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숨을 멎은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숨 쉬기가 어려운 것도 아니고 멀쩡히 살아있는 사람이 갑자기 왠 뚱딴지 같은 소리냐 라는 생각이 들겠지만, 정말 나는 숨 쉬기가 정말 어렵다. 자연스럽게 편히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것이 어색해서, 의식적으로 초를 하나둘 세가면서 호흡을 할 때가 많다. 하지만 그렇다하더라도 의식하는 순간일뿐, 그 순간이 지나면 다시 예전의 숨 쉬기 바보로 돌아간다.
무슨 의미인가 하면, 나의 숨 쉬기 습관은 매우 불규칙하며 한번에 가쁘게 몰아서 급하게 호흡하는 경향이 있다.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에도 종종 숨을 멎은채 잠깐의 글쓰기에 몰두하고 있는 것을 느낀다.
지난 해 요가 수업을 들으면서 올바른 숨 쉬기의 중요성을 배웠다. 길게 들이쉬고 충분히 내뱉는 호흡은 마음을 가지런하게 하는데 도움을 주고 몸을 편안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항상 요가 운동 전 간단한 스트레칭과 함께 강사의 구령에 맞추어 호흡을 정돈하는데, 짧은 시간이지만 정화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1시간 내내 지속되는 이러한 훈련법으로 이루어진 수업을 마치고 나면 그렇게 기분이 상쾌하고 편안할 수가 없다.
하지만 약 30년을 잘못된 숨 쉬기 습관으로 지내왔었는데 잠깐의 수업만으로 극복할 수는 없는 법이다. 수업이 끝나면 자연스레 예전의 바쁜 습관으로 돌아가고 잊어버리기 일쑤였다. 그래도 그나마 의미있는 수확이 있다면, 내가 비로소 올바른 호흡법의 중요성을 깨달았으며 그로 인해 문득 생각이 나는대로 제대로 숨을 쉬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런데 얼마 전, 별도의 의식과 노력없이 편안한 호흡이 이루어졌던 놀라운 순간을 경험한 적이 있었다. 첫 직장을 그만두고, 떠난 약 1주일간의 휴가기간동안 누가 시키지 않고 억지로 시키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주 편안하게 숨을 쉬었다. 그 당시를 곰곰히 돌이켜 보면서 나는 앞으로 제대로 된 숨 쉬기를 하려면 어떠한 것들이 가장 필요한지 알 수 있었다. 항상 의식적으로 1초, 2초를 세면서 바로 잡으려 했던 지난 노력들이 조금은 허무하게 느껴졌던 순간이기도 했다.
결정적 차이는 바로 여유였다.
회사도 그만두고 휴가를 위해 비행기를 타고 멀리 나왔던 탓에 나는 그 어떤 것으로부터 간섭을 받지 않게 되었다. 고객에게 전달해야하는 업무의 마감기일도, 시끄러운 주변 소음도, 출퇴근의 압박도, 10개가 넘어가는 매일 매일의 체크리스트도 없었다. 그저 흘러가는 자연의 시간의 맞추어 하루를 맡기고 아름다운 주변 경치를 감상하고 즐기면 그만이었다. 고민할 거리도 생각할 필요도 없어져서, 무언가를 정리하고 분석하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냥 어떤 느낌이 떠오르는 데로 욕구가 생기는대로 바라보고 움직이면 그만이었다. 또한 해, 달, 바다, 바람 등 자연 그대로의 호흡과 박자가 나를 편안한 호흡의 상태로 자연스럽게 인도해 주었다.
도시의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호흡은 매우 긴박하고 복잡하며 또한 불규칙하다. 우리는 일정한 목표를 가지고 살아가며, 목표는 효율성을 위해 기한을 둔다. 또한 불행히도 대개의 경우 하나가 아닌 여러 개의 목표를 가지고 있으며, 달성을 위한 내외부의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그리고 사람, 돈, 시간 등 다양한 요인들로 인해 그나마 규칙적이고 일관성을 유지하려는 우리의 노력들이 항상 방해를 받는다. 이렇듯 우리 도시 문명인의 일상은 기본적으로 매우 불행한 호흡 환경으로 설정되어 있다.
하지만 휴가기간 동안의 당시 환경은 이와는 전혀 다른 조건이었다. 불안감과 스트레스를 조성하던 일체의 방해물들은 제거되었으며, 단지 아름다운 자연만이 한결같은 모습으로 내 곁에 존재할 뿐이었다. 그리고 자연은 나에게 아무런 부담이나 책임을 안기지 않았다. 따라서 나는 자연히 자연의 호흡을 따라 숨을 쉬게 되었는데, 그것은 내가 도시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매우 느긋하고 규칙적인 방식이었다.
내가 휴가를 떠난 곳은 코타키나발루라는 동남아의 휴양지로 1년 내내 날씨가 따뜻하고 주변에 멋진 해안가를 두르고 있는 천혜의 휴식처였다. 그곳에서 나는 주로 바다의 소리에 집중했는데 이것이 나의 마음에 평안과 치유를 선사하였다. 바다의 파도는 늘 일정하다. 다음 파도의 도착을 위해 앞선 파도가 서두르거나 지체하지도 않으며 조용히 자신의 순서를 기다릴 뿐이다. 일정한 간격으로 비슷한 소리를 내는 파도 덕분에 나 역시도 자연과 하나가 되면서 곧 몸과 마음에도 놀라운 평화가 찾아 왔다.
이러한 변화는 그 동안 숨 쉬기에 고민이 많던 나에게 답을 찾도록 해주었다. 우리는 모두 도시의 문영인으로서 불가피하게 좋지 않은 호흡 환경을 제공받는다. 물론 이러한 환경을 극복하기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지난 휴가 동안의 깨달음은 나아게 매우 의미있는 해결의 실마리를 안겨주었다.
대도시 서울에서는 자연 환경이 많이 남아 있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자연 속에서 자신을 적응시키고 조화시켜나가야할 필요가 있다. 막연히 자연을 접하라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여유와 아름다운을 만끽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채워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거대한 도시의 소비시민으로서 매일 막대한 양의 정보와 현란한 영상과 소리에 노출되지만 정말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가급적 이를 멀리할 필요가 있다. 무의미하게 켜진 채 정보를 발사하는 텔레비전을 꺼두고 손을 떠나지 않던 핸드폰의 사용을 줄여나간다면, 우리가 무심코 지나쳐오던 자연의 소리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 속에서 얼마나 큰 여유와 위안을 얻게 되는지 놀라운 변화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일을 위해, 관계를 위해 혹은 사회생활을 위해 하루에도 수십 번 많은 생각에 휩싸인다. 많은 것 중에 어느 것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하는지, 실패를 경험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또한 얼마나 많은 감정을 소비하게 되는지 등등 우리는 불안감과 스트레스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또한 우리는 동시에 너무 많은 생각을 떠올린다. 이것을 생각하다가도 이내 다음 것을 떠올리고 고민한다. 생각과 고민은 끝이 없고 결국은 이를 정리하기 위해 또 다시 많은 생각의 에너지를 소비한다. 생각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면, 생각의 갯 수를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한 번에 한 가지의 생각만 하도록 노력해 보자. 생각을 정돈하여 제대로 호흡할 수 있는 틈을 주는 것이다.
더불어 생각의 관점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다. 부정적이고 불안감에 가득찬 생각은 우리의 삶을 피폐하고 불행하게 만든다. 문제를 문제 그 자체로 받아들이고 결코 문제에 자기자신을 희생시키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유와 행복의 1번지는 결국 자신의 감정상태에 달려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문제와 나 자신을 분리해서 생각하면서 흔들리지 않고 초연하게 대처하는 굳건한 자세가 필요하다.
호흡은 기술이 아니었다.
결국 내면의 여유로운 태도에 달려있었다. 우리는 매일매일 전쟁같은 일상을 보내면서 여유를 잃어버리면서 살아왔고 그 결과 기본적인 숨 쉬기조차 잘 하지 못하는 바보가 되었다. 이제와서 문제를 깨닫고 억지로 고쳐보려고 했었지만, 생각처럼 바뀌지 않았었다. 하지만 전혀 새로운 환경에서 불현듯 아무렇지도 않게 편안하게 숨을 쉬고 있는 나를 발견하면서, 문제는 호흡할 여유조차 갖지 못하던 조급하고 불안한 내면에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이제부터 무심코 지나쳐왔던 내 곁의 자연 하나하나를 사랑하고 느끼면서 여유를 찾고, 건강하게 생각하는 습관을 통해 숨 쉬는 재미와 행복을 찾아나가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