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angkwon Lee Apr 16. 2020

스타트업 사업개발자로 살아가기

사업개발자는 모든 것을 다하는 사람인가? 기획자랑 무엇이 다른가?

스타트업에서 근무한 지 3년이 지났다. 스타트업에서 내가 맡은 역할은 사업개발자(Business Developer)였다. 부끄럽지만 처음에는 사업개발자가 대체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잘 몰랐다. 스타트업이란 다 새롭게 사업을 일으켜야 하는 곳 아닌가? 그러면 모두가 사업개발을 하는 사람이 아닌가? 그렇다면 나는 특별히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 거지? 하는 굉장히 초보적인 생각이 많았다.


물론 지금도 사업개발자라는 역할을 100% 이해하고 성과를 발휘하는 것은 아니지만 3년이 지난 지금의 시점에서는 스타트업, 특히 초기 스타트업에서 사업개발자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에 대해서 조금은 감을 잡았다고 생각한다. 이 글은 내가 3년간 스타트업에서 사업개발자로서 고군분투하면 깨달은 생각을 정리하는 글이면서, 혹시나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미래의 스타트업 사업개발자에게 조금이나마 역할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글이길 바라면서 쓰게 되었다.


사업개발자는 말 그대로 사업(Business)을 개발(Developing)하는 사람이다. 우선 사업이라는 것은 특정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통해서 고객에게는 가치를 전달하고 기업에게는 매출(나아가 이윤까지)을 창출하는 활동이다. 그런데 사업이라는 것은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데로 바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가치를 만드는 활동이 그렇게 쉽다면 이 세상에 성공한 사업가가 얼마나 많겠는가. 굉장히 어려운 것이 사업이다. (하물며 스타트업이라고 한다면...)


사업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정말로 다양한 변수들이 존재한다. 고객의 문제와 니즈를 알아야 하고, 경쟁사와도 차별화할 줄 알아야 하며, 가격구조와 정책도 합리적으로 수립해야 한다. 그리고 운도 좋아야 한다. (개인적인 생각) 그런데 스타트업의 경우 이 모든 조건이 아쉽게도 악조건이 된다. 고객은 회사 이름도 들어본 적이 없고 우리가 자랑하는 제품의 혁신성은 아무도 모르고 나만 알고 있다. 그래서 기존 업체와의 경쟁도 불리한 위치일 수밖에 없고, 생존은 해야 하는 상황에서 가격에서 자존심을 세우자니 자신이 없어진다. 슬픈 상황이다. 이렇게 험난한 과정을 슬기롭게 극복해서 애초에 목표한 사업의 목적을 달성해나가야 하는 사람이 바로 스타트업의 사업개발자이다.


이쯤 되면 사업개발자를 서비스 기획자나 제품 개발자와 비슷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엄연히 다르다. 서비스 기획이나 제품 개발자가 고객과 시장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내는 사람이라고 한다면, 사업개발자는 만들어진 제품을 더 크고 빠르게 판매하거나 활용될 수 있도록 사업을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이 과정에서 제품이 애초에 의도한 기능이나 목적을 넘어서서 다양한 방면으로 그 가치를 발휘하게 될 수도 있다. 사업개발자는 회사가 보유한 제품과 기술에 주목해서 다양한 사업화 가능성을 모색하고 빠르게 실현 가능한 구도로 일을 추진하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사업개발자는 세일즈맨과 어떻게 다를까? 기본적으로 둘 다 타깃 고객을 발굴하고 제품을 설명하고 고객으로 전환시키는 세일즈 업무를 담당한다. 그러나 사업개발자는 세일즈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에 앞서 사업 자체의 실현 가능성과 잠재성을 예측하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사업 자체를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고객은 누구인지, 경쟁사와 차별화된 우리만의 USP(user selling point)는 무엇인지, 가격과 판매정책은 무엇이 가장 합리적인지부터 새로 정의해야 한다. 그렇게 사업개발자가 초석을 다져 놓으면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세일즈를 전개해서 스케일업을 이뤄내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다행스럽게도 3년이 지난 지금, 완전한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하는 3년 전의 나처럼 힘겹게 일하지는 않아도  된다. 초기 사업개발 세팅을 통해 세일즈 전개가 가능한 시점이 되었고, 제품도 많이 성장해서 회사를 알아보는 고객들도 제법 많아졌다. 성공적인 고객관리는 원활한 세일즈에도 도움이 되었고 무엇보다 고객과 시장을 이해하는 데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러나 사업개발자로서의 고민은 계속된다. 지금까지는 사업기회를 찾고 이를 우리 사업으로 만들어내는데 주력했다면, 앞으로는 이를 가능한 더 빠르게 키워나가는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업개발자로서의 역할은 사업모델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실제로 증명하고 현실로 바꿔나가는 데까지 가야 한다.

작가의 이전글 시련과 자기성찰이 나를 성장시킨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