사진을 보니 더 그립습니다.
제가 어떤 사람인지 글을 실어 준 친구 분들 감사하고요. 저의 포트폴리오로 잘 활용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책은 총 2권이고 소장용입니다. 전문 서적이 아니기 때문에 당연히 오탈자 있고요. 궁금하신 분들은 이야기해 주시면 빌려드리겠습니다)


4월의 추천 식당 : 만족오향족발 시청본점 / 버섯집 성수


4월에 방문했던 식당 중 센세이셔널했던 곳과 다이어트 맛집 추천 드립니다.

첫 번째로는 만족오향족발 시청본점입니다. 4월 마지막 주에 동기모임 때 갔던 곳이었는데요. '대부분 테헤란로에 근무하는데 왜 뚱딴지같이 시청에서 모이지?' 했지만 의구심을 한방에 해소시킨 족발입니다. 다이어트 중 웬 족발이냐고요? 미슐랭 족발이라서요. '뭐가 다른데?' 하는 마음으로 갔죠. 다릅디다. 달라요. 젓가락질하는데 족발이 부서져요. 그만큼 부드럽다는 소리인데요. 저 평소엔 육류보단 생선파이거든요. 여기는 좀 많이 인정이라 시청에서 약속 있을 경우 재방문 의사 200%. 다음에 한 번 가시죠! (여기 지점이 여러 군데인데 미슐랭은 시청 본점만 이랍니다)

두 번째 식당은 샐러드나 포케가 지겨운 다이어터들을 위한 곳입니다. 성수에 '버섯집'. 동료의 추천으로 성수 방문했을 때 갔던 곳인데요. 뚝섬역에서 서울숲역 가는 방향 길목에 보이는 외관부터 아주 정갈한 집입니다. 양식이 넘치는 뚝섬역에서 탄수화물 안 먹고도 (밥은 안 먹으면 됨)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식당으로 추천합니다. 국물이 깔끔해서 여기도 재방문 의사 200%이고요. 저희는 버섯전골을 시켰는데 직장인 점심메뉴로 '탕'도 좋겠어요.


5월은


4월의 꼭지로 쓸까 하다가 안 쓴 것 중에 "평범하지만 뭔가 특별해"라는 말이 있어요. 대학시절 함께 산 친구가 저에 대해서 말해 준 4월의 어느 대화였는데요. 저에게는 4월의 문장이었어요. 마음에 담아주었거든요. 제가 살고 싶은 삶이 딱 그만큼이거든요. 남들과 다르고 싶지도 않고, 똑같고 싶지도 않은.. 어떤 의미인지 아시려나요? 그래서 5월 한 달도 평범하지만 뭔가 특별하게 보냈으면 좋겠네요.


지난 4월엔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대화들로 채웠다면 돌아오는 5월엔 익숙한 사람들과 편한 대화들로 시간을 보내보려고 합니다. 봄과 여름 사이에 바람이 불까 말까 하는 그 시기 참 좋아하거든요. 그 시기에 생길지 모르는 시절인연도 기대해 보면서요.


엊그제 파트장님과의 위클리 미팅에서 제가 "회사 일도 성취감 있고 인간관계가 꼬인 것도 없는데 인생이 노잼이에요." 했더니 "수지님, 딱 이거네. 이 노래 추천해 드릴게요. 들어보세요." 그래서 이번 달 편지 마무리는 이 노래로.. (믿거나 말거나입니다! )


모두 해피 연휴 되시길!


https://youtu.be/3sEvxzrIWjU


23.04.29 SAT

우리 집 책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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