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사춘기 시절에 하늘을 날아다니는 꿈을 자주 꾸었다.
꿈에서 우연히 오른쪽 발을 굴렀는데 몸이 둥실하며 떠올랐다.
다시 반대쪽 발을 구르니 그 반동으로 인해 몸은 하늘로 갑자기 치솟았었다.
날개도 없이 날아다니는 아이는 하늘을 여기저기 다니며
내 몸 아래의 사각형 건물과 사방으로 뻗은 도로를 내려다보며 즐거워했다.
어찌나 가벼워졌는지 몸은 점점 떠오르고 구름까지 치솟아서 온 세상을 바라보게 되었다. 사람들은 나를 부러워하고 나는
이 건물 저 건물 옥상 위를 통통 발돋움으로 옮겨 다니며 즐거워했다.
아이는 슬슬 더 기대를 하기 시작했다. 하늘을 날게 되니 세상 모든 것이 내 마음대로 될 것 같은 기분이었으니까.
세상을 가진 기분에 도취되어 더불어 이루어질 것 같은 소원을 빌었다.
공부를 잘해야지, 부자가 될 거야, 멋진 어른이 되어야지, 인기 폭발하는 연예인이 될지도 몰라, 생각하다가 갑자기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사람은 날 수가 없는데 나는 왜 날아다니지? 이거 꿈인 것 같아.
꿈이라고 생각하면 깨던데, 이걸 현실로 믿으면 다시 날아다닐 수 있을까?
그렇지만 꿈속의 전지전능한 신에게 생각을 들킨 나는 갑자기 뚝 떨어져 다시 땅으로 내려와 버렸다.
다시 발을 굴러서 하늘로 올라가려고 하지만 잠시 오르다가 푹 꺼지더니 그냥 걷는 것만 가능해졌다.
그렇게 실망하고 나면 꿈에서 정말 깨어나고 말았다. 이런 꿈을 꾸고 나면 한동안 허무했다.
아이는 아쉬움에 이런 생각을 했다.
그냥 꿈에서 살았어야 하는데 말이야 라고.
지금 생각해 보면 상상에서나 이루어질 꿈을 꾸고 그 곳에서 머무르고 싶어 했던 것은
단순하게 생각하면 현실에서 나는 반대로 살았기 때문일 것이라 생각한다.
어른들에게 사랑 받으려면 공부를 잘해야 했었고, 공부를 잘해야 부자가 되거나 유명한 사람이 될 것이다.
그저 하늘을 날고 싶은 아이에게 세상은 참으로 힘들었나 보다.
그렇게 꿈속에서조차 꿈을 찾던 아이는 나이가 들수록 꿈을 덜 꾸기 시작하더니 결국
날아다닌 꿈을 잊고 살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아이는 어른이 되는 단계적 과정처럼 학교에서는 시험을 몇 번씩 치뤘고,
아쉽지만 능력치만큼 공부를 하고 학교를 졸업했다.
취직을 하여 사회에서 적당히 자리잡고 일하다가 다시 지금의 환경에 또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다.
삶이 계속 되고 변화하면서 주변 사람들과도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면서 살아가고 있지만,
마냥 좋은 날이 있던 것은 아니었나보다.
마음 아픈 날도 많아지면서, 어느덧 마음속의 아이를 감추고 사는 어른이 되어버렸다.
가끔 하늘을 보면 날아다니던 그 꿈이 생각난다.
내가 그 때 선택을 할 수 있었다면 그 꿈에서 살 수 있었을까 생각하다 나는 깨닫고 말았다.
아마 그때 꿈에서 깨버린 건 내 꿈은 현실에서 이루어 져야 행복할 것이란 걸 알아서였는지도 몰라.
사랑을 받는 것이 좋은 아이는 사실 사랑하는 것도 많았다.
그것들은 사소하게도 엄마가 키우는 바이올렛 화분, 오빠의 커튼그림자 연극, 친구와 포장마차 떡볶이 집에서 맡는 연탄 냄새, 옆집 강아지 뽀삐에게 간식 주는 일 같은 것들이었는데 이제는 다 추억 속으로 사라져 버린 것들이다.
어릴 때는 그게 내가 사랑하는 것인 줄 몰랐는데 어른이 되어서야 떠올려 보니 너무나 소중한 것들이었다.
가끔 떠오르지만 만져지지 않는 그것들마저도 혹시 내가 꾸었던 꿈일 것만 같아서 마음이 저려온다.
그리고 내가 겪은 추억들이 꿈같이 느껴지면 과거가 현재인지, 꿈이 현실인지, 현실이 꿈인지를 생각하다가 아무것도 모르겠어서 멍해진다.
어른이 된 나는 아직도 지금의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고 방황할 때가 있다.
그러면 나는 미래의 나에게 전달될 아름다운 꿈을 만들기 위해 사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마음을 다졌다.
그리고 이 책의 단편들 같은 상상을 했다.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슬프고 기쁜 일들이,
시간이 흐를수록 모두에게 아름다운 과거와 현재가 되길 바라면서 말이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