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토와 출처의 중요성
필자가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시쳇말로 '극혐'하는 매체를 꼽자면 '피키캐스트', '허핑턴포스트(코리아)', '위키트리'를 꼽겠다. 필자와 직접적인 연결고리는 없지만, 이들 매체의 공통적인 점을 거칠게 짚어보자면 글의 가치를 우습게 본다는 점이다. 허핑턴포스트코리아는 창립 초기에 있던 필진 모집에 대한 사태와 트위터에서 벌어진 편집자 관련 사건들, 그리고 다른 사람의 글을 교묘하게 베끼는, 은어로 '우라까이'라 하는 일들이 벌어져서 그 후로는 전혀 발을 들이지 않고 있다.
*주1 : 허핑턴포스트 코리아의 기사 돌려쓰기에 대한 글은 빈꿈 님의 포스트(http://emptydream.tistory.com/3554)를 확인하면 자세히 알 수 있다.
피키캐스트야 옐로모바일에서 투자하면서 '얕은 즐거움'을 주는 존재로 승승장구 하고 있지만, 위키트리와 더불어 애초에 성장의 동력이 출처 없는 무단 펌질과 무의미한 출처, 그리고 동의를 구하지 않은 유포 등으로 커지고 있어서 역시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페이스북 그리고 트위터 타임라인에서 위 세 매체가 나오면 꼼꼼하게 타임라인에 나오지 않게 처리해두곤 하는데, 아직도 가끔 타임라인에 출몰할 때가 있고, 실수로 클릭할 때가 있으며, 그때마다 트래픽을 올려줬다는 사실에 분통을 터뜨리며 창을 닫을 때가 많다. 그리고 이들 매체에서 공유하는 자료는 대부분 말초신경을 자극할 만한 자료, 혹은 유익해 보이지만, 오류가 있거나 실제로는 무익한 자료가 많다.
이야기가 많이 빗나갔는데, 오늘도 필자는 실수로 위키트리의 글을 클릭해버렸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보게 된 것이 '한국 사람들이 자주 쓰는 일본식 단어 25개'였다. 꽤 흥미 있는 내용이라 클릭했다가 위키트리 메인 페이지를 보고 분통을 터뜨리고, 자료를 읽어봤는데 당장 봐도 오류가 눈에 밟혀서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간단하게 글을 정리해둔다.
*주2 : 이하 인용하는 부분은 위키트리의 '한국 사람들이 자주 쓰는 일본식 단어 25개'(http://wikitree.co.kr/main/news_view.php?id=228025)를 인용하였음을 밝힌다.
*주3 : 위키트리도 딱히 출처 밝히고 가져온 건 아니라 인용하고 싶진 않지만, 그리고 양도 빈약하여 전문 인용이나 부분 인용이 딱히 차이 날 것 같지 않지만 말이다.
1. 기스-상처
→ 상처보단 '흠' 정도가 좋다.
기스란 우리나라의 '다칠 상' 글자를 일어로 읽은 것으로, 일본어로는 傷(きず, kiju)라고 읽는다. 이 의미가 넘어온 것으로, 상처라고 순화하는 것도 크게 문제 될 것은 없다. 그러나 우리가 생활 속에서 '기스'라는 단어를 쓰는 대상은 생물이 아니라 무생물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유생물에게 주로 사용하는 '상처'보다는 '흠'이나 '흠집' 정도가 적합하겠다.
기스01(←<일>kiju[傷]) 
「명사」
→ 흠03「1」.
흠03 (欠) [흠ː]
「명사」
• 「1」어떤 물건의 이지러지거나 깨어지거나 상한 자국.
• 「2」어떤 사물의 모자라거나 잘못된 부분. ≒자하03(疵瑕).
• 「3」사람의 성격이나 언행에 나타나는 부족한 점.
-표준 국어 대사전 발췌
2. 닭도리탕 - 닭볶음탕
→ 견해의 차이가 있다.
