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워서 좋은 것도 있다.
바로 우주와, 나 ,신, 같은 혼자가 되어 보지 않으면
생각나지 않는 그런 것들을 생각하는 시간이 많이 늘어난다는 사실이다.
사람으로 늘 마음이 채워져 있으면 외롭지도 않고 재미있는 일이
가득하지만, 혼자가 되어 고립되면 아주 자연스럽게
자연, 우주, 나라는 추상화된 정체성이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그때 아
사람들이 주는 인생에 있어 행복감과
혼자 고립되어 있을 때의 행복감은
그다지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도 일종의 중독이다. 금단현상을 견디고 나면 혼자라는 시간이
외로움으로 찾아오지만 이 또한 견디고 나면 고독이라는 시간을 만난다.
영화나 드라마에 중독되는 시간도 그렇다.
고독이라는 시간을 즐기지 않고, 그 속에 드라마를 들이면,
히스토리중독이 일어난다. 달콤 쌉싸름한 히스토리가 있어야지
시간을 버틸 수가 있다. 히스토리중독은 일종의 재미중독이다.
재미있는 그 무엇을 채워주어야지만 나의 뇌가 안정을 찾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하늘과 바람과 자연을 보면서 가만히 있는걸
못하면, 뇌는 쉬는 법을 잊어버린다.
중독은 즉각적인 것을 아주 손쉽게 채울 수 있고,
빠르게 효과가 나타나고, 또 빠르게 그걸 채워주어야 한다.
그래서 끊임없이 되풀이되어야만 한다.
이 모든 것을 중지하고, 혼자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있는 시간을
향유한다면, 이 또한 작은 행복감을 선사한다.
행복이란, 내가 무가치해졌다고 느껴졌을 때도
혼자 은근하게 웃으면서, 세상을 향해
나의 존재를 느껴보는 순간
찾아온다.
걷기는 이런 행복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채워준다.
혼자 걷던 사람들과 같이 걷든 걷는다는 건.
생각을 멈추게 하고, 오롯이 몸이 하는 일에 순응하는 시간이다.
다리가 일을 하는 시간, 머리가 쉬는 시간.
자연 속으로 나를 데려가서 하나가 되는 시간
사람들과 숨소리를 나누는 시간
중력을 거스르는 시간.
몸속의 수분을 배출하는 시간.
오늘도 걷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