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implay Nov 28. 2023

[텀블벅]을 질렀다.

올해가 가기 전에 더 불 싸지르자!

4개월간 참여한 '매일 글쓰기' 모임이 8월에 끝났고, 책도 8월에 나왔고, 몇몇 사람한테 나눠주기도 했다. 

모든 것이 여름과 함께 끝나가고 있었다. 

음, 그래그래 좋아. 좋다...
좋아?

오랜만에 맛본 성취감은 좋았다. 그런데 물 위의 잉크처럼 똑똑 떨어지고 군데군데 퍼질 뿐, 전체를 채우진 못했다. 아 뭔가 아쉽고 허했다. 여름이 가면 오랜만에 뜨거웠던 내 일상도 식어버릴까 조바심이 났다. 그래서 이대로 끝내기가, 도무지 놔줄 수가 없었다.


더 해봐, 해 보자. 


뭘 더 하지? 생각해 보자. 

더 써서 투고를 해 볼까? 내가 쓴 책은 100p. 분량을 늘려 보자. 

출간기획서를 쓰려는데 경쟁도서를 기입하라는 내용이 있다. 검색해 보니, 

아차! 너무 유사한 책이 있네? 하아... 

식사를 마치고 식탁에 엎어져있는데 남편이 말한다. 

소재는 같은데 내용은 다르잖아. 각각의 에피소드는 다 다르잖아.


그래, 맞다. 세상에는 비슷한 부류의 책이 수십, 수백 권씩 쏟아지는데 소재 겹친다고 며칠을 절망하다니.

갑자기 걱정스러운 마음이 바싹 마른다. 새하얀 식탁을 보니 다시 쓰고 싶어 진다. 


그래도 달리 보이고 싶어서 새로운 방향으로 깁고 더해본다. 생각을 하면 또 생각이 난다. 이게 참 때로는 비극이다. 도무지 끝을 낼 수가 없게 만든다. 더 좋은 생각이 날 때마다 파일은, 

'최종 수정' 

'진짜 수정' 

'마지막 수정' 

'이제 그만 수정' 

수많은 수정이 짝사랑 파일들을 남긴다. 

글은 완성하는 것이 아니라 포기하는 것 같다. 부정의 포기가 아니라, 용기의 포기.

'이제 가라.'

더 이상 수정하는 것을 포기할 때 글이 완성된다. 


여전히 '원고 정리를 할 거야, 내 원고는 끝나지 않았어.'하고 질척대며 약 40p를 더 썼다. 투고를 시작했다. 일곱 군데. 행운의 7. 노린 건 아니고 사람이 간절하면 별 사소한 거에 다 의미를 두게 된다.

한 달 반 동안 4번의 거절을 당하고, 1곳은 수신이 안되고, 2곳은 답이 없다. 


기다리고만 있을 순 없지. 열정이 사그라들기에 장작 때울 준비를 한다. 

말로만 듣던 텀블벅을 질러 보자. 
나 하고 싶은 거 다 해! 나를 응원해!


텀블벅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과감하게 프로젝트 올리기 버튼으로 직행. 꽤 많은 소개글을 적다 보니 텀블벅은 간단한 척 하지만, 간단하지 않은, 저들만의 리그인가 싶다가, 나도 할 수 있다 싶은 아리송한데 자꾸 열정을 부추기는 그런 사이트였다. 이 빈칸을 다 채우고 꼭 심사로 넘어가리라. 

프로젝트 빈칸을 채우는데 꽤 긴 시간이 걸렸다. 원고를 쓸 때보다 더 고민됐다.   

첫 번째 막힌 곳은 이미지 업로드였다. 내가 가진 것은 계란 반숙 같은 원고뿐. 표지가 없다. 

표지를 그려야지!


당장 올릴 것 같았던 프로젝트는 표지 때문에 한 달이 걸렸다. 그때의 나로 돌아간다면 말해주고 싶다. 

"아니야, 네가 그리지 마. 그러면 안 돼." 

나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표지를 스스로 그리려 했을까. 인터넷상에는 표지를 쉽게 만드는 사이트(미리캔버스, 캔바)도 있고, 좋은 이미지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는데 어쩌자고 손을 낯선 그림으로 강제 전출시켰을까. 한동안 나는 글이 아니라, 그림 작가가 되려는 건가 싶을 정도로 혼란스러웠다. 새벽 2시, 혹은 3시에 잠들 때마다. 

아니, 이 시간에 원고를 고쳐, 수정이에게 돌아가! 


하지만 길치가 잘못된 길인 걸 알아도 발을 멈출 수 없듯, 내 손도 멈추지 않았다. 돌아가기엔 너무 긴 시간을 투자한 것이다. 접을 수 없으니 계속 가는 수밖에. 용기의 포기는 그림에서도 어려운 일이었다. 


길을 잃은 표지 만들기 대장정이 시작되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글쓰기]를 배워보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