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학교의 교육학 교수인 토드 로즈가 쓴 평균의 종말을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이 책이 출간되어 세상의 주목을 받았던 시점이 2021년 즈음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워낙 베스트셀러 책으로 떠들썩해서 무심코 구매해서 읽었는데 그 당시에는 저도 크게 감흥을 받지 못했습니다.
최근에 다시 읽어보았는데요, 교육과 채용의 분야에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던 차에 이 책의 내용이 큰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많은 깨달음을 주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저에게 인상적이었던 것은 '맥락'이라는 키워드의 중요성이었습니다.
왜 우리는 저명한 책과 강의에서 많은 것을 배우지만 좀처럼 실생활에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일까요? 또한 분명히 많은 정보를 서류(이력서/자소서)에서 확인하고 면접장에서 많은 대화를 나누지만 결국 채용에 어려움을 겪는 것일까요?
책을 읽으면서 어쩌면 '맥락'의 중요성을 놓치된 것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니었을까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우리는 무언가를 평가하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무의식적으로 표준화하려고 하고 이 과정에서 평균내기의 사고방식을 따릅니다. 우선 현상을 종합한 뒤 경향성을 체크해서 평균을 내서 이를 일반화한 이론과 개념을 도출하는 것으로 마무리합니다. 그래야 속이 후련하거든요! (지식을 쌓았다는 안도감과 정복감을 줍니다) 평균내기를 통한 결론 도출은 매크로한 주제나 영역에서는 상당한 가치가 있지만, 1~2명을 채용하거나 교육시켜야 현장의 조건 속에서는 오히려 역효과를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교육과 채용에서 이러한 식의 평균내기 접근은 많은 특히 더 오류를 내포할 수 밖에 없습니다. 교육과 채용 모두 사람(개인)을 대상으로 한 것인데요, 여기에는 강력한 '맥락'의 힘이 개개인성으로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직원을 채용할 때, 흔히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중요하게 평가합니다. 그러나 커뮤니케이션 역량은 채용하고자 하는 직무별로 매우 다양합니다. 재무담당자에게 커뮤니케이션 역량이란, CFO와 CEO에게 보고하는 자리에서 얼마나 숫자를 중심으로 정확한 전달을 하느냐이지만, 영업사원에게 커뮤니케이션이란 고객의 고민을 얼마나 잘 경청하고 신뢰감있는 톤으로 설득력있는 제안을 할 수 있는지에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커뮤니케이션 역량은 각자가 처한 '맥락'의 중요성을 반드시 고려해야만 합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바꾸어야 할까요? 바로 "종합 후 분석"의 사고에서 "(개별적으로) 분석 후 종합"의 사고로 변화되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책에서는 이러한 주장을 펼칠때, 보행반사에 대한 연구를 예시로 듭니다. 보행반사는 어린 아이를 안았을 때, 마치 아이가 걷는 것처럼 다리를 위아래로 움직이는 동작을 말합니다. "종합 후 분석"의 사고방식에서는 보행반사가 인간의 신경발달 과정과 연관된 것이라고 결론을 내립니다. 보행반사가 나타나고 사라지는 시점이 인간의 특정한 신경발달 과정의 그것과 유사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보행반사가 일정한 시점에서 사라지지 않거나 발현되지 않을 경우 비정상적인 것으로 이해합니다. 그러나 "분석 후 종합"의 방식에 따라 보행반사를 다시 연구한 결과, 어린 아이가 다리를 휘젓는 행동은 해당 아이의 허벅지가 얼마나 뚱뚱하고 무거운지에 따른 단순한 행동에 불과하다는 결론을 내었습니다. 조사를 해보니 아이의 발육상태에 따라서 보행반사가 신경발달의 일반적 경향성을 따르지 않는 케이스(아이마다 보행반사를 시작하고 그만두는 시점이 천차만별이고 심지어 보행반사를 전혀 하지 않았음에도 신경발달에 문제가 없었음)가 많았고 자세히 관찰해본 결과, 허벅지의 굵기에 따라서 보행반사의 여부가 결정되었기 때문입니다. 단지 무거운 허벅지를 들어올리기 어려워서 보행반사가 사라졌던 것 뿐이었습니다.
개개인의 수준에서 맥락의 눈으로 현상을 바라봐야 할 것 같습니다. 특히나 공채가 사라지고 수시채용으로 전환되는 시대에서는 채용과 교육 모두 평균내기의 함정에서 벗어나서 개개인이 갖고 있는 '맥락'을 비중있게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육과 채용에 관심있으신 분들에게 '평균의 종말'이라는 책을 다시 한번 추천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