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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원썸 Jan 05. 2023

장애의 몸으로 한 달 살기

전장연시위로 출근길은 막히지만 장애인의 길은 막히지않았으면...


친한 이웃들의 글을 보다 우연히 전장연 후원이란 제목이 눈에 들어온다.

지하철 시위로 지각, 힘들고 짜증나지만 그들의 더 힘든 현실을 생각하면

후원하지않을 수 없다란 내용이었다.


알고리즘이다.

바로 이어 양궁 3관왕 안산선수의 전장연 후원이란 기사. 오래되었지만 잊고 있었다.

"저는 초등특수교육과에 다니고 있습니다"란 인터뷰에

찬반댓글이 우수수다.


아들이 중학교에 다닐 때 큰 부상으로 수술, 입원, 통원치료 1년 후 다시 철심을 빼는 과정이 있었다.

타인의 실수로 일어난 당시로는 대형사고였다.

성장판이 다치고 닫히고

그냥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제일 무서운 상황은 한쪽만 짧고 한쪽은 길어지면 어쩌나란 우려였다.

그렇지는 않을겁니다...의사는 꾸깃꾸깃한 가운을 입고

느닷없이 잡힌 주말의 수술때문일까

표정이 썩 좋지않아보였다.

아뭏든지 깁스를 풀고 다리를 보니

길이가 아닌 굵기가 짝짝이다.

다친 한 쪽은 쓰지않아그런가 근육이 빠져 홀쭉해졌다.


깁스를 한 상태에서 통학, 학원, 일상을 접을 수 없기에

그 도우미는 내가 주로 했다.

다행히 지자체에서 휠체어를 무료대여해주었다.

학교등교는 그런대로 괜찮았다. 학교입구까지 가면 친구들이 팔짱을 끼고 가방을 들어주고 

3층에 있는 교실문까지 들어가고나면 나는 내 일터로 향했다.


그 때 학교에는 엘리베이터가 없었다.


그러나 학교생활중 과학실, 가정실, 급식실등 계단을 이용해 이동할 때가 문제였다

쉬는 시간 겨우 10분을 이용해 화장실도 가야하고 준비물도 챙겨야하고

무엇보다 벽쪽이나 난간에 기대어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내딛는게 

보통 힘든게 아니다.


목발을 사용해 본 이웃이 말했다

" 이거, 겨드랑이가 얼마나 아픈지 알아? 그니깐 손잡이에다 붕대를 칭칭 감아서 쿠션감이 있어야돼"

그의 조언대로 스폰지와 붕대로 감았더니 좀 낫다싶었다. 


학교에서 전화가 왔다.

"계단에서 넘어졌어요"고

기여코 오르락 내리락 하는 계단에서 모르는 학생이 부주의하게 툭 친 것이 또 화근이었다.

왠만한 부딪힘이야 "아야" 하고 외마디를 지르면 그만이지만

한 발로 중심잡기도 힘들고 계단에서 목발은 쥐약이나 다름없으니

"어어"하다가 넘어진모양이었다.


일부러는 아니겠지만 조심성없인 부딪힌 아이도 난색

주변에서 지켜지지못한 친구들도 난색

학교선생님도 중재를 어떻게 해야하나 난색

그러나 제일 힘든 건 당연히 아들이다.


" 치료비는 그 학생이 다 낸대요"

치료가 문제일까 

아이는 체면이고 뭐고 엉엉 울면서 또 다시 수술실에 들어가 병원에 누워있고

다시 재활...일련의 과정이 반복될까 여기저기 까진 거는 감각조차 없었단다.

정말 다행스럽게 수술한 곳은 이상이 없다지만 그만큼 재활치료기간도 늘어났다.

이후 계단은 아이에게 공포였다.


문제는 하교였다.

하교시간에는 꼼짝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내 일을 모두 제쳐둘 수도 없다.

간간히 다른 사람에게 부탁도 해보지만 혼자서 휠체어로 이동하는 건 불가였다.




그 날은 학교 동아리 행사가 있었는지 친한 친구들도 모두 제각각 헤어지고 하교시간도 조정되었는지

갑자기 아들로부터 전화가 왔다.

" 엄마, 지금 데리러 올 수 있어? "


헉헉 뛰어가 보니 덩그라니 학교 후문에 혼자 앉아있는 아들. 울컥했다.

"휠체어에 앉아있는데도 아무도 도와주지않았단말야?"

혼자 휠체어를 시도해보려고 했지만 도저히 안되더란다.


누가 이 아이를 케어해줄 수 있었을까

학교선생님들?

말도 안된다.

친구들?

그래봐야 열댓살 먹은 아이들에게 무슨 의리감? 평소에도 많이 도와주었는데 하교후 다시 올 수는 없었을 것 같다.

한 마디로 기대할 사람은 가족뿐이다.


물론 도움도 많이 받았다.

학교 오르락 내리락할 때마다 친구들이

또 선생님들이 보조의자를 주시거나

여러 생활에서 배려해주셨다고 한다.

간호사 이웃을 둔 덕분에 드레싱정도는 굳이 통원하지않았다.