닭도리탕에서 도리가 일본어 鳥(とり)로부터 왔다는 견해 때문에 닭도리탕은 닭볶음탕으로 순화하는 게 맞다는 견해가 있다. 국립국어원에서는 "일본어 투 용어 순화 자료집"(국어원 누리집 자료실)에서 '도리'가 일본어의 '새'(鳥)에서 왔다고 보는 견해를 채택하고 있다. 어떤 견해가 맞는지 확인할 길이 없어 옳고 그름을 가리긴 어려우나 일본어에서 왔을 가능성이 있는 이상 순화해서 써야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히고 있다.
'도리'가 어떤 어원을 가지고 있느냐에 대해선 아직 다양한 견해가 있으며, 옳고 그름을 가릴 수 없다. 현대어로 '도려내다'라는 뜻을 가진 '도리다'에서 왔다는 견해도 있으며 '윗-도리', '아랫-도리'의 '도리'라는 견해도 있다. 2012년에 닭도리탕과 관련하여 소설가 이외수는 트위터를 통해 논란이 있기도 하였다.
10. 호치케스 - 스테이플러
→ 호치케스는 호치키스의 잘못이며, 이는 영어다.
스테이플러라는 사무용품을 호치케스라 부르는 것이 일본식 단어라는 말도 있으나, 이는 잘못된 이야기다. 호치케스는 정확한 외래어 표기가 아니며 '호치키스'가 올바른 외래어 표기다. '호치키스(Hotchkiss)'는 스테이플러를 발명한 미국의 발명가 이름으로, 이 사람의 이름을 딴 상표가 '호치키스'다. 최초의 스테이플러로 호치키스가 큰 인기를 얻었기 때문에 고유 명사가 일반 명사로 쓰이게 된 것이 우리가 흔히 스테이플러를 호치키스라 부르게 된 것이다.
심지어 스테이플러는 순화어로 '찍개'라는 말이 있으므로 엄밀히 따지고 보자면 호치케스라는 말 대신에 '찍개'를 써야 하는 게 맞는 것이다.
14. 곤색 - 청색
→ 청색이 아니라 감색, 남색 등으로 순화
곤색은 紺(감색 감)의 일본식발음인 こん에 -색(色)이 붙어서 만들어진 단어다. 당연히 일본어의 잔재가 남아있는 표현이며 바꿔 써야 한다. 단, '청색'이 아니라 '감색, 남색, 검남색, 진남색' 등으로 말이다.
18. 잔업 - 시간 외 일
→ 순화해야 할 표현은 맞으나 둘 다 써도 상관없다.
잔업은 한자 殘業을 그대로 사용한 것으로 '국어순화용어자료집(1997), 일본어투 생활 용어'에 따르면 '시간외 일'로 순화하되, 순화 대상 용어와 순화한 용어를 모두 쓸 수 있다고 하였다.
25. 애매하다 - 모호하다
→ 의미역이 조금 다르므로, 일방적 대치는 어렵다.
애매하다는 일본어에서 사용하는 한자단어와 겹치는 말이다. 그래서 이왕이면 일본말과 관련 없는 한자어를 사용하는 게 좋지 않겠는가라는 취지에서 '모호하다'를 권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현재 애매하다와 모호하다는 모두 표준어로 등록되어있으며, 용례가 조금 다른 경우가 있어 '모호하다'가 '애매하다'를 완벽하게 대치한다고 보기 어렵다.
애매-하다01  [애ː---]
「형용사」
• 아무 잘못 없이 꾸중을 듣거나 벌을 받아 억울하다.
애매-하다02 (曖昧--) [애ː---]
「형용사」
• 「1」희미하여 분명하지 아니하다.
• 「2」『논리』희미하여 확실하지 못하다. 이것인지 저것인지 명확하지 못하여 한 개념이 다른 개념과 충분히 구별되지 못하는 일을 이른다.
모호-하다 (模糊--)
「형용사」
• 말이나 태도가 흐리터분하여 분명하지 않다.
- 표준 국어 대사전 발췌
위는 표준 국어 대사전을 발췌한 것이다. 우선 '애매하다01'라는 별개의 뜻이 있으므로 이 용례에서는 모호하다와 분명히 구분해서 사용해야 한다. '애매하다02'와 모호하다가 주로 대치되는 대상으로 쓰이나, 분명한 동의어는 아니다.
