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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명아녜스 Oct 18. 2024

아름다움

우리는 때때로 우리를 지탱해주는 사소한 아름다움을 잊고 살 때가 많다.

좋은 순간을 한번이라도 느꼈다면 그 하루는 잘 살아낸 셈. 그것으로 하루의 노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좋은 것을 하나라도 찾아낸 하루는 그만큼 뿌듯하다.  


소설가 김연수는 작가답게 ‘아름다운 문장을 읽으면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아름다운 사람이 된다.’고 했다. 얼마나 기발한 생각일까. 일상이 그다지 아름답지는 않더라도 아름다운 문장을 읽음으로 조금씩 닮아간다는 것. 그 말만으로도 지친 우리를 언제이고 일으켜줄 것만 같다. 


한때 완벽한 것만이 아름다움의 기본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결핍이 만들어낸 아름다움도 있음을 깨닫는다. 예를 들면 낙엽, 기온이 떨어지고 겨울이 다가오면 일조량이 줄어들어 식물은 엽록소를 점점 적게 생산한다. 그러면서 초록색에 덮여있던 주황색, 빨강색, 갈색 같은 색이 드러난다. 가을의 화려함은 결핍의 빛깔인 것이다. 살아남기 위한 안간힘이 붉게 터져 나오는, 세상의 초록이 결핍을 축복으로 바꾸는 계절. 어느 계절보다도 가을은 결핍으로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계절인 것이다.   


아울러 어느 봄날의 순간 또한 떠오른다. 휴일 동안 내내 미루고 미루던 재활용쓰레기를 버리러 나왔다. 어디선가 꽃향기가 났고 코를 킁킁거리며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아카시 향이 밤공기에 묻어 있었다. 5월의 밤공기는 달콤했고 잔잔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했다. 


쓰레기를 얼른 버리고는 잠시 거닐었다. 순간이 주는 아름다움을 호흡하듯 숨쉬어봤다. 진주알들이 하나하나 목걸이로 완성되듯 삶이라는 것도 소소한 일상들의 연속. 때로는 생각하고 마음먹기에 따라 아름다운 순간들로 이어지지 않던가. 삶이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여자의 아름다움처럼 한때는 빛나지만 결국은 소모품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그 봄날의 밤은 작지만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이제 봄은 내년이 되어야 만날 수 있다. 서둘지 않아도, 기다리지 않아도 우리 앞에 올 것이다. 지금은 그저 다가온 이 가을날을 얼씨구나 받아들이고 향유하면 된다. 


일상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면서 사는, 살아있는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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