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토끼 Jul 09. 2024

드라마 졸업, 나의 가치 지키기

졸업

내신 8등급 꼴찌 제자 이준호를  명문대에 입학시킨 선생이 있다. 그녀 이름은 서혜진

그녀의 핸드폰에 이준호는 나의 자랑으로 뜬다.  그녀는 대치동 학원가의 잘 나가는 국어과

유명강사다.


인생의 명장면을 연출해 준  제자가

대기업에 사표를 내고, 어느 날 같은학원의 동급강사가 된다.


유명강사가 되어 강남에 빌딩을 사겠다는 제자에게 서혜진은 일침을 날린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얘기 잘 들어 앞으로 별로 즐겁지 않을 거야 동료의 협동심, 의리 그런 거 아무것도 없어.

강단 위에 서는 3시간 주말에 12시간 그거 아무것도 아니야

그 위에 시간이 훨씬 더 힘들 거야

네가 대형인강을 목표로 한다고 해서 그거 도와줄 수 있는 사람도 없어.

네 성장은 네가 알아서 해야 돼

강사들 모두 네 경쟁상대야

학원 수는 정해져 있고, 이건 한정된 파이를 나눠먹는 팡이야

지금부터 너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너를 공격하거나 이용하거나 둘 중 하나만 할 거야.

애들 하나 들고 나는데, 울고 웃게 될 거야. 애들은 성적이 올라도 그만두고 떨어져도 그만둬

오르면 지가 잘해서 , 떨어지면 강사가 못해서,

애들은 수업이 쉬워도 그만두고 어려워도 그만둬

쉬우면 지가 잘나서, 어려우면, 강사가 무능해서.

그만둘 때 얌전히, 그만둬주면, 고마운 거야. 악의적인 소문을 내거나

친구들까지 몰고 나가서 반전체를 빠개버리는 경우도 많아.

그거 재건하는 거?

얼마큼 걸릴지 아무도 몰라.

그사이 네 수익은 바닥이야

최악의 경우 잘리기도 하고.  그러니까 네 말은 정신 차리라는 거야"


누가 많은 학생을 대학에 보내고

성적 등급을 올리느냐에 혈안이 된 오로지 시험성적  결과로 판가름 나는

대치동 학원가.

이곳 에서 아이들  한 명 한 명은

곧 돈이다.  스타강사  서혜진은 그렇게 10년째  국어과목

유명강사로 군림하고.  자신의 옛 제자 이준호와.  한 명이라도 더 학생을 데려오기 위해

사제 출격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오지나 다름없는 남자고등학고, 회원고학생들을

위한 무료강의를 연다.  히스토리가 있는 두 강사들의 합동강의 소식에 학생들은 입소문을 타고, 딱 하루 있는 무료강의는 바로  매진된다.


  희원고전교생을  수강생으로 둔, 최선국어의 원장 백발마녀는 60의 나이에도

칠판 앞에서 열정을 다하는 노련한 강사다.

이준호와 서혜진의  전쟁선포에 최선국어 백발마녀는

수강인원에 전원에 한해 무료 특강이라는

카드를 꺼낸다. 결국 아이들은 백발마녀의 특강에 참석하느라 서혜진 이준호의

강의실에는 개미 한 마리 얼씬대지 않는다.


 텅 빈 강의실에서

아이들을 기다리던 두 사람은 절망한다.

전우주적 망신을 당한다. 그때  한 학생이 강의실문을 열고, 들어선다.

그는 가난하지만 공부에 진심인 전교 1등

백발마녀학원 장학생 이시우다.

백발마녀의 조교가 스파이로 무료강의를 염탐하기 위해 보낸 것이다.

서혜진은 이시우를 준비했던 자료만 주고 보내려다가

마음을 바꾼다. 이시우 단 한 사람만을 위한 강의를 하기로 한다.

그렇게  서혜진과 이준호의 강의가 시작된다.

이 장면은 아마  이 드라마의 가장 큰 주제를

던지는 결정적 장면이다.