그러나 쉽지않은 재활, 깁스를 풀었어도 1년 뒤 철심제거수술

그리고 다친 성장판이 어느 정도 영향을 줄 지 그 애타는 마음은 오롯이 아이와 우리 가족의 몫이었다.




예전 유모차를 밀었을 때 느꼈던 약간의 불편함은 배가가 되었다.

" 계단, 턱, 짐, 경사가 있는 곳 그리고 신호등"

 등등이 노약자, 아픈 몸, 휠체어를 탄 이들에게는 난감 그 자체다.


박완서님의 일상의 기적

갑자기 허리에 이상이 생겨 세수하기 양말신기 기침하기 앉았다 일어나기 등과 같은 일상의 제어를 받은

그 분의 글은 멀쩡할 때는 전-혀 기억나지않다가 이렇게 다치거나 몸이 불편해지면

일상의 "일상"이 얼마나 감사한지

그 "일상"을 할 수 있는 몸의 여건이 얼마나 소중한지 체감한다.


나역시 20대 무렵 임파선결핵으로 휴직을 했었고 그 때문에 직장에서 따가운 시선과

승진, 사람과의 관계에서 많은 상처를 입었다.

임파선결핵은 옮기지않는다는 말을 여러 번 전했음에도 편견과 차별까지는 설득하지못했다.

이후 자잘한 사고와 질병으로 옴짝달싹 못해 누군가의 도움없이는

내 몸을 일으킬 수도 없을 때 철저히 깨닫는다.

"몸 아프면 끝이구나"


동대문운동장역, 노원역, 왕십리역...


왠만하면 2호선 전철역명을 다 외울 정도로 서울 지하철은 우리의 발이다.

편안해진만큼 복잡해진 노선으로 갈아타다보면 힘든 전철역이 몇 개 나온다.

특히 노원역은 갈아타는 시간도 오래 걸린다.

왕십리역은 5호선 2호선 경의선까지 있어서 물어보는 사람도 여럿이다.

동대문운동장역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해당 역은 엘리베이터가 있으니 그나마 낫다.

의외로 부자동네로 알려진 강남의 전철역 몇 곳은 에스칼레이터도 없다.

전보다는 많이 개선된 덕분에 엘리베이터에서 순서를 기다리는 분들, 그 중에는

노약자가 90프로다.

나도 나이들어감을 핑계삼아 몇 번 이용해보니

눈치는 보이지만 편하더라.


전장연, 누가 돌을 던질 수 있을까

나도 몸이 아파봤지만 지금은 건강하니 '일상'을 기적이라고 표현하지않는다.

그러나 유모차를 밀 때, 휠체어를 밀었을 때 느꼈던 약간의 불편이

더한 장애를 오랫동안 갖고 계신분들에게는 그 불편의 정도는 공포에 가까우리라

유명한 이의 후원에 찬반댓글을 다는 사람들도 자신의 의사표현이듯

불편한 분들의 " 좀 살 수 있게 해달라"는 의사표현도

그로 인한 또 다른 불편을 느끼는 건강한 사람들의 의사표현도 당연하다고 본다.


그러나 분위기는 어째 시민과 전장연의 싸움이 되어가는 듯, 이상하게 흘러간다.


전장연의 요구에는 비단 지하철의 엘리베이터만 있는 건 아니겠지만

그 요구덕분에 이뤄진 부분, 

어찌되었든 왠만한 전철역에 엘리베이터가 있으니 편한 것,

정작 장애인들보다 비장애인들이 더 자주 사용하는 것등은 사실아닌가


텅 빈 운동장에서 혼자 덩그라니 휠체어에 앉아있던 아들

그 순간의 슬픔은

오는 길 많은 턱에서 '턱'하고 걸릴 때마다

화로, 분노로 바뀌더라.


"아니, 어떻게 학교에 엘리베이터가 없을 수가 없나, 도데체 차가 다니는 길은 반듯하면서 사람이 걸어가는 길은 왜 이렇게 드럽게 해놓은거야?...도데체 휠체어를 탄 사람보면 도와줄까요란 생각 안드나?..."


학교는 아이가 졸업하고 1년 뒤 엘리베이터공사를 시작했다.


계단 오르기는 되어도 내려가는 게 안된다는 로봇

언젠가 tv에서 로봇을 만드는 기술자들의 토크가 있었는데 기술이 발달해 

사람만큼 섬세한 움직임이 가능하다고 한다.

많은 사건사고가운데 예를 들면 누군가 화재를 진압해야하는데

살아있는 사람은 안되니 녹지않는 고체가 움직여서 꺼줄 수 있다면....이란 생각에

브레인이 합쳐진 시도는 좋은데 여전히 상용화되지못하는 부분이 있단다.

" 계단 오르기는 되는데 내려가는 게 안되요. "


계단 오르기는 잘게 쪼개놓은 절벽을 오르는 것이라면 계단 내려가기는 낭떠러지를 여러 단계로 쪼개어 나뉜 것과 같다. 계단 내려갈 때 발의 낙차를 생각해야하고 그 어느 지형을 걸을 때보다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중략) 계단 내려가기는 균형유지와 충격흡수능력이다(생략)...

이길우기자님의 기찬몸에서 출처

http://plug.hani.co.kr/health/2873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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