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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통어 Jan 22. 2023

아우닥스

부코바, 탄자니아

 오토바이를 타고 한참을 달려 도착한 깊은 산 속, 불빛 하나 없는 집안 곳곳에 케로신 등불을 밝히고 손으로 코코아가 담긴 컵을 포근히 감쌌다. 어두운 공기 속 따뜻하게 집안을 빙 둘러 꿈뻑이는 눈동자들, 입에서는 고운 노랫소리가 흘러나왔다. 멀리에서 온 친구를 위한 환영의 노래. 박수와 웃음소리, 입김과 함께 터져 나오는 목소리들. 씻을 물도, 불 밝힐 전기도 없지만 그저 서로의 눈동자에 행복한 시간이다. 


 보여지기 위한 세상에서 온 나라는 이방인은 찢어진 가방을 든 사람들과 마주하고 있다. 보여지기 위한 세상의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을 가졌는지 알지 못한다. 이곳 사람들은, 알고 있다. 이토록 어두운 공간에서 진정 자유로이 숨쉴 수 있음을 깨닫는다. 다섯 손가락만으로도 멋진 왕관을 쓸 수 있지 않나. 금이나 보석으로 치장된 왕관보다 찬란하다.


 얼마 전 다녀온 응고롱고로에서 코끼리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런 존재 중 하나인 아름다운 빛깔의 꽃을 먹고 있었다. 코끼리들은 자신이 무얼 먹고 있는지 알고 있었을까? 아마 그럴 것이다.

 구름은 이 땅의 생명체를 꾀어 하늘을 향한 열망을 심어 놓고, 가망 없고 헛된 허영을 뿌리내려 놓았다. 생명이 땅을 떠나갈 것을 우려하여 누군가는 꽃을 창조하였다. 그리하지 않았다면 땅의 생명들은 하늘로 모두 부유해 버렸으리라.

 코끼리는 땅에서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 참된 의미를 알고 있다. 그들은 떠나지 않는다. 지평선과의 멀어짐을 거부하는 이 땅의 생명체들로 우리는 하늘과 공간의 충만함을 얻고 추락의 긴장을 내려 놓는다. 아우닥스와 아우닥스가 초대한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코끼리를 떠올리고, 코끼리와 닮은 사람들을 바라본다.


 이 땅을 사는 사람들은 자연의 속도를 사는 사람들이고, 이 땅의 생명들은 자연의 언어로 이야기한다. 우리는 불편한 소음을 어디에서 가지고 와 고요한 질서를 깨뜨리고 불협화음을 심어 놓는다. 반음이 내려간 자연의 노래는 즐겁지 않고, 떠나는 자의 행복이 남은 자의 소외가 될까 두렵기도 하지만 지금 순간이 마냥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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