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What the PR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amGH Apr 21. 2020

09. 이왕 쓸 회삿돈이라면

광고비는 이렇게 쓰고 싶은데

모노클은 섹시한 잡지다. 2007년 창간한 이 영국잡지는 국제 정치, 비즈니스, 문화, 디자인, 패션을 포함한 라이프 스타일 등 넓은 영역을 다룬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건 애드버토리얼 영역인데, 우리에겐 기사형 광고 혹은 브랜디드 콘텐츠란 말로 익숙하다. 기사 형태이지만, 실제로는 광고주에 입맛에 맞춘 홍보성 MPR 콘텐츠다. 


온라인에서도 모노클의 애드버토리얼을 구경할 수 있다. 광고주의 철학이나 상품을 짧게 정리하면서도, 듣고 싶은 말을 모두 담는다. 이 매체는 아모레퍼시픽을 아름다움이란 가치를 추구하는 '예술의 수호자(Patron of the arts)'로 소개했다. 기획력이 더욱 돋보이는 몇몇 광고도 있다. 포르쉐와는 '디지털 세상에서의 탈출하기' 위해 에딘버러의 드라이빙 코스를 소개했고, 일본 수출진흥기관과 사케의 푸드 페어링 콘텐츠를 제작하기도 했다. 정보 가치가 뚜렷하고 읽는 재미가 있기 때문에, 독자는 부담 없이 광고를 소화한다.


애드버토리얼은 우리나라에서도 곧잘 발견되지만, 한계가 있다. 포털 사이트 때문이다. 우리나라 뉴스는 대형 포털 사이트를 중심으로 소비되는데, 뉴스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광고형 콘텐츠는 송출이 금지된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구성한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언론사의 부정 행위를 규정한다. 총 10개 규정 중 (라)호가 '기사로 위장한 광고 전송'이다. 회사의 전화번호 같은 판매 정보는 적을 수 없고, 객관적 근거 없이 업체가 전달한 정보만 전송하면 문제가 된다. 애드버토리얼이 온라인이 아닌 일간지 지면이나, 잡지에서 보통 소화되는 이유다. 


언론홍보의 큰 역할 중 하나는 브랜드와 상품을 소개하는 일이다. 브랜드의 가치를 퍼블리시티를 통해 알려야 한다면, 애드버토리얼이 금지된 국내 온라인 환경은 아쉽다. 언론을 포함한 미디어와 협업할 기획가 제한되고, 광고비를 집행하는 명목이 희석된다. 미디어의 힘은 콘텐츠 생산에서 나온다. 배너 광고나 행사 협찬은 채우지 못하는 큰 효용이 줄어드는 셈이다.


결국 자체 플랫폼의 영향력이 큰 미디어에 관심이 가게 된다. 포털 중심으로 기사를 유통하는 매체 대신, 각자 플랫폼에서 충성독자를 확보한 뉴미디어가 각광 받는 이유다. 브랜드의 핵심 타깃을 독자로 확보하고, 지지를 받는 플랫폼일수록 협업 니즈는 더욱 커진다.


최근 뉴미디어도 10만명 이상의 구독자를 확보한 케이스가 점차 늘고 있다. 괜찮은 읽을거리, 볼거리 덕분에 플랫폼에 직접 유입되는 수요가 큰 곳들이다. 플랫폼 영향력이 강화될수록 기업들의 러브콜도 늘어난다. 최근 의미 있게 관찰한 몇개 사례를 공유해본다.



뉴미디어의 애드버토리얼 사례


1. 뉴닉X그린피스 : 지구가 좋아하는 뉴스

"우리가 시간이 없지, 세상이 안 궁금하냐" 뉴닉은 밀레니얼을 위한 시사 뉴스레터다. 2020년 4월 21일 기준 16만1000명의 독자를 확보했고, 메일 오픈율은 50%에 달한다. 캐릭터 고슴이가 아주 쉽게 세상을 설명하는 이 플랫폼은, CSR 같은 사회적 가치를 함께 알리는 데 적합하다.


뉴닉과 그린피스는 총 2편에 걸쳐 플라스틱, 기후 위기를 주제로 콘텐츠를 발행했다. 각 이슈의 심각성과 세계 곳곳에서 나타난 변화의 움직임, 그리고 캠페인 참여를 독려했다. 뉴닉은 특별 뉴스레터를 발행했고, 그린피스는 홈페이지에 같은 내용을 게시했다. 뉴닉 김소연 대표는 그린피스와의 협업을 '브랜디드 콘텐츠'로 해석하고, 수익모델이자 콘텐츠 확장 모델로 제시했다.

 

2. 디에디트X리스테린 : 당신이 리스테린에 대해 몰랐던 10가지 이야기

"사는 재미가 없으면, 사는 재미라도" 리뷰 플랫폼으로 이름을 알린 디에디트의 취향은 확고하다. 하경화, 이혜민 창립자 겸 에디터는 디에디트만의 느낌으로 브랜디드 콘텐츠를 제작한다. 감성적인 사진과 블로그처럼 편하게 써내려가는 문체가 특징이다. 생활용품부터 앱까지, 다루는 품목은 다양하지만 색채는 일관적이다.


에디터가 작성한 리뷰도 좋지만, 리스테린과 준비한 스낵콘텐츠 형태도 눈길을 끈다. 리스테린에 대해 궁금해할만한 10가지 질문에 대해 답을 달았다. 리스테린이 수술실에서 시작되었는지, 그리고 양치 대신 리스테리만 사용해도 될지 등이다. 흥미로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선 리스테린의 역사와 사용법, 장점을 자연스럽게 설명하게 된다.



3. 긱블X넥슨 : 게임하다 빡쳐서 만든 실사판 넥슨 카트라이더

"괴짜들은 무엇이든 해낼수 있다" 긱블에서는 붕어빵 자동화 기계, 직접 만든 알라딘의 마법 양탄자를 구경할 수 있다. 51만명이 넘는 구독자를 확보한 유튜브 채널의 상상력은 무한대다. 과학공학 지식으로 요란하지만 재미있는 물건을 만들면서, 구독자의 이목을 끈다.


넥슨은 길블과 함께 카트라이더에 등장하는 자동차 흑기사X를 만들었다. 수제 전기차를 만드는 과정은 생각보다 더 흥미진진하다. 타이어, 모터, 서스펜션, 브레이크를, 거기에 의자까지 온라인으로 주문한다. 손으로 한땀한땀 전기차를 제작하는 이 동영상은 234만회가 재생돼, 카트라이더에 대한 인지도를 높였다.


긱블은 이색적인 콘셉트 덕에 이미 많은 레퍼런스를 쌓았다. 테슬라, SKT, LG생활건강, POSCO, 3M, 한국수력원자력, 롯데칠성 등 업종 불문의 협업 콘텐츠는 유튜브에서 구경할 수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08. 우리나라 언론사, 몇개나 있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