최근 좀 우울한 일들이 많았는데.... 이 드라마를 보면서 조금은 위로받았다.

내가 지키려는 가치, 지키려는 관계, 정성을 다하려는 것들을 대하는 자세....

그리고  언어를 쓰고, 전하는 방식, 사람들과의 신뢰. 나는 아직도

얼마나 서툴고 사고하는 힘이 부족하다.  학교에서 배웠던 학문은  우리가

인간다워지기 위해서 자기 가치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해 배웠던 학문이 아니었다.


우리는 이 사회 안에서 잘 살아남기 위해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수단으로

공부하는 방법을 배우고, 타인들과 경쟁하기 위해  지식을 쌓았다.

학문이란 그렇다.  단순히 공부가 아닌 우리가 배웠던 인문학 속, 국어는  매일 접하는 수많은 대화들 속에는

내가 학교 때 배운 국어라는 기본공부가 깔려 있다.

이 드라마는 언어로 어떻게 마음에 접근해야 하는지를 느끼게 해 준다.


문학작품을 어떻게 읽고, 접근해야 하는가를 아이들에게 설명한다.

하지만 이건 우리 모든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중요한 이야기다.,

선생님만의 책임과 의무가 아니다.  공부가 재미있어지려면, 자신만의 세계가 만들어져야지만 가능하다.

고등학고 학생들이 험난한 인생을 살아온 박완서 작가의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고생이 뭔지 아픔이 뭔지, 실연과 상실이 아무것도 모르는 고등학생들에게 어떻게 인생의 굴곡을 넘어선

작가의 인생을 이해시킬 수가 있을까!


서혜진은  딱 한 사람 이시우를 향한 강의를 시작한다.  

그녀는 한 달간 준비했던 강의내용을 버리고, 특별한 강의를 하려고 한다.

과거 힘든 시절  가세가 기운 집안을 위해 법대를 포기하고, 학원알바를 선택한 그녀는

자신의 자랑이었던 이준호를 가르치면서, 자신의 고단했던 삶에 위안을 얻었다.  내신 9등급 꼴찌를 가르치면서, 이준호가 조금씩 학교 공부에 재미를 느끼고, 자신만의 공부로 자리매김을 하는 모든 과정의 감동의 시간을 떠올리면서, 이시우에게 말한다.


" 볼펜은 손에서 놓고, 필기하지 말자."

 박완서 작가의 문학을 다룬  이 강의는 정말 인상 깊었다.

박완서( 1931~2011)

내 생각에는 이 숫자에 답이 있는 것 같아 작가가 살면서 경험했을 법한 몇 가지 큰 사건들이 보이지?

전쟁과 분단의 상처 그리고 산업화와 같은 것, 이런 사회적인 변화가 가지고 온 인간사의 부조리나 병패가 곧 선생의

글감이 된 거야. 여기서 하나 더 유년시절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선생의 어머니까지.....

어때?

시험 문제 단골인 이유가 좀 보여?

그러니까 선생의 생애를 깊이 있게 이해한다면, 선생의 어떤 작품이 덤벼와도 무섭지가 않게 되겠지? 설사

처음 보는 작품이어도.

선생은 세 살 되던 해에 아버지를 잃어, 사인은 맹장염이었어. 이때가 일제 강점기긴 해도 맹장염정도는

고칠 수가 있었거든. 근에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선생의 생전 인터뷰 보면 그런 말이 나온다.

" 침 맞고, 푸닥거리하다가 달구지로 읍내에 싣고 갔을 때 이미 늦었다."

그 사건으로 가장 충격을 받은 사람이 누구였을까?

박완서는 이렇게 얘기했다.

힘든 시기를 겪고 남다른 경험을 하면서 이걸 잊지 말고, 기억해야겠다. 언젠가는 이걸 쓰리라 생각했다.

서혜진은 문학이 인생에 미치는 본질을 마음에 와닿게 설명한다.

