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요즘은 왜 춤 안 춰?

너에게 건네는 질문 10.

by 오수


너를 키우며 네가 가장 자랑스럽게 여겨졌던 순간.


2025년 9월 올림픽공원에서 동생 유치원 가족소풍에서 춤 장기자랑을 하던 날. 너는 수백 명이 둘러싼 사람들 중간에 서 두 명의 친구들과 춤을 췄다.

넌 아기 때부터 춤 추는 것을 꽤 좋아했어. 말도 못 하면서 음악만 나오면 리듬을 타는 네 모습이 참 신기했지. 나는 1년 넘게 학원을 다녀도 얻지 못했던 리듬감을 넌 태어날 때부터 타고났구나 싶어 조금 샘도 났다.


그랬던 네가 많은 사람들이 보는 자리 앞에 나가 조금은 수줍지만 춤을 추고 당당하게 1등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찌나 멋지던지. 사람들이 네 춤을 보면서 즐거워하고, 박수 치고, 축하해 줄 때 내 어깨가 으쓱하더라.


fe1756c3-6e39-46f7-84ce-b73d94b028e7.png 챗GPT 활용 이미지 BY 느린 걸음


그런데 또 다른 한편으론 집에서 매일 TV를 켜놓고 아이돌 춤을 따라 추는 네 모습을 보면서 좀 걱정이 되기도 했다. 네 꿈은 아이돌이라고 하는데 나중에 커서도 저 길로 빠지겠다고 하면 어쩌나 걱정이 된 거야.

"애 댄스학원 좀 보내줘, 저렇게 좋아하는데" 하는 언니의 말에

"싫어. 그러다 진짜 계속 저 길로 가겠다고 하면 어떡해. 나중에 크면 춤추는 오빠들이랑 어울려 다니면? 공부해야지 공부" 하는 말이 절로 나오더라. 그런 말을 내뱉고 내 꼰대스러움에 스스로 놀라기도 했다.


그러던 네가 몇 달 전부터 춤을 추지 않는 거야. 그래서 내가 너에게 물었지.

"왜 요즘은 춤 안 춰? 아이돌 한다며."

"아이돌 그냥 안 할까 해. 먹고 싶은 것도 못 먹고. 그냥 엄마처럼 회사나 다닐까 싶어."

그 얘길 듣는데 묘한 기분이었어. 이젠 네가 좀 컸구나. 너도 현실을 좀 아는구나 싶기도 하다가, 춤 출 때 그렇게 행복해하던 네가 춤도 안 추고 그냥 회사나 다니겠다고 하는 네가 이렇게 크는 게 맞나 싶기도 했다.


무언가 하고 싶다는 강한 열망.

글을 쓰고 싶다는 열망을 가지고 있다. 일 같은 건 그만두고 내가 쓰고 싶은 글 쓰는 일에 몰입해 보고 싶다는 생각하다가 글 써서 밥벌이를 할 수 있을까 싶다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에 한 번쯤 내가 살고 싶은 삶을 살아봐도 되지 않을까 싶다가.



프로필 이미지.png 챗GPT 활용 이미지 BY 느린 걸음



오락가락하는 그런 생각들 사이에서 아무 결단도 내리지 못한 채 시간을 흘려보낸다. 뭔가를 하고 싶단 열망은 있는데 그 앞에서 우물쭈물할 때. 안정적인 삶을 두고 불안정적이고 예상치 못한 삶에 도전하기가 무섭다가도, 뭘 하고 싶다는 생각조차도 시간이 지나면 없어져 버릴 것 같다는 불안을 느끼기도 하지.

한정적인 삶에 품은 에너지 역시 한정적이고, 그 에너지가 소멸된 순간부터 빠르게 늙어가는 게 아닐까 싶어.


무엇을 하고 싶니?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고 있니?

네가 하고 있는 것들이 네가 원하는 방향으로 네 삶을 이끌어주니?


네가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살 순 없어도 적어도 마음에 품은 작은 불씨만큼은 꺼지지 않게 잘 간직하며 네가 살았으면 좋겠어. 행복하게 춤 추는 너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야.

엄마처럼 회사나 다니겠다는 네 말에

그렇다고 내가 회사만 다니는 건 아니라는 자기 변명도 좀 하고 싶다.



'너에게 건네는 질문' 시즌1 끝

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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