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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많은김자까 Dec 10. 2020

삼수생, "미안하고 고맙습니다"

21살 삼수생 1호부터 일곱살 5호까지, 2녀3남 워킹맘 애많은김자깝니다 ^^

1호 삼수생은 수능을 마쳤습니다.

수능 전날 아이가 잠들고, 몇자 적어본 저의 일기같은 sns 글입니다.


수능 시험에 앞서, 일주일 먼저 강대(강남대성학원)가 종강한 후로,

아이는 종로3가 독서실을 다니고 있었다.

수능 전날, 평소보다 조금 더 일찍 저녁 9시쯤 남편과 아이를 픽업하러 갔다.

밝은 모습으로 "안녕~"하고 차에 탄 아이가 말한다.

"엄마빠, 올해 일년도 미안하고 고마웠어"


아이가 고3때였다.

진학 상담을 마치고 일어서려는데,

담임선생님께서


-어머니

-네?

-어떻게 하면, 1호처럼 키울 수 있나요? 제게 다섯살 난 딸이 있는데, 꼭 1호처럼 자랐으면 좋겠어요. 비결이 뭔가요?


물론 1호처럼의 '처럼'은 학업성적을 말한 게 아니다.


아이는 현재 삼수생이고,

단 한순간도 열심히 살지 않은 적이 없다.

부족했던 게,

학운이든 실력이든 상관없다.

중학교 담임선생님,

고등학교 또 다른학년 다른담임선생님으로부터

"제 교사생활 중에 이런 학생을 만나다니, 감사한 일입니다"라는

고백을 받은 에미다. 내가.

재수 삼수. 엄마빠는 전혀 힘들지 않았고, 지치지도 않았다.

고마울 것도, 미안할 것도 없다.

잘자렴 아가. 그냥 내일은 숱한 너의 날들 중에 평범한 하루일 뿐이야. 많이 춥지 않았으면 좋겠다.



시험을 잘 봤는지는 물어보지 않았습니다.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후회는 없다는 게 시험을 끝낸 아이의 소감이었습니다.

지금은 대학 여섯곳의 논술시험을 치르는 중이고,

학원과 독서실을 오가며,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올해는 어딜 가든 대학에 갈건가 봅니다.


재수삼수해서 성공을 했느냐고 묻는다면, 전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대학의 레벨이 아니라, 아이가 원없는 시간을 보냈다면 결과와 상관없이 성공한 게 아니겠냐고...

지난 시간이 아이의 인생에 좋은 토양이 되리라 믿습니다.

모든 수험생 부모님들 수고하셨습니다 ^^

- 이상 동병상련 애많은김자까였습니다. ^^ (내년에 2호가 고3 됩니다. 내 팔자야 ~~이 녀석은 절대 재수 안시킬라고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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