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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허한 바라나시 #160217-160222
솔직히 말하면 이곳에선 그다지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무언가를 생각해내려 애쓰는 것도 사치였다. 그냥 그렇게 물줄기를 따라 흐르도록 놓아두어야만 했다. 바라나시란 그것으로 충분한 곳이다.
선재라는 인도인이 말했다. 바라나시는 멍 때리기 좋은 곳이라고. 나 또한 그렇게 생각했다. 우리도 내내 가트에 앉아 그저 물을 바라보았으니까. 아주 커다란 신념들이 담겨있는 물을.
사실 강줄기를 여유롭게 바라만 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무수히 말을 걸어오는 사람들을 피해 구석지고 좋은 자리를 찾아내야 하고, 그마저도 금방 발각되어 틈틈이 자리를 옮겨주어야 하며, 강물에 비친 빛을 잔뜩 받아 부신 눈을 잠깐씩 쉬게 해주어야 한다. 하지만 우린 계속 갠지스를 바라봤다. 그냥 그게 좋았다. 저 안에 무수히 잠겨있을 이야기들이 말을 거는 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