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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미진 Apr 25. 2018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_3

애들을 싫어하던 나는 왜 아이를 낳기로 했는지 되짚어보자

 남편과 나는 결혼하고 바로 아이를 가지지 않았다. 내가 아이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적어도 나는 아이를 안 낳고 살려고 했다. 그것은 기본적으로 애들을 싫어하는 것도 있었지만 '또 하나의 생명이 내가 겪은 이 숨막히는 사회에서의 삶을 반복하도록 만들고싶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내 성장과정은 큰 문제는 없었지만 늘 우울했다. 규칙적이고 기계같은 학교생활은 지옥처럼 느껴졌고 집에서는 학업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삶에 탈출구가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유일한 낙은 그림이었지만 그 마저도 공부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금지당하는 일이 더 많았다. 더 깊게 파면 자질 부족의 교육자들, 학폭 까지는 아니었지만 통제되지 못한 본인들의 질투나 스트레스를 조용하고 심약한 친구들에게 푸는 못된무리들, 부족한 아침 잠 때문에 늘 시달리던 두통과 소화불량, 친구들과 만나는 것도 TV시청 요만큼의 공부할 시간을 빼앗을 가능성이 있는 모든 것을 금지했던 부모님 등 스트레스의 요인들은 많지만 그렇다고 눈에 띄게 치명적인 문제도 없었다. 치명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치유하거나 극복하려는 시도도 없었고 그것들이 어쩌면 지금까지 내 정서적인 취약점을 이루고 있는 원인들이 되고 있지 않나 그런 생각도 든다. 어찌되었건 그런 십여년의 기억들 때문에 나는 이 세상에 아이를 낳는 것은 못할 짓이라고 생각했다.


 아무튼 나는 그런 이유로 아이를 낳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을 했다. 남편은 물론 내 의견을 존중했지만 그럼에도 항상 '좋은 아빠'가 되고 싶은 어릴 적 꿈을 이야기했다. 가능하면 예쁜 딸이었으면 좋겠으며 당신보다 내가 훨씬 더 아이들을 좋아하고 예뻐하니 아이는 분명 나를 더 좋아할거라고, '나는 항상 장래희망에 의사나 대통령이 아닌 <좋은 아빠>를 적었었다'고 했다.

 "당신은 낳기만 하면 돼 애 키우고 사랑 주는 건 내가 다 할 수 있어!"라고 했다. 그리고  "낳고나서 1년은 육아휴직을 쓴다 쳐. 회사 어린이집은 두 돌 돼야 들어가는데 중간에 비는 1년은 어떻게 하라는거야?"라는 현실적 문제를 묻는 나에게  남편은 "엄마가 예전부터 '나는 손주 봐 주며 용돈 받고 싶다'고 하셨으니까 봐주실 수 있어"라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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