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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lla Aug 03. 2022

#9. 그럴 때다.

나의 해방일지

생의 계단 _ 헤르만 헤세


모든 꽃들이 시들 듯이
청춘이 나이에 굴복하듯이
생의 모든 과정과 지혜와 깨달음도
그때그때 피었다 지는 꽃처럼 영원하진 않으리.

삶이 부르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마음은 슬퍼하지 않고
새로운 문으로 걸어 들어갈 수 있도록
이별과 재출발의 각오를 해야만 한다.

무릇 모든 시작에는 신비한 힘이 깃들어 있어
그것이 우리를 지키고 살아가는 데 도움을 준다.

우리는 공간들을 하나씩 지나가야 한다.
어느 장소에서도
고향에서와 같은 집착을 가져선 안된다.

우주의 정신은 우리를 붙잡아 두거나 구속하지 않고,
우리를 한 단계씩 높이며 넓히려 한다.

여행을 떠날 각오가 되어 있는 자만이
자기를 묶고 있는 속박에서 벗어나리라.
그러면 임종의 순간에도
여전히 새로운 공간을 향해 즐겁게 출발하리라.

우리를 부르는 생의 외침은 결코 그치는 일이 없으리라.
그러면 좋아, 마음이여! 작별을 고하고 건강하여라.



삶은 희로애락의 반복이다. 물론, 생애주기에 따라 사건의 종류와 강도는 달라지지만 반복되는 것은 변함없다. 달라진 거라면... 나이가 들수록 슬퍼도 마냥 슬프지 않고, 기뻐도 마냥 기쁘지가 않다는 정도. 언젠가는 이 감정이 끝이 날 거란 사실을 알기 때문일까. 아님 감정도 낡은 낫처럼 닳고 닳아 무뎌지는 것일까.


내게 주어진 자유와 권리만큼이나 책임이 따르는 어른의 삶은 참 무겁다. 스무 살 시절에 기대했던 마흔은 세상 풍파를 모두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생길 줄 았았다. 막상 중년이 되어 보니 여전히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세상,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가족의 죽음은 내 영혼을 사지로 내몬다. 그것에 대해 깊이 생각할수록 인생이 무상해진다. 중년은 주변 눈치 보느라 쉬이 지치거나 쓰러질 수도 없다. 티를 내어서도 안된다. 누가 그렇게 하라고 시킨 것도 아닌데 어느 순간부터 입닫고 귀닫고 사는게 마치 현인인것처럼 다들 그렇게 살아간다. 그래서 중년의 삶은 외롭고 힘들다. 동년배의 지인이 목구멍까지 차오른 괴로움이 삐질 삐질 빠져나와 우리보다 더 큰 어른에게 닿았을 때 그가 말했다고 한다.


"네 나이가 그럴 때야..."



돌이켜 생각해보면 십 대 시절도 그리 편하고 행복하지만은 않았다. 지금은 기억조차 잘 나지 않지만 작고 큰 시비나 불화는 늘 있었으며, 감정의 요철도 자주 겪었을 것이다. 사소한 일들이 소녀에겐 엄청나게 큰 시련이었을 것이다. 때로는 시련의 파도에 몸을 가누지 못하고 쓰러지기도 했을 것이다. 그때는 그래도 아무 상관없었다. 소녀는 남보다 자신을 생각해도 괜찮았으니까.


이십 대, 삼십 대도 마찬가지다. 그 나이가 겪어야 할 일들과 감정들을 모두 거쳤다. 내 인생 그 어디에도 무난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다만, 그때의 고통을 애써 기억하고 싶지도 않거니와 그저 글로 쏟아낼 수는 있어도 그때의 감정은 흐릿하다.


헤르만 헤세의 글처럼 인간의 생애는 단계가 있으며, 모든 과정들은 그때그때 피었다 지는 꽃처럼 영원하지 않다. 지금 내 나이가 겪고 있는 경험과 감정 또한 영원하지 않을 것이다. 그저 어디론가 가는 과정의 일부일뿐. 시간이 지나면 기억조차 나지 않는 푸른 점들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 그 어떤 것에도 집착할 필요가 없으며, 새로운 세계를 향해 나아가면 된다. 모든 시작에는 신비한 힘이 깃들어 있다는 사실보다 그 말이 난 더욱 마음에 든다.


시간이 지나면 한낱 점에 불과할 일들로 마음 끓이며 살기보다 늘 건강하고 행복하기 위해 힘써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선택의 기준은 나의 건강과 행복이 최우선 되어야만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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