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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원썸 Sep 20. 2023

마늘떡과 아보카도국

그대 잠깨어오라

언젠가 모임에서 지인이 시모의 마늘떡을 하소연한다.

마늘떡?


먹을 수 있는지 없는지는 맛보지않아 모르겠다.


그이 말인즉슨

시어머니가 며칠간 서울집에 놀러오셨는데

며느리가 나간 사이

냉장고가 궁금하신지

이것저것 들추시다

꽁꽁 얼린  네모반듯한 두텁떡을 발견하셨단다.


노란 떡이 먹음직스러워

채반에 넣고 팔팔 끓이는데

어쩐지 집에 풍기는 매운 냄새


그 찰나 며느리가 귀가해보니

이게 무슨 냄새인가?


어머니 왈

냉동실에 노란 떡이 있길래

먹을캤드만

왜케 매운 내가 나는거냐?


어머니!

이거 떡 아녜요

마늘예요

마늘!


애써 다져놓은 마늘  날라가고

어머니 체면도 날라가고

그럴 수 있겠다싶었다

웃어 넘길 수 있는 해프닝이고 에피소드아닌가.


나이들어가면서

먹는 양이 줄어든다더니

냉장고가 말해준다.

아무리 냉파를 해도

냉동실은 좀처럼 가벼워지지않는다.

심지어

내가 꽁꽁  얼린 정체도 헷갈린다.


마늘떡이야기가

우리집 이야기가 되는 일이 벌어졌다.


남편이 비건 만두를 주문했단다.

먹성 좋은 아들이 그걸 먹었다는 얘기만 들었는데

냉동실안 투명 비닐봉투에 얌전하게 담겨진 모양새가

물만두다.


비건이니 포장지도 다른가보다했는데

그날은 어쩐지 물만두가 땡다.


사골국물을 끓이고

투명비닐봉투안 비건 물만두를 꺼낸다.

아들이 먹고난 뒤 대충 마무리했는지 물만두는

저들끼 똘똘 뭉쳐져있다.


색깔이 초록초록

이 비건만두는 만두피가 아주 얇구나~

끓고있는 사골국물에

팍!

만두투척!


어라?

이게 뭐지

세상에..

비건만두..?

고기

만두도 아니고

아보카도였다.


아들이 먹고난 뒤 썰어놓은 아보카도를

만두로 착각한 내 눈

그것도 비건으로 착각한 내 눈


부랴부랴 채로 아보카도를

건져낸다


냉동실에 그나마 얼려놓은 떡국용 떡을

투하

죽다 살아낸 떡국을 보고

영문 모르고 미각도 그닥인 가족은

왜케 떡국물이 누루죽하냐

묻지도 않는다.


마늘떡이나

아보카도국이나

누가 더 나을것도

부족할것도 없는 황당한 상황이다.


문제는 지인의 시모와 나의 나이차이다.

사실

내 나이에 있어서는 안될 실수였다

만두비쥬얼과

아보카도비쥬얼이 어찌 같을 수 있을까


올려놓은

찌개를 깜박해서 태우는 것도 여러번에

타이머를 붙혀놓았는데

그것마저도 잊을 때가 있다




예전같지않아

나이들어가니말야

단어도 빨리 생각안나고

거 뭐냐

거 누구냐

가물가물

거 누구냐


라이드해준다고 주차장으로 차빼러 간 남편을

아내는 하염없이 기다린다

"왜 안나와?"

"어! 뭐야 깜빡했네!"

...


뿐인가

늘 고민이었던 두꺼운 허벅지는

말랑말랑


혼자서도 번쩍 들었던 책장이며 책상도

힘에 부쳐진다.


힘이 약해지는거야 몸을 아껴야지로

위안되지만


깜박깜박 정신줄은 무엇으로 위안삼을까


나이들어가면서  골거리는

고집이다

아집이다.


친구들과 만나는 장소 시간을

착각해 엉뚬한 곳에서

왜 안와?~를

순진하게 묻는 것


왜 젊을 때처럼 메모나 확인하지않는걸까


대충 보고

확신을 가진다.


만두인가?아닌가?

한번 더 들여다보고

궁금하면 물어봄 되는데

대충 보고

확신을 가지니

마늘떡도 되고

아보카도국도 되는게 아닐까


남에게 피해주지않았으니 망정이다.


나이들어가니

지않

깜빡한다라는걸 알았으니

그때보다

한번 더 확인

두번 더 물어보는 습관


그게 필요하고

그게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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