시험이 아닌 문학으로써의 공부를 강의하자 이시우는 마음속에 큰 파문이 일어난다.

지금까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열정이 느껴졌다.

그날 그때만큼은 이시우에게 스승은 이준호와 서혜진이었다.

희원고 전교 1등의 마음을 움직였던 무료강의는 이시우의 친구들에 의해  삽시간에 희원고  아이들에게 퍼지고,  서혜진의 학원으로 아이들이 빠져나가자.

백발마녀는 위기를 느낀다. 그녀는 서혜진을 자신이 가져야겠다고, 마음먹는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자 부셔뜨려서라도 가지고 싶어 한다.


권위와 권력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

 빌런 백발마녀 최형선 원장은 아이들을 대학에 많이 보내는 게

그녀의   목표다.

 같은 목표를 가지고 달려온 서혜진은 이준호가 학원강사가 되고 나서부터 자신의

목표에 회의를 느끼기 시작한다. 자신을 스승으로 연인으로 사랑해 주는 이준호 앞에서

좀 더 멋진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아이들에게 학원강사가 아닌 선생이 고 싶어 진다.


족집게 강의로 떠먹여 주는 기출문제로 실존이 아닌 정답만을 아이들에게 주입시키면서

신념이 있는 학교 선생에게 기생충이라는 소리까지  들어가며, 입시학원강사로써의 입지를 다졌지만,

이준호와 함께 있으면 자신이 더 이상 자랑스럽지가 않다.


 자신의 강의 방식이 가치 있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준호와 서혜진이  있는 학원 대치초이스에는 이 두 사람을 질투하고, 지지하고, 경쟁구도에 있는

다양한  선생들이 있다.

 남만적인 삶과 매력적인 삶을 추구하는 김현탁 대치초이스의 원장이 있고,

인간의 냄새나는 욕망을 부추겨서 자신의 욕망을 갈취하는 우승희 부원장이 있다.

여기에는 진짜 가치가 뭔지를 알고, 인간다워지려는  서헤진 팀장이 있고,

서혜진 팀장을 몰래 짝사랑하던 동료 팀장도 있고,  이준호와 서혜진을 응원하는 당찬 남상미 선생도 있다.

이 드라마의 갈등은 9화와 10화에서 정점을 찍는다.


이토록 감동적이며, 피 튀기고, 살벌하며, 치열함 심리전으로 욕망들이 불꽃처럼 부딪히는 이야기들이 있을까?

삼국지를 연상하게 만든다. 천하통일이 아닌 인간의 마음을 비집고 들어와 쾌쾌한 냄새를 부추기고,

균열을 내면서, 치열하게 마음을 파괴시키면서, 아이들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대치동 학원가의 삼국지 같은 드라마다.


최선국어 백발마녀와 대치초이스 우승희 부원장이 편먹고, 대치초이스를 무너뜨리기 위해 꺼낸 카드는 이준호 서혜진의 연애 스캔들이다.

 유명여강사와  새내기 남자강사의 연애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야기는 삽시간에 모든 학원가와 학생들 심지어 학부모 사이로 퍼진다.


 " 아니 그냥 연상 연하 선생님들 둘이 사귀는 게 뭐가 문제죠. 그냥 연애일 뿐이잖아요?"

"  그게 아니지 과거  둘이 사제 지간이었잖아!  여기 대치동은

물고 뜯기는 정글이라고, 소문은  먹이를 찾아 헤매는 하이에나에게 고깃덩어리를 던져주는 거라고,

어느 유명한 선생님이 감기로 병원만 갔다 와도 건강이상설이 돌고, 완치 100프로 초기암에 걸려도

말기암에 걸렸다는 소문이 퍼져, 왠 줄 알아,  학원수강생들 빼가기 전쟁이 시작되거든."


"두 사람 그냥 이쁘게 연애하는 거잖아요."


