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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많은김자까 Mar 05. 2023

학교폭력을 당하지 않는 법??

슬기로운 학부모생활 2

내가 초등학교. 아니 국민학교 시절의 이야기다. 4학년.

40년 전 일을 '4학년'이라고 또렷이 기억하는 건,

그만큼 '잊혀지지 않는' '잊을 수 없는' 그때 감정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80년대 초. 그때 한학급의 학생은 57~58명 정도였다.

어울려 무리지어 다녔던 여자친구들이 예닐곱명이었는데,

그 중 한 아이가 (왜 대장격이었는진 알 수 없지만,)

대장 노릇을 했었다. 그 아이 앞에선 나머지 아이들이 늘 절절맸다.(나도 꽤나 비위를 맞추려했던 것 같다.)

문제는 그거였다. 무리 지어 친한 또래친구사이에, 왜 굳이 대장이 필요했을까?

그 아이가 대장이라고 불린 데는, 이유가 있었다.

그 아이는 예닐곱 친구 중에, 자신을 제외한 아이들을 돌아가며,  

주기적으로 은따(은근히 따돌림)시켰다.

이유는 없었고, 있다 하더라도 그 아이만이 알고 있었을터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아이에겐 놀이같은 거였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 아이는 은따 시킬 아이를 지목하고...다른 친구들에게도 자신의 뜻을 따르도록 했다.

내키지 않더라도 행여 그 뜻을 거슬렀다가

자신 역시 따돌림 대상이 될까봐...아이들은 영문도 모른채 그 아이가 지목한 친구를 따돌렸다.

일종의 가스라이팅이었다.

나도 그 몹쓸 짓을 묵인하긴 마찬가지였다.

무엇보다 나에겐 그런 따돌림이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난 그렇게 만만한 아이가 아이었다. 당차고 당찬 나를? 니들이??

하지만, 나에게도 올것이 왔다. 어느날 나는 그 무리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고 있었다.

내가 말을 걸어도 무시했고, 내가 나타나면 아이들은 말을 멈추거나 수근거렸다.

보란듯이 나만 빼고, 그 대장 아이의 집으로 몰려가거나,

보란듯이 나만 빼고, 깔깔댔다.

처음 하루이틀은 안간힘을 쓰며, 그 무리에 합류해보기 위해 애를 썼고,

집으로 돌아가선, 눈물을 삼키며 다짐했다.

'흥!! 두고봐라. 니들하곤 다신 안놀아'

그렇게 결심하고, 당당한 척 학교에 갔지만, 어느새 나는 그 무리의 눈치를 보며 빌빌거렸고,  

동냥하듯 던져주는 한마디에 '이제 나의 따돌림을 끝난건가' 환희에 찬 기분으로,

그 대장아이 앞에 알랑거렸고, 주변 아이들에게도 굽신거렸다.

온탕과 냉탕, 천국과 지옥을 오가던 시간들이 얼마나 지났을까? (아마 일주일은 더 된듯 싶다.)

난 이렇게 살 순 없다고 생각했다. 난 잘못한 일이 없고,

그 아이들에게 이유없이 상처받을 이유가 없었다.

무엇보다 난 우리엄마아빠의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귀한 딸이었다.

그렇게 다짐하고 당당하게 학교에 간 날, 그 무리들은 대장아이를 중심으로

부채꼴 모양으로 나를 둘러싸고, 삐딱허니  내려다 봤다.

조롱하는 듯한 무리의 입꼬리들 앞에 서서, 난 그 대장아이를 지목했다. (그러고보니 그 아이는 유독 키가 컸다. 나보다 머리하나는 컸다)


"야!! 너!!"

조롱하는 입꼬리들이 씰룩였다. 난 여전히 그 아이를 지목했다

"너 나한테 불만 있어? 불만이나 내가 너한테 잘못한 게 있으면 말해봐."

씰룩였던 입꼬리들은 일그러졌다.

"그러니까, 몇날 몇일. 니가 지금 나한테 하는 행동에 대한 이유를 말하라고!! (둘러보며) 니들도 마찬가지야"

일그러졌단 입꼬리들은 오므라졌다. 그 대장 아이는 심지어 울먹였다.

아마도 그때 나는 유치한 독설을 속사포처럼 날렸을 것이다.

"이게 어따대구. 내가 너한테 잘못한 게 뭐냐고? 말 안해?!!! 키만 멀뚱하게 크면 다야?" 등등등...

그 정도가 되니, 나머지 애들은 그제서야

- 아니...니가 잘못한 게 아니고, 얘(대장)가 시켜서, 놀지 말라고....

대장 아이를 중심으로 부채꼴 당당하게 펼쳐져 있던 대오는 순식간에 무너졌고,

한두명이 내옆으로 다가오기 시작하더니...결국 그 대장아이만 홀로 남았다.