‘애매한 시간(o)/모호한 시간(x)’과 같이 ‘모호하다’는 ‘애매하다’와 달리 ‘말이나 태도’, 즉 ‘행위’에 초점을 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 국립국어원 온라인 가나다(아래 출처 표기)
이처럼 의미가 차이 나므로 무조건 애매하다를 모호하다로 대체해서 쓰라는 점은 잘못된 말이다.
그렇다면 위에서 살펴본 '한국 사람들이 자주 쓰는 일본식 단어 25개'는 과연 위키트리 필자가 조사한 것일까? 전혀 아니다.
한국 사람들이 한국식 단어와 일본식 단어의 표기를 헛갈려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쓰는 일본식 단어와 한국식 표현 25개를 모아봤다. 왼쪽 단어가 일본식 표현, 오른쪽 단어가 한국식 표현이다.
- 위키트리 본문 중
마치 본인이 모아봤다는 것처럼 작성하였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원 자료는 지난 5월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 연구팀이 20대 대학생 7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언어문화 개선을 위한 일본어 잔재 설문조사'에서 등장하는 단어다. 이 사실은 국민일보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주4 : [한・일 국교정상화 50년]"서울 지명 3분의 1, 종로 지명 3분의 2가 일본식 이름" - 2부 대한민국 어디까지 왔나-(3) 한국 속 일본, 일제 잔재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3183796&code=11121200&cp=nv)
위 기사에서 보면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 연구팀이 제공한 자료가 이미지로 도식화되어 있으며, 여기서 자주 틀리는 단어로 꼽은 단어가 위키트리에 그대로 나오고 있다. 심지어 몇 개는 위키트리에서 잘못 옮겨 적어놓았다. 연구팀의 자료도 필자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오류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나, 위키트리에서 무분별하게 옮긴 자료는 한심함을 넘어서 화가 날 정도이다.
심지어 중간중간 심심할까 봐 이미지를 넣어놓았는데, 이미지 출처가 '이하 flickr.com'이다. 위키트리 필자는 출처의 의미도 모르고 출처를 싣고 있는 건가?
독자가 출처를 통해서 어떤 부분을 정확히 인용해놓았는지 보도록 하는 것이 출처이다. flickr.com은 이미지 사이트이지 각 사진에 대한 분명한 출처는 아니다. 위 사진이 CC 규약에 의해 공개된 사진인지 의심스럽고, 또한 그렇다 하더라도 촬영자나 기타 정보를 정확하게 표기했을 때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위키트리의 필자는 모든 사실을 깡그리 무시하고 있다.
출처의 무지함을 떠나서 일단 잘못된 자료를 공유하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견해의 차이가 있는 견해는 적어도 견해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밝히는 것이 올바른 콘텐츠 유통자의 자세가 아닐까? 이번 일을 계기로 위키트리는 까고, 까고, 다시 까도 지나침이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닭도리탕 - 국립국어원 온라인 가나다 : http://korean.go.kr/front/onlineQna/onlineQnaView.do?mn_id=61&qna_seq=73542
호치케스 - 국립국어원 온라인 가나다 : http://korean.go.kr/front/onlineQna/popup/onlineQnaListPopup_2006View.do?b_seq=24022
잔업 - 국립국어원 다듬은 말 : http://korean.go.kr/front/refine/refineView.do?refine_seq=4198&mn_id=34
애매하다와 모호하다 - 국립국어원 온라인 가나다 : http://korean.go.kr/front/onlineQna/onlineQnaView.do?mn_id=61&qna_seq=36410
[한・일 국교정상화 50년]"서울 지명 3분의 1, 종로 지명 3분의 2가 일본식 이름" - 2부 대한민국 어디까지 왔나-(3) 한국 속 일본, 일제 잔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3183796&code=11121200&cp=nv
위키트리, '한국 사람들이 자주 쓰는 일본식 단어 25개' : http://wikitree.co.kr/main/news_view.php?id=228025
빈꿈 님, '허핑턴포스트 코리아'의 선진 글쓰기 기법을 배워보아요~ (블로그에 도움 될 듯) :
http://emptydream.tistory.com/3554
Charles Williams - Brett's done : https://flic.kr/p/6U3ij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