" 그게 문제야, 애하나 대학 보내겠다고,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다 달라붙어서 케어하고,

학원 보내는데 학원강사가 어린 남자와 연애에 빠져서, 수업을 등한시한다고 생각해 봐

그게 얼마나 그 사람들에게는 큰일이겠어"


우승희는 모든 소문들을 조작하며, 사람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인다.

소문의 시나리오는 치졸하고, 야비하게 기획되어 있다. 학원가의 암투가 시작되자

서혜진의 연애는 가장 뜯기 좋은 먹잇감이 된다. 먼저 같은 학원에서 서혜진을  마음에 두고 있는

동료강사의 마음을 흔들어 그들의 연애를 폭로하기 위한 일등공신으로 쓰고,

그다음은 뒤에서 좀 더 야비한 시나리오를 짜서 루머로 퍼트린다.


이준호가 미성년자일 때부터 둘은 사귀기 시작했고, 서혜진을  미성년자를 꼬들 겨서 자신의 욕망을

채운 인간말종으로 만든다.

이 시나리오는 적중했고,  그녀는 하루아침에 명성과 명예, 돈을 다 잃을 처지에 놓이게 된다.

학원가에서 등급 올리기의 귀제로 소문나 승승장구하고 있는

 대치동에서 영향력 있고, 가장 많은 수강생을 거느린 학원강사 서혜진은 바로 추락한다.


사랑 때문에 자기가 쌓아 올려놓은 모든 걸 잃게 되지만 서혜진은 자신 곁에 귀중한 자산인 사랑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리고 두렵지만 견디기로 한다.

모두가 자신의 곁을 떠나고 있고, 아끼는 후배 교사 남청미에게 해진은 자신은 괜찮으니 도망가라고 조언한다.

이에 남청미는 대답한다.


" 저 아직까지 뭐 별로 가진 게 없는 사람이에요. 믿을 것도, 가진 것도 나 하나밖에 없어서

자존심, 자신감 이런 걸로 살거든요. 그래서 그 쓰레기 같은 패거리에 안 끼려고요.

선생님 지금 힘드시죠?

저 선생님 하고 같이 놀아 드릴게요. "


햬진을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고마워서 운다.


진짜 오랜만에 듣는 말이다. 자존심이란 말 그다지 안 좋아하는데... 믿을 것도 나 하나밖에 없어서,

자존심 자존감하나로 산다는 말.  


남청미는 사랑이니 연애닌 그런 거에 힘 빼는 거 우습다고 생각하는 여자였다.


하지만 이준호와 서혜진을 커플을 보면서  그 사랑이란 가치를 믿게 된다.


이준호는 살면서,  나하나  잘 먹고 잘 사는 방법밖에 생각해 본 적 없는 야심가였다.

하지만 혜진이  자기 때문에  모든 걸 다 잃고, 사람 들로 부터  외면당하는 걸 보면서 처음으로 세상이

무서워진다. 자신의 목적이었던 성공뒤에 가려진 추한 모습들을 보면서,

자신이 지켜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어른이 되면 목표가 언제나 수정된다. 좋은 집 좋은 차 사랑하는 사람. 행복한 가정,

이런 목표들은 바로 행복을 가르치고 있다.


힘들게 쌓아 올린 인생에서 지금 가진 것들을 지키기 위해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한 사람도 있고,

더 많은 것들을 가지기 위해 더 공부가 필요한 사람도 있다.


또한 자신이 가진 것들을 하나씩 버리기 위해 공부하는 사람도 있다.


가지기 위해 공부하는 사람 버리기 위해 공부하는 사람. 지키기 위해 공부하는 사람.

이 모든 사람의 공통된 목적지는 행복이다.


인생에 있어 정말 필요한 공부는

자신에게 가치 있는 그 무엇을 찾기 위한 과정이다.

자신이 행복해지기 위해  하는 공부!


나는 그래서 나에게 언제나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학생이 되고, 스승이 되어 배우고 가르친다.

나라는 난해한 인간에 대한 학문을.

나 자신을 이해하는 긴 여정의 공부를

지금도 하고 있다.

타인들을 사랑하기 위해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