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양 소행성 : '나'라는 '태양'을 있게 하는 '소'중한 '행성'
한 줌의 바람이 없다면 제주 동쪽의 여름은 뜨거움 그 자체다. 높은 건물이 많지 않기에 태양을 피할 그늘이 적기 때문이다.
어느 여름 우연히 하늘을 올려다보다 태양과 눈이 마주쳤다. 1초도 버티지 못하고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생각했다. 마치 내가 태양 같다고. 나는 똑바로 마주할 수 없는, 차마 눈뜨고 바로 보기 힘든 사람일 수 있다고. 세상을 환하게 밝혀주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지만 자세히 똑바로 보려하면 눈이 멀어버리고 마는 태양처럼 말이다.
낮은 자존감이 아닌 자기각성과 성찰에서 나온 생각이다. 모두가 스스로 알고 있지 않나. 나는 꽤 괜찮은 사람이고 누군가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존재이기도 하지만 가면을 슬며시 벗어 던지고 바닥까지 내려다보면 사실 지독히 이기적이고 예민하고 욕심 많고 인정받기 원하고, 또한 그런 나를 인정하기 어려운 사람이라는 걸. 아주 가끔 변태 또라이에 간혹 지랄 맞고 종종 병맛이라는 걸.
그리 길지 않은 생을 살며 많은 인간관계를 맺었다. 그 속에서 갈등과 개선을 반복하고 더디지만 조금씩 성숙한 인간이 되어간다. 아니 되어가려고 노력한다. 한 단계 한 단계 조금 더 성숙한 사람으로 성장해 갈 수 있는 이유는 관계 속에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충분히 보내며 더 나은 한 걸음을 걸으려는 노력이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게 건네받은 따뜻한 말투, 물질적 지원, 양보와 희생 등 상대의 배려와 나눔으로 인한 감사 때문이기도 하다. 관계 속에서 뜻하지 않게 받게 된 많은 것들이 내 안에 감동과 도전을 불러일으킨다. 받은 것들을 누군가에게 흘려보낼 수 있는 사람이 되길 원하며 조금씩 더 나은 사람으로 살아가려 애쓰게 된다.
나 스스로를 태양과 같다고 여기다 문득 지금까지 관계를 맺고 살아온 많은 이들에 대한 감사가 차올랐다. 그 감사를 전하고 싶어졌다. 칠십이 넘도록(글을 쓰던 당시는 '칠십이 다 되어가도록'이었는데 - 늦기 전에 얼른 감사의 마음을 한 권의 책으로 건네드리고 싶다) 마흔이 넘은 자식을 위해 하루도 빼놓지 않고 새벽마다 기도하시는 나의 사랑하는 영숙씨, 의섭씨, 이제는 쌍둥이 아빠가 된 착한 내 동생 사랑하는 재훈이 뚜기, 수많은 멘토들, 나의 꿈들, 지나온 그리고 현재의 인연들, 지랄맞은 내 곁에서 한결같이 나를 예뻐라 해주는 고맙고 사랑하는 내 생애 최고의 선물 뚱토리 여보야. 숨막히고 뜨거운 태양 아래 한 줌의 바람이 되어준 고마운 사람들에게.
내 인생의 인간관계에 대한 지도를 우주로 펼쳐놓고 나를 중심으로 관계맺은 주변사람들을 태양 주위를 도는 행성에 비유해서 하나하나의 에피소드로 풀어 한 명 한 명에게 감사의 편지를 전하고자 한다. 더 늦기 전에.
2020년 8월 13일
수정 2022년 10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