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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원썸 Aug 13. 2023

그 많던 호랑이는 다 어디로 갔을까

울산여행, 간월재 억새군락지

" 전주가볼까?"

" 갔다왔잖아"

" 그럼, 경주갈까?"

" 거기도 뭐...여러번 가서"

" 어디가지?"

모처럼 남편과 시간이 맞아 2박3일의 여행일정을 짜보지만 여행지부터 머리를 짜본다.

여기도 가보았고 저기도 가보았고 한마디로 구미가 확 당기는 곳이 없다.


"울산은 어때? 동해나 울산은 잣나무 그늘~경대도 좋지만 인심도 좋구요~"

학교다닐 때 합창곡 단골레파토리의 하나였던 울산이 느닷없이 튀어나온다.

울산하면 H,

H하면 울산

여행이라함은 자고로 도시를 떠나 농촌이나 어촌이든 도시의 느낌이 없는 곳이어야하는데..

그러면서도 울산 가볼만한 곳 여기저기를 훓어본다.


집에서 차를 타고 가기엔 너무 멀다. 왕복 10시간이면 반나절, 차라리 돈을 쓰고 시간을 벌자싶어

비행기를 이용키로 했다.

울산공항의 현지 날씨는 맑고 맑음, 바람은 적당히 시원하고 낯선 냄새가 싫지않다.

싫기는 커녕 벌써부터 기대반 설레임반이다.


먼저 다녀 간 사람들의 이동통로를 따라가는게 쉬운 여행희 지름길이다.

첫 날은 울산하면 제일 먼저 나오는 대왕암이다.

전설의 동물이며 상상의 동물인 용

어쩌다가 그런 동물을 상상하게되었을까

그 용을 제일 처음 만들어 낸 "누구"는 진짜 상상력 갑이 확실한게다.

용이 승천하다 떨어졌다는 전설을 백프로 믿을만큼 바닷길은 구불구불, 신비스럽다.

날씨예보가 있었던들 절박한 어부의 생계는 막지못했겠다.

저 깊고 컴컴한 굴 어딘가에 귀한 보물이라도 숨겨져있을 듯하다.


울산은 경주와도 가깝고 양산과도 가깝다. 인근 관광지가 많다.

산도 많다.

가지산, 운문산을 포함 7개산이 연결되어있고 마치 알프스처럼 아름다워 붙혀진 이름이 영남알프스

우리는 가지산 돌짜장을 먹고 억새가 유명하다는 간월재로 향한다.


시작은 가벼웠는데 어느 사이 오르기도 내려가기도 어중간한 곳까지 와버렸다.

우리와 보폭이 비슷했던 스님은 내려오는 누군가의 조언에 그냥 내려가신단다.

갈등된다.

이 정도에서 멈춰? 더 가?

그 갈등은 억새밭을 본 사람들의 " 증언"에 묻힌다.

" 엄청 좋아요. 조금만 더 가면 되요. 다왔어요"


어느 사이 우리앞에 펼쳐진 억새군락지

말을 이을 수가 없을만큼 멋지다.

너무 멋지다.

그래봐야 갈대인지 억새인지 구분도 잘 안되는 풀떼기인데

사람 마음을 미치게 하는구나


어떻게든지 증거를 남기겠다고 카메라를 연신 눌러보지만

사람눈에 담은 광경을 카메라는 1도 담지못한다.

"사진 안찍으면 어때. 그냥 실컫 보자" 는 내 말은 듣는 등 마는 등

남편은 여기서봐라 저기서봐라를 주문한다.

나이들 수록 사진찍기가 싫어지지만 오늘은 제일 젊은 날이란

말에 또 속아보기로 한다.


아주 옛날에는 이 곳은 아는 사람만 올라 와 억새를 얻었단다.

그 억새로 초가집도 만들고 젓가락도 만들고

갈대와 달리 쓰임새가 많았단다.

특이한 건 이 억새군락지에 호랑이가 뛰어다니며 사냥도 했다고한다.

이 높은 곳에 뭐가 있을지알고 오른 옛날사람도 궁금하지만

원시림마냥 이리저리 내 세상이다 뛰어다녔다는 호랑이.

먹을게없어 민가까지 내려왔다는 호랑이의 행적도 궁금하다.


사람걸음으로도 약 1시간 반을 쉬지않고 걸어올라왔으니 호랑이는 어떠했을까

아무리 타이거스텝이라고 소리내지않고 사뿐사뿐 걷는다쳐도

힘들지않았을까


인적이 드문 억새군락지에서 자기세상이었을 천하의 호랑이도

먹을 게 없으니 돌산이라도 내려가볼 수 밖에.


우리나라 호랑이는 1940년대까지만해도 민가에 자주 나타날만큼 많았다고 하나 현재는

세계적으로 개체수 감소에 동반, 동물원에서나 겨우 봄직한 귀한 신세다.

세계자연기금에서는 먹이사슬 최고에 위치한 야생호랑이의 현재 3천마리를

두 배인 6천마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멸종위기에 속한 게 호랑이뿐은 아니겠지만 그 이유가 사람때문이라니 미안스럽다.


단군신화에 나오는 호랑이는 길지도않은 며칠을 참지못한 인내심 부족으로

떡파는 할머니, 곶감과 호랑이등에서는 아이큐 부족으로

은혜갚은 호랑이에서는 효성으로

다양하고 종잡을 수 없는 캐릭터로 등장하는 호랑이

그럼에도 사자와 함께 숨길 수 없는

'잘생김'

'먹이사슬 최고의 포식자다움'

이 있다.




억새는 바람이 부는대로 저항하지않고

이리 불면 이리

저리 불면 저리

그들의 리듬감있는 무저항은 장관이다.

언제까지고 보고싶지만


나는 사람인지라

또 다시 저 아래 세상으로 내려가

사람들과 어울려야한다.


우리의 무저항도 누군가의 눈에는 장관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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