그 아이는 아이처럼 울음을 터뜨렸다.

그때 나는 그 아이를 향해, 이런 말쯤을 했으리라.  

"뭘 잘했다고 울어? (다가오는 애들에겐) 니들도 똑같아. 이제 니들하고 안놀아"

다시는 누구도 나를 왕따라는 이름으로 괴롭히는 일은 없었다. 왜 아니겠는가. 그토록 찰지게 당돌한데...


5학년때 전학을 가서, 6학년 즈음엔 그런일을 한두번 더 겪을 뻔 했지만,

난 그때마다 처음부터 대놓고 따졌다

"이유가 뭐야? 잘못한 게 있으면 내가 사과할게. 이유나 들어보자"




어느날, 학부모로 알게 된 친한 언니가 전화를 했다.

여중을 간 언니의 딸이, 왕따를 당하고 있는 것 같다고. 속상하다는 내용이었다.

왕따를 시키는 상대 아이와 엄마를 나도 알고 있었다.

"왜? 어떻게 왕따를 시켰는데?"

- 아니. 친하게 지내다가 갑자기 쌩하게 굴더니, 따돌리더래. 그러더니, 어제는 우리 A만빼고, B가 반 애들을 모두 집으로 초대했다는 거야. A는 집에와서 울고...속상해 죽겠어.

"아니, 착한 A를 왜?"

- 그래서, 내가 B엄마한테 조심스럽게 전화를 했거든.

"뭐래? 미안하대?"

- 얘!! 미안은...내참 기가 막혀서. 내가 좋은말로 "우리 A가 서운해서 울더라. 지금이라도 초대해주면 안돼?"이러면서 농담처럼 말했거든. 근데, B엄마가 뭐래는 줄 아니?

"뭐랬는데??"

- 언니!! A가 먼저 B 왕따시켰대요!!!

"그래서, 우리 A만 빼고 일부러 초대한거니?"

- 네!!


내가 아는 A란 아이는 누구를 따돌릴 아이도 아니었지만,

이러저러한 사정을 차치하고로도, 이게 무슨 말이란 말인가?

내 아이가 따돌림을 당했다는 말을 듣고, 부모가 한 행동이 고작 유치한 되갚음이란 말인가.


이후에도 다른 학교폭력 가해학생의 엄마를 만난 적이 있는데,

첫번째 반응은 "우리 애가 그럴리가 없다"

가해 사실이 확인되자,

불쾌해 하며 보인 두번째 반응은 "그애(피해자)가 그럴만한 짓(따돌림당할 짓)을 했겠지"

하지만, '따돌림 당할만 하니까 당했다'던 그 엄마의 아이가 "저학년때 따돌림당한 적이 있어서, 먼저 왕따시켜야 날 깔보지 않고 따돌림 당하지 않을 것 같아, 따돌렸다"고 하자,

그 엄마는 자기 아이의 피해 사실엔 억장이 무너져라, 가슴아파했다.


어느 후배가,

"언니 난 초등학교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왕따였어"

"왜? 이렇게 착한 니가 왜?"

"몰라."

"말도 안돼. 고약한 것들"

이때 후배는 그래도 퍽 다행이라는 듯이 말했다.

"괜찮아 언니. 왕따였어도, 난 맞지는 않았어"

가슴이 아팠다. 문득문득 이 후배에게서 보여지는 그늘의 답을 알게 됐다.


학교폭력을 당하지 않는 법을 묻는다면,

모르겠다. 하지만, 생각하면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

당돌한 내가 했던 대로, 부당함에 당당하게 맞서라.

네가 얼마나 소중하고 소중한 아이인지, 생각하고 생각하며 맞서라.

하지만, 이렇게 목에 핏대세워가며 말해봤자,

여린 우리집 1호같은 아이들에겐 시도해볼 수 없는 저세상 얘기일 뿐이다.


그래서, 내가 1호에게 취학전부터 세뇌시키다시피 한 조언은

"서너명씩 무리지어 친하기 보다. 단짝친구를 사귀도록 해.

누군가를 험담에는 반응도 대꾸도 하지마. "

그리고, 강조하고 강조한다. "모든 걸 용서해도, 학교폭력은 용서할 수 없어. 친구들에겐 물리적으로든 심리적으로든 상처주지마. 엄마가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


학창시절, 친구에게서 입은 상처는, '그저 상처'가 아니라 '자존감'을 무너뜨리고 '삶을 피폐'하게 할 수 있다.

학교폭력의 고리를 끊고,

내 아이가 학교폭력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내 아이가 학교폭력 가해자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 그건 부모의 몫일 것이다. 학교폭력은 어른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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