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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ngkwon Lee Sep 13. 2020

누가 나의 진짜 고객인가

누울 자리를 제대로 보고 다리를 뻗어야 한다.

한 명의 고객을 나의 고객으로 만들고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다. 특히 B2B 세일즈의 경우, 일반적으로 한건 한건의 계약이 최소한 500만원이 넘고 life time value가 높기 때문에 고객들도 매우 신중해질 수 밖에 없고 영업담당자 또한 거래 진행에 있어서 많은 공을 들이게 된다.


따라서 세일즈는 가장 첫 번째로 지금 거래를 진행하고 있는 상대방이 진짜 나의 고객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만약 나의 고객이 될 가능성이 전혀 없는 사람과 거래가 진행되고 있다면 그것은 본인 뿐만 아니라 상대방에게도 매우 피곤한 상황이다. 상대방이 나의 제안을 잘 들어주고 받아주고 있다고 해서 거래가 잘 진행되고 있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아마도 상대방을 잘 배려해는 매우 예의있는 분이라서 내가 민망하지 않도록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누가 나의 고객이란 말인가?


아주 현실적이고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고객은 아래의 2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1. 우리 제품을 구매할 가능성이 높다. (수주확률이 높다)

 2. 우리 제품을 많이, 여러번 구매할 가능성이 높다. (매출 잠재력이 높다)


영업 담당자는 아주 다양한 유형의 고객을 다양한 상황에서 만나게 되지만, 유난히 거래 진행이 매끄럽고 순탄한 경우를 발견하기도 한다. 그럴때 "아 나는 정말 운이 좋았어" 또는 "정말 감사한 고객이구나"라고 단순히 생각하고 넘어갈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때가 진짜 나의 고객을 만난 순간이기 때문이다. 내가 방금 만난 이 고객은 도대체 우리의 제품을 왜 구매한 것일까? 이 사람이 나를 찾기 전, 어떠한 상황에 처해있고 고민을 했을까? 이 사람의 업무환경과 의사결정 프로세스는 어떠한가? 등 많은 질문들을 던지면서 고객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절대 운이 좋아서 또는 고객이 특히 나를 마음에 들어해서 우리 제품을 구매한 것이 아니다. 애초에 나의 제품을 살 수밖에 없는 나의 진짜 고객이었기 때문에 구매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나의 고객이 누구인지 정확하게 알게 되면 2가지 이점이 있다. 너무도 당연한 사실이다.

 1. 고객을 쉽게 찾을 수 있게 되어, 수주확률이 높고 매출잠재력이 높은 거래기회를 많이 찾을 수 있게 된다.

 2. 악성 거래, 즉 수주확률이 낮고 매출잠재력도 없는 거래를 조기에 빨리 거를 수 있게 된다.

너무도 당연한 사실이지만, 동시에 세일즈 담당자로서는 엄청난 이점이다. 한정된 시간과 에너지를 가장 중요한 곳에 투자하고 효과적으로 성과를 달성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진짜 고객이 누구인지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나는 진짜 고객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ICP(Ideal Customer Profile)이라고 부른다. 사실 Predectible Revenue라는 책에 이미 잘 설명된 개념이기도 하다. 따라서 영업담당자는 ICP를 가급적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파악해서 상대방이 우리의 진짜 고객인지 아닌지를 최대한 빠르게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ICP는 회사가 세일즈하려는 제품과 그 회사의 브랜딩에 따라서 다 달라지기 때문에 무조건 각 회사의 세일즈 담당자가 직접 조사하고 정의를 내려야 한다. 회사의 ICP는 절대 뉴스기사나 통계 데이터, 산업분석 자료에 있지 않다. ICP는 오직 실제 고객과의 진지하고 허심탄회한 대화 속에서만 힌트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붙잡고 긴 시간 대화를 나눌 수도 없는 것이고, 결정적으로 그것이 ICP를 정의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방해만 된다) ICP는 반드시 우리의 구매고객이 대상이 되어야 하며, 이미 여러번 구매했거나 주위에 입소문을 내주고 있는 핵심고객이 되면 더 좋다. 고객이 선정되었다면 ICP를 파악하기 위한 질문을 던지며 대화를 나누고 그 과정에서 나온 고객의 답변으로부터 힌트와 깨달음을 찾아야 한다. 나는 보통 아래의 질문을 던지면서 ICP를 파악한다.





1. 우리 제품을 구매하기 전, 어떠한 문제를 가지고 있었는가?


ICP를 이해하기 위해서, 고객에게 던져야 하는 가장 첫 번째 질문이다. 고객이 돈을 주고 구매를 하는 이유는 구매하려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문제가 없었다면 애초에 우리를 만나지 않았을 것이고 믿음이 없었다면 우리를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 고객이 우리 제품을 사용한지 오래되어 그 당시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 "만약 우리 제품이 지금 없다면 어떠한 문제가 예상되는가"로 질문을 바꿔도 좋다. 질문을 통해 고객이 갖고 있었던 문제를 이해할 수 있게 되면 앞으로 만나게 되는 상대가 나의 진짜 고객인지 아닌지를 좀 더 쉽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진짜 고객이 겪고 있는 문제를 상대방도 동일하게 갖고 있고 이를 중요하게 인지하고 있는지만 알아내면 된다.



2. 고객의 소속팀이 지향하는 것은 무엇이고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인가?


B2B 세일즈에서 고객은 사실 개인이 아니라, 그가 소속된 팀 또는 법인이다. 고객이 인지하는 문제는 개인의 문제이기 보다는 팀과 조직 차원에서 고민하는 문제일 뿐이다. 고객의 의사결정은 소속 부서에서 현재 지향하는 바와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에 얼마나 부합하는지와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이루어진다. 냉정하게 말해 고객담당자 개인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제가 부서나 조직차원에서 전혀 다루지 않는 아젠다라고 하면 솔직히 그것은 문제라고 볼 수도 없다. 예를 들어 우리 회사의 제품은 온라인 솔루션으로 사용자 접근성을 높이고 다수의 사람들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장점인데, 만약 특정 고객사가 온라인이 아닌 대면 중심의 오프라인 프로그램을 추구하고 소수의 인원에게 Intensive하고 private한 케어를 원한다면 우리의 고객인 아닌 것이다.



3. Ideal Contact는 누구인가? 누가 의사결정자인가?


Ideal Contact은 ICP에 부합되는 인물이면서, 동시에 의사결정 권한을 갖고 있거나 또는 의사결정 과정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만약 현재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람이 의사결정자가 아니라면, 위의 두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할 수가 없거나, 잘못된 답변을 들려줄 수 있다. 결과적으로 거래가 잘 진행되지 않는다. 따라서 Ideal Contact는 우리의 진짜 고객을 찾고 보다 용이하게 거래를 진전시키기 위해 매우 중요한 정보이다. 보통 미팅 자리에 참석한 사람 중 가장 높은 사람이 의사결정자라고 보면 된다. 회의실 밖에 그 사람보다 높은 직급의 상사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상관없다. 만약 본인이 의사결정자였다면 미팅에 참석했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것은 본인의 권한을 그 사람에게 위임한 것이기 때문이다.



+ Red Flag, Deal Breaker


ICP와는 반대로, 죽어도 우리의 고객이 될 수 없는 경우도 존재한다. 이 또한 매우 중요한 정보이다. 더 대화를 나누고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해 거래를 진전시킬만한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를 빠르게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Red Flag는 구매고객으로부터 알아내기 보다는 수주에 실패한 고객으로부터 